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노무현 사후 경쟁 막후

2010.01.19 10:05:00 호수 0호



출판, 노무현·김대중 강좌 통해 추모 지속
비슷한 시기 서거 1주기, 행사마다 비교돼

살아서 못다 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잇따라 세상을 떠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다. 생전에 ‘협력자’이면서도 ‘경쟁자’였던 둘의 관계처럼 동교동계와 친노 진영은 이들의 ‘추모’를 놓고 묘한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서적이 봇물을 이루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관련된 책이 서점가를 점령하는 식이다.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 후 이어지는 추모 열기 속에서 보일 듯 말 듯 이어지고 있는 신경전을 쫓았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추모가 계속되고 있다. 서거 직후의 열띤 분위기는 아니지만 생활 곳곳에서 이들을 기억하고 그들이 남긴 사상·정신·업적을 이어가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추모 열기는 서점가에서 먼저 번져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후 서점가에 연일 노 전 대통령 관련 서적이 쏟아진 것.

DJ·노무현, 문화코드로

노 전 대통령과의 사흘간의 인터뷰를 담은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노 전 대통령의 육필원고와 미공개 육성기록이 담긴 마지막 회고록 <성공과 좌절>, 진보주의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고민이 서려있는 <진보의 미래>가 서점가를 점령했다. 여기에 생전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을 모은 사진집 <사람 사는 세상 노무현>과 달력도 화제를 모았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참여정부 보좌진 출신 학사와 진보진영 학자 등 30여 명과 공동으로 토론하고 집필하려 했던 <진보의 미래>는 지난해 나온 1권에 이어 2, 3권이 준비 중이다. 또한 유시민 전 장관이 노 전 대통령의 자서전 마무리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친노 인사들의 잇단 노 전 대통령 관련 저서 출간에 동교동계도 서점가를 눈여겨보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경우 잠언집 <배움>, 1994년 정계은퇴 뒤 쓴 첫 자서전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옥중서신> <김대중 행동하는 양심으로> <대중참여경제론> 등 본인의 저서가 다시 개정 출판되는 것이 주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부터 준비한 김 전 대통령의 자서전이 출간을 앞두고 있기는 하지만 측근 인사들의 숨결이 닿은 책들은 드문 편이다.


정가 한 인사는 “동교동계 인사들은 이미 수많은 저서를 통해 김 전 대통령과의 일화나 그의 삶, 사상, 정책에 대해 논했다”면서도 “친노의 움직임에 ‘자극’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시인 157명과 작가, 화가, 서예인 등 문화예술인 162명이 추모 헌정시집 <님이여, 우리들 모두가 하나되게 하소서>가 출판됐다. 또한 최경환 전 대통령 비서관도 ‘김대중 리더십’을 주제로 하는 책을 준비하고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을 향한 추모는 문화제와 음반, 영화를 통해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두 전직 대통령 모두 문화에 관심이 많았을 뿐 아니라 대중과 소통하려 했던 만큼 다양한 형태로 추모 열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긴 ‘정신적 유산’은 다양한 강좌를 통해 대중에 전해지고 있다.
친노 인사들은 노 전 대통령의 유지를 잇기 위해 ‘시민강좌’를 준비했다.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과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이 공동운영하고 있는 ‘노무현 시민학교’에서 시민주권과 역사에 대해 논하고 있는 것.

친노 인사들이 직접 강사로 나선 ‘노무현 시민학교’는 1기 시민주권강좌와 지역순회강좌에 이어 2기 역사강좌까지 마무리한 상태다. 올해에는 ‘경제강좌’와 ‘외교·통일강좌’ ‘진보의 미래 강좌’ ‘1박2일 봉하 캠프’ 등 다양한 시민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시민학교 운영의 노하우를 축척해 중장기적으로 ‘노무현 스쿨’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질세라 김대중 도서관도 오는 2월4일부터 6주간 ‘김대중 배우기 강좌’를 개설한다. 김 전 대통령의 사상과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자리를 마련한 것.

김성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장은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 다양한 정치적 평가가 나왔지만 서거 이후 민주주의, 남북관계 등에서 김 전 대통령이 한국 역사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을 부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며 “대통령 김대중의 업적보다는 인간 김대중, 그가 추구했던 가치와 정신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고 강좌의 배경을 설명했다.

기수를 이어가고 있는 ‘노무현 시민학교’처럼 ‘김대중 배우기 강좌’도 횟수를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두 전직 대통령을 기리는 장기플랜도 준비 중이다. 친노 진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재조명할 수 있는 서적을 출간하고 노무현 시민강좌를 지속하는 것 외에도 1주기 추모행사, 다큐영화 제작 등을 준비하고 있다. 노무현대통령기념사업회는 노무현 도서관(기념관) 건립을 위해 모은 20억원에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올해부터 2012년 사이에 기념관을 건립할 예정이다.

추모 장기플랜 진행 중

얼마간의 차이를 두고 1주기를 맞을 김 전 대통령 측도 각종 행사 준비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비슷한 시기에 서거하는 바람에 추모 행사나 분위기 등이 비교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해도 은근히 서로의 눈치를 살피게 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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