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 팬클럽 튀는 행보 살펴보니

2010.02.02 09:21:03 호수 0호

넘치는 애정은 ‘기본’ 정치적 도움은 ‘선택’


박근혜 ‘박사모’ 18대 총선 이어 지방선거 낙선운동
정동영 ‘정통들’, 손학규 ‘학규마을’ 잠룡 위해 뛴다

잠룡이 움직이면 덩달아 발걸음이 빨라지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팬클럽들이다. 잠룡들의 팬클럽은 좋아하는 정치인을 위해 모인 이들이지만 단순한 동호회 성격을 넘어 든든한 외곽기지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전국적인 조직망이나 봉사활동, 산악회 등 다양한 활동은 제2의 정당을 연상케 할 정도다. 팬클럽의 활동은 특히 선거철에 빛을 발한다. 자발적으로 나서서 열렬한 응원전을 펼친다는 이유에서다. 지방선거를 앞둔 팬클럽들의 근황을 쫓았다.



한국 최초의 정치인 팬클럽인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후 정치인 팬클럽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고 있다. 특히 대선을 바라보고 있는 잠룡들의 팬클럽은 방대한 스케일과 녹록치 않은 정치적 영향력을 노리고 있다.

박사모 ‘낙선은 우리의 힘’

현재 잠룡들의 팬클럽 중 막강한 파워를 보이고 있는 곳으로 박근혜 전 대표의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박사모)’이 손꼽힌다. 2004년 개인 카페로 출발한 박사모는 회원 수 5만8000여 명에 국내 및 해외지부를 두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박사모는 각종 선거전에서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18대 총선을 앞두고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하자 이를 주도한 친이계 인사들을 ‘5적’으로 꼽고 낙선운동을 펼쳤다. 결과는 놀라웠다. ‘5적’으로 지목된 이재오·이방호·전여옥·박형준·김희정 의원 중 전 의원을 제외한 4명이 낙선한 것.

박사모는 서울 은평을에서는 문국현 창조한국당 전 대표, 경남 사천에서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등 야권 후보를 직·간접적으로 지원, 이재오·이방호 전 의원의 낙선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 또한 지난해 재보선에서도 친박계 인사를 지원, 성과를 거뒀다.


박사모는 6월 지방선거에도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한나라당 친이 측 지방선거 공천장, 정치적 사망진단서로 만들겠다’는 성명을 통해 이 같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박사모는 성명에서 친이계 핵심 인사들 중 ‘한나라당 파괴 5적’을 규정하고 이들이 지방선거에 공천한 후보들에 대해 낙선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지목된 ‘5적’에는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을 비롯해 이군현·전여옥·정두언·정태근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 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의 의원들은 세종시 수정 문제와 관련, 박 전 대표를 비판해온 이들이다.
‘5적’에 이름을 올린 당사자들은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다. “신경 쓰지 않겠다”고 했지만 박사모의 낙선운동에 은근히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18대 총선에서도 박사모의 낙선운동에 시달렸던 전 의원은 “총선 때 박 전 대표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단한 방해를 받았다. 나 대신 민주당 후보의 지지 선언을 했고, 유세를 방해했고, 지역 사무실 앞에서 꽹과리를 치고 대단했지만 선택 받았다”며 “한나라당에서 박 전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적이 된다면 이것은 건강하거나 바람직한 문화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박사모는 선거뿐 아니라 박 전 대표와 관련된 대부분의 일에 움직이고 있다. 박 전 대표에게 협박 편지가 전해지자 자체적으로 경호봉사단을 꾸려 ‘보이지 않는’ 경호를 했고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도 거침 없는 언변을 선보이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종종 “팬클럽의 활동치고는 너무 과한 게 아니냐”는 구설수에 오르기도 한다.

정동영 의원의 팬클럽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들)’은 정 의원의 귀국과 함께 활동을 재개했다. 정 의원이 귀국한 인천국제공항을 가득 메워 세를 과시한 것. 이들은 정 의원의 4월 재보선 출마를 지지하는 한편, 민주당 지도부와 날을 세우기도 했다.

정통들은 ‘정동영과 생사를 같이할 것을 결의한다’는 결의문에서 “우리는 정동영을 끝까지 지켜내고 민주당을 희망 없는 껍데기 정당으로 만들어버린 세력들에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정 의원은 여의도 복귀에 성공했다. 지난달 10일 정 의원과 정통들, 한민족경제비전연구소 등 정 의원의 지지자들과 함께 한 광주 무등산 산행에서는 “민주당 복당 문제가 8부 능선을 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잠룡 가는 곳에 팬클럽 간다

정통들은 1만4000명에 달하는 회원과 전국 지역모임을 두고 있다. 이들은 자발적 정치공동체를 지향한다. 단순한 정치인 지지모임이나 팬클럽 형태가 아니라 네트워크화하고 상부상조를 도모하는 ‘자발적인 정치공동체’로 발전시키는 새로운 ‘정치공동체’ 개념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손학규 전 대표의 팬클럽 ‘학규마을’은 ‘손에 손잡고’ ‘2012 어깨동무 산악회’ ‘100인 결사대’ 등 3개 손 전 대표 지지모임의 연합체다. 손 전 대표의 칩거 후 물밑행보를 이어왔으나 지난해 10월 재보선에서 손 전 대표를 도와 재보선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 외에도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재오사랑’, 유시민 전 장관의 ‘시민광장’,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창사랑’ 등이 잠룡들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팬클럽이 출범하기도 했다. ‘김문수와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의 모임(문수랑)’은 팬클럽 홈페이지를 열어 온라인 팬클럽 회원을 모집하고 있으며 지난달 22일 팬클럽 창단식을 가졌다.

문수랑 측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창립식을 가져 오해를 받을 수 있으나 팬클럽이 선거 과정에서 김 지사의 선거운동을 지원하거나 하는 정치적인 지지활동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정치적 역할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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