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박근혜 세종대첩 막전막후

2010.01.19 10:20:00 호수 0호

하늘에 두 태양은 없다 “쳐라”



세종시 수정안 발표 후 이명박·박근혜 다른 행보
친이·친박계 심장부 십자포화, 날 선 공방전 지속 

세종시를 사이에 두고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전운을 불태우고 있다. 현재권력인 이 대통령과 미래권력인 박 전 대표가 대규모 충돌을 예고하고 있는 것.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된 후 전면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이 대통령이 여론의 추이를 살피기 위해 시간을 두면서 친이계와 친박계간 대리전만 팽팽하게 전개되고 있다. 정치권은 현재까지 세종시 정국을 ‘폭풍전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친이계와 친박계 사이에 작은 소요가 일기는 했지만 진짜 승부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지원군을 모으며 여론이 반전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이 대통령과 친박계를 다잡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충돌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세종시를 둘러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격돌이 초읽기 수순에 돌입했다. ‘원안대로는 갈 수 없다’는 이 대통령과 ‘국민과의 약속을 무시하고 세종시를 수정할 수 없다’는 박 전 대표의 확고부동한 의지가 발화점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되기 전 정가에서는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을 강행할 가능성을 반반으로 봤다. 의지는 강하지만 반대여론이 수그러들지 않는다면 포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세종시 수정안 발표와 함께 청와대와 친이계에서는 ‘포기란 없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종시 수정 폭풍전야
한나라당에 비구름 몰려

여권 한 인사는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을 포기할 가능성을 ‘0’으로 봤다. 이 인사는 “이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에서 ‘이명박식 문제해결법’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줄 것”이라며 “서둘러,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다. 국민들이 세종시 수정안에 무엇이 담겼는지 조목조목 따져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뚝심있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이 직계인 정두언 의원도 “끝까지 주민들이 반대한다 해도 원안대로 갈 수는 없다”며 수정안 시행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역 주민들을 이해시킬 자신이 있다”는 것도 이유지만 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과학비지니스벨트가 세종시 수정을 위한 사전 포석이었을 정도로 세종시 수정에 많은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세종시 수정안 발표 후 박 전 대표가 강하게 반발하는 등 반대 여론이 강하게 일자 이 대통령은 일단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민들에게 세종시 수정의 필요성을 설득하기 위해 계획했던 특별기자회견을 무기한 연기한 것. 충청지역을 방문해 충청민들에게 세종시 수정안을 설명하는 일정도 뒤로 미뤘다.

원로 인사들과 만나서도 세종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박 전 대표와의 회동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눈이 올 때는 쓸지 말라’던 옛 말처럼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비판이 끝없이 쏟아지는 와중에 ‘번거로운 수고’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박 전 대표는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된 후 발언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수정안에는 원안은 다 빠지고 +α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한 약속을 어기고 신뢰만 잃게 됐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정부 수정안과 관련, “사실 그런 내용은 행복도시특별법의 자족도시 내용에 이미 들어 있고, 원안의 내용 또는 플러스알파 범위 내에서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라며 평가절하했다.

충청권의 여론이 세종시 수정 쪽으로 돌아선다고 했을 때의 입장에 대한 질문에는 “내 입장은 변함없다”고 단칼에 잘라냈다.

박 전 대표는 “국민과 약속을 여러 번 했고, 법으로 제정된 것을 나한테 설득하겠다고 해서 충청도민을 먼저 설득하라고 말한 것인데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라는 말뜻을 못 알아듣는 것 같다”고 이 대통령과 정부, 친이계에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 발표 후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사이의 ‘손뼉소리’는 크게 울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폭풍’이 몰아닥칠 조짐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친이계 인사들이 세종시 수정안 발표를 앞두고 박 전 대표를 비판한 것이 그 시작이다.

정태근·김용태·진수희·정두언 의원은 세종시 문제에 대한 박 전 대표의 태도를 지적했다. 세종시 수정안이 나오고 이에 대한 당내 논의가 이뤄지기도 전에 원안 고수만을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전류 흐르는 친이·친박
특명 ‘주군을 지켜라’

정태근 의원은 “해당행위”라며 “지도자의 오만함이 당의 존립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박 전 대표가 헤아려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용태 의원은 “당론 수렴도 거부하는 것은 신뢰가 아니라 아집”이라며 “그 아집은 국가와 충청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파 관리로 의심받기에 충분하다”고 날을 세웠다.

진수희 의원은 “야당과 똑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조금 다소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박근혜 전 대표님께’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을 올렸다. 정 의원은 이 공개서한에서 박 전 대표를 ‘제왕적 총재보다 더한 인물’로 몰아붙였다.


친박계는 이를 ‘친이계의 조직적 인신공격’으로 규정하고 반격에 나섰다. 이성헌 의원은 “말싸움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나, 세종시 문제에 관한 한 ‘제왕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이는 오로지 대통령 한 분뿐”이라며 정두언 의원의 비판을 그대로 되돌렸다.

이 의원은 “지금의 당론은 당시 한나라당의 민주적 의사 결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당론을 수정하고자 하는 시도는 ‘제왕적 대통령의 소신’이 출발점이요 종착역이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적 당론’을 외부에서 리모트콘트롤된 ‘비민주적 당론’으로 바꿔서는 곤란하다는 박 전 대표가 ‘제왕적 태도’를 보인다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상황 인식 능력에 심각한 하자가 있거나 정치적 판단력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밖에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정현 의원은 “5년간 5조4000억원을 투입해 이미 예산이 집행되는 사업인데, 이것을 하루아침에 뒤엎는 바람에 온 나라가 소용돌이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의원도 세종시 수정안을 “국민혈세로 재벌에게 특혜를 주는 정경유착”이라고 평하면서 “친이계가 숫자가 많은 만큼 수정안을 당론으로 결정하면 어쩔 수 없지만 나는 수정안이 당론으로 결정되더라도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시 정국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파워게임’뿐 아니라 한나라당의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파괴력을 안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을 두고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이 충돌하면서 ‘줄 세우기’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찬반 의견은 개인적 소신은 물론 곧 있을 지방선거와 19대 총선, 대선에서 취할 ‘역할’까지 생각하게 하고 있다.

한 언론사가 지난 14일 국회의원 298명 가운데 한나라당 103명, 야당 102명 등 총 2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이가 62.9%(129명)로 찬성(30.2%, 62명)을 앞질렀다.

특히 친이계 의원들은 대부분 찬성(91%)했으며 친박계 의원들은 답변을 유보한 3명을 제외하고는 전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어떤 계파에 속해있느냐에 따라 찬반 의견이 나뉘었다는 것이다.

정가 한 인사는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원안 추진을 강하게 강조하고 있는 데는 당 의원들을 향해 ‘태도를 분명히 하라’는 뜻도 배어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 한나라당에서 친이계는 85명 안팎, 친박계는 60명 안팎, 중립 성향 의원은 25명 안팎 정도”라며 “세종시 정국에서 누가 더 큰 정치적 파워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주이야박’ ‘월박’ 의원들의 움직임이 일어날 것이고, 한나라당 계파 구도도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은 범친이계로 분류되던 의원 중 몇몇 인사들이 친박계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친이계라는 이름으로 묶여있기는 하지만 개개인의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함이 없는 이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친이계의 중심축이었던 이재오 권익위원장과 이상득 의원의 위상이 이전만 못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각개약진하는 친이계 인사 중 일부가 박 전 대표에게로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세종시 ‘줄 세우기’
신계파지도 만들까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전 대표를 찾는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지난 대선에서 박 전 대표가 패한 원인 중 하나가 ‘중립지대’를 뒀다는 점이라는 것을 비춰봤을 때 박 전 대표도 세종시 정국을 통해 ‘내 사람’이 누구인가를 명확하게 하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는 없다”면서 “세종시 정국에서 나타나는 민심과 당심이 이 대통령에게 조기 레임덕이 찾아들지, 박 전 대표의 대권가도가 흔들릴지를 알려줄 풍향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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