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 한나라당이 분당 위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당내의 양대 계파인 친이계와 친박계가 이 문제를 놓고 첫 ‘맞장토론’을 벌였다.
친이계 핵심인 차명진 의원과 친박계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이 20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설전을 펼쳤다.
이날 차 의원은 “세종시와 관련된 한나라당 당론도 사실 크게 한 번 바뀌었다. 최병렬 전 대표가 2003년 말 노무현 대통령의 ‘수도 이전법’을 당론으로 찬성했지만 2004년 9월 박근혜 전 대표가 7개 부처 일부 이전을 제안해 당론이 됐다”며 “헌법재판소의 수도이전 위헌 판결 이후 당 지도부가 (수정안을) 제기해 열린우리당과 9부2처2청을 옮기는 걸로 합의했다”고 몰아붙였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당론 수정을 제안했다는 주장의 90%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노무현 정부는 17개 부처 전부를 옮기자고 했지만 헌재의 위헌 판결로 그 법을 시행할 수가 없어 당시 우리가 5개 부처 이전을 주장했고 이후 많은 대화와 타협에서 결정됐다. 박 전 대표가 먼저 9개 부처 이전을 하자, 이런 얘기는 어디에도 없다”고 반박했다.
‘당론 변경을 위한 토론 필요성’에 대해 차 의원이 “2004년 박 전 대표의 일부 부처이전 제안 때에도 내부 토론, 격렬한 토론을 거쳐 당론을 결정했다”고 주장하자, 이 의원은 “이 사안 일부를 수정한다고 하면 왜 토론하지 못하겠느냐, 그러나 이건 백지화”라고 맞받아쳤다.
두 사람의 입심 대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차 의원이 세종시 원안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면서 “세종시 원안은 수도 분할이다. 과천이나 세종시나 거기가 거기 아니냐고 하는데, 현실을 잘 보셨으면 한다”고 반문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수도 분할이라는데, 서울과 과천, 대전에 정부청사가 나뉘어있어 나라가 거덜 났나 아니면 비효율이 생겼나”라면서 “우리 IT기술이나 정보화에 대해 너무 낮게 평가하면 안 된다”고 되받아쳤다.
그러자 차 의원은 “인터넷 채팅으로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서 사랑이 되나. 만나서 별을 따야죠”라며 ‘뼈 있는 농담’으로 일침을 가했다.
국민투표, 무기명 비밀투표 등 당론 결정 방법과 관련, 차 의원은 “국민투표까지는 어려워도 일단 당론 정도는 내부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고 공격하자, 이 의원은 “당정청 회의 등 그 많은 기회 때 왜 토론 안 하고 지금 토론을 이야기하느냐”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