MB 집권 2년 달라진 권력지형도 살펴보니

2010.02.09 09:44:31 호수 0호



이명박 대통령이 오는 25일 취임 만 2년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일들이 있었고 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여권의 권력지형도도 여러 차례 요동쳤다. 끊임없이 제기된 개각설에도 불구, 청와대 개편과 개각이 이뤄진 것은 몇 번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물갈이’를 통해 청와대와 여의도의 ‘실세’가 변해왔다. 실세가 어디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당·정·청의 균형관계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집권 3년차를 맞은 여권에서는 또 다른 권력 이동의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그동안 이 대통령의 주변 권력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앞으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살펴봤다.

이명박 정부 집권 2년 … 여권 권력지형도 이슈따라 사람따라
당정청 실세는 터줏대감들, 참모도 장관도 오래 묵어야 ‘제 맛’



“뜨는 해가 있으면 지는 해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주변에서도 권력에 좀 더 가까워 진 자와 멀어진 자가 여러 차례 나타났다. 강산은 10년마다 변한다지만 정치권의 지형이 변하는 것은 채 하루가 아쉬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여권의 권력구도는 당·정·청의 수레바퀴 아래 움직이고 있다. 세 개 톱니를 맞물리면서 돌아가고 있는 것. 정권 초 강한 청와대의 기세에 곳곳에서 삐그덕 소리가 나왔지만 집권 기간이 길어지면서 불협화음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청와대는 이동관 홍보수석과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박형준 정무수석이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8·31 청와대 개편을 계기로 홍보·정책·정무기획에서 삼각편대를 형성하고 있다.

주도권 쥔 청와대 삼각편대
이동관·박재완·박형준

특히 이동관 수석과 박재완 수석은 이 대통령이 청와대를 꾸릴 때부터 함께 시작해 최장수 기록을 날로 경신하고 있는 중이다. 초대 대변인이었던 이동관 수석과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청와대 생활을 시작한 박재완 수석은 촛불집회를 계기로 청와대 수석 대부분이 옷을 벗었을 때도 청와대에 남았다.


이동관 수석은 대변인실과 홍보기획관실을 통합한 홍보수석에 기용돼 이 대통령의 변함없는 신뢰를 받고 있음을 대내외에 알렸다. 그의 홍보수석 임명 당시 청와대는 “오랜 기자생활을 통해 정무적 감각과 상황 판단력이 뛰어나고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부터 지금까지 대변인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언론과의 소통도 원활하고 통합된 홍보조직을 잘 이끌어 정책과 홍보의 연계를 도모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재완 수석은 촛불집회 이후 국정기획수석에 임명됐다. 세종시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맡고 있으며 공공기관 선진화에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홍보기획관으로 청와대에 합류했던 박형준 수석은 정무수석으로 자리를 옮겨 청와대 삼각편대의 균형추를 맞췄다. 대변인실을 맡고 있던 이 수석과 홍보기획관실을 맡고 있던 박 수석의 업무 영역이 충돌했으나 대변인실과 홍보기획관실을 통합한 후 박 수석은 여의도와의 연결고리가 된 것.

기자·교수·의원 등 다양한 경험과 특유의 부드러운 언변으로 당·정·청간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친서민 정책 추진을 이론적·실무적으로 뒷받침한 것도 박형준 수석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동관·박재완·박형준 수석은 ‘순장조’로 불리고 있다. 박형준 수석이 사석에서 여의도 정치로의 복귀에 대한 질문에 “이 대통령과 운명을 함께할 순장조 아니냐”라고 답변한데서 비롯된 것이 세종시 수정 문제와 관련, 최일선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상황과 연계돼 굳어진 것.

정부 출범 같이 한 장관들
핵심사업 쥐고 개각 넘어

이 밖에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윤진식 경제수석이 주요 인사로 꼽힌다. 정 실장은 ‘그림자 실장’를 고수하고 있다. 그가 청와대에 들어온 후 조직간 잡음이 많이 줄어 자칫 마찰음이 많을 수 있는 청와대에서 부드럽게 조직을 이끌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윤진식 경제수석은 경제, 국정기획, 사회정책, 교육과학문화 수석실을 총괄하는 정책실장을 겸하고 있다. 정책분야를 통합조정하는 역할이라 사실상의 대통령 부실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청와대에 참모그룹이 있다면 정부에는 정운찬 총리와 실세 장관들이 있다.

이 대통령이 공을 들여 국무총리 자리에 앉힌 정 총리는 세종시 수정 문제를 맡고 있다. 그는 취임 직후 “큰 소리에 굴하지 않고, 작은 소리를 크게 듣겠다. 낮은 곳을 보듬고, 흩어진 민심을 한 군데로 모으겠다”면서 “세종시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강구하고 집행하는 데 명예를 걸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세종시 수정안을 만들고 충청 민심을 설득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장관들 중 ‘실세 장관’으로 꼽히는 이들은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임명된 이들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만의 환경부 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등 4명이다. 이중 최고 실세가 정종환 장관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장수 장관들은 그동안 몇 차례 개각이 이뤄졌음에도 정부 핵심 사업을 맡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개각 명단에서 제외됐었다. 하지만 정 장관이 맡고 있는 4대강 사업과 세종시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종환 장관의 경우 현 정부 초대 장관이면서 역대 건설·교통, 국토해양 관련 부처를 통틀어 가장 오랜 기간 재임하고 있다. 그는 취임 직후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맡아 만 2년째 차질 없이 추진해오고 있다. 올해에는 보 등 핵심공정의 공정률을 60%까지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형님 물러난 후
친이계 ‘권력 공백현상’

세종시 발전방안 집행도 그의 손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은 최근 “세종시 문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큰 틀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에서는 수정안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는 것 같지만 법 개정 등이 이뤄지면 정부가 속도감 있게 추진, 이 정부 내에서 소기의 성과를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녹색성장 등을 맡고 있다.

원세훈 국정원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이 대통령과는 오래된 사이다. 원 원장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부터 보좌해왔다. 초대 내각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을 맡았으며 정부조직을 MB식으로 바꾼 후 국정원에 입성, 대대적인 조직개편 작업을 벌였다.

지난 대선 MB캠프의 최고결정기구였던 ‘6인 회의’의 멤버인 최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멘토’로 불린다. 그는 방송통신위원회를 맡아 현 정부의 방송·언론·인터넷 관련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해 미디어법 개정을 총괄했다.

반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으로 선임,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참여하며 이 대통령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었다. 세계 경제위기 상황에서 내각에 합류, 특유의 조직 장악력과 추진력으로 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해나가며 경제사령탑으로 인정받았다.


조직에 탄력이 붙은 청와대나 정부와는 달리 한나라당의 기세는 주춤한 상태다.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이 2선 후퇴를 선언하고 친이계의 핵심 인사인 이재오 전 의원이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공백현상이 일어난 탓이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의 구심점으로 활약해왔으나 ‘막후정치’ 논란에 지난해 4월 재보선 패배까지 겹치면서 자진해서 2선 후퇴를 선언했다. 현재는 지역구 일과 자원외교에 주력하고 있다.

이재오 위원장은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미국 유학을 다녀왔다. 이후 여의도 복귀설이 파다했으나 지난해 9월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임명된 후 민원 해결과 반부패 청산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 위원장의 여의도 복귀설이 다시 흘러나오고 있다.

문국현 전 대표의 낙마로 서울 은평을에서 재선거가 치러짐에 따라 ‘7월 재보선 출마 후 전당대회 출마’라는 정계 복귀 구상이 제기된 것. 이 위원장은 친이계의 핵심 인사이자 당에 안상수 원내대표, 진수희 여의도연구소장, 정양석 대표비서실장 등 측근들을 전진 배치돼 있어 당 장악력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친이계의 매력적인 카드로 비춰지고 있다.

정몽준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 등 ‘투톱’에게도 힘이 실리고 있다. 안 원내대표는 지난 연말 예산안, 노동법을 처리해 냈으며 향후 세종시 입법전쟁에서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그는 세종시 정국을 마무리 한 후 차기 당권과 국회의장직 도전을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준 대표는 지난해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당 대표직을 승계 받아 집권 여당을 이끌어 오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에 합류한지 오래되지 않아 지지기반이 약한 것이 번번히 그의 발목을 잡았다. 정 대표는 지난 4일 신임 정병국 사무총장 선임을 비롯한 당직개편을 단행, 리더십 논란을 잠재우고 친정체제 구축에 나섰다.

당·정·청 한편에서는 촛불시위로 물러났던 1기 내각 실세들이 조용히 복귀하고 있다. 촛불시위의 여파로 ‘본의 아니게’ 청와대를 떠났던 이들이 조심스럽게 자리를 옮겨 돌아오고 있는 것.

‘왕비서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비서관과 이주호 전 교육문화수석은 각각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으로 복귀했다. 곽승준 전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으로 돌아왔다.

이명박 정부 초대 대통령실장을 지낸 ‘왕의 남자’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은 주중 대사로 발탁됐다. 류 대사는 한중관계 진전은 물론 남북정상회담 추진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촛불로 꺼졌던 내각 실세
자리옮겨 또 다른 실세로

실제 지난 1일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남북 간 물밑 움직임에 대해 거론되던 중 김영선 외교부 대변인이 북한 문제에 있어서 류 대사의 ‘역할’을 논했다. 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문제에 관해서는 중국과 미국을 포함한 관련국들과의 긴밀한 협력도 중요하고 항상 긴밀한 협의채널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그런 큰 그림 속에서 주중대사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 류 대사의 역할론을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주중 대사관을 통한 남북정상회담 개최 노력이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자신이 직접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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