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중반 들어선 MB, 4대강·친서민 행보 가속
3년차 권력게이트 재발 방지 위해 총력 예방조치
세종시로 정국 주도, 지방선거 반전, G20으로 역전
경인년 이명박 정부는 집권 3년차를 맞는다. 5년 단임 대통령제 아래서 이른바 ‘꺾이는’ 해 이다. 이명박 정부의 권력을 놓고 구심력과 원심력이 정면충돌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갈등이 본격화되고 권력의 끈이 느슨해지면서 ‘집권 3년차 증후군’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는 것.
이에 정치 전문가들은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상황에서는 ‘집권 3년차 증후군’을 피해가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른바 MB식 강경 드라이브로 이 증후군을 떨쳐 내고자 하는 걸까.
이명박 정부의 집권 3년차가 되는 2010년 경인년은 새해 벽두부터 메가톤급 이슈가 맞부딪치는 혼돈의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가장 큰 이슈는 6·2 지방선거다. MB정권 첫 전국단위 선거로 정권 중간평가이며 대선 전초전인 6·2 지방선거가 올해 딱 한가운데를 차지하면서 여야 간의 주도권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양상이다.
정치 캘린더를 보면 ▲1월11일 지방선거와 2010 정국기상도 변화에 열쇠가 될 ‘세종시 최종 수정안’ 발표 ▲2월 개각설 ▲2월25일 이명박 대통령 취임 2주년(집권 3년차) ▲2~3월 여야 조기전당대회 또는 7월 정기전당대회 ▲5월 국회의장 및 한나라당, 민주당 원내대표 선출 ▲6·2 지방선거(후보등록 5월18∼19일, 선거운동 5월20일~6월1일, 13일간) ▲7월28일 재보선 ▲11월에는 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된다.
‘거침 없이 달린다’
4대강·친서민 행보 가속
이외에도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도 있어 올해는 MB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한해가 될 전망이다. 특히 전반기에는 지방선거와 당권전쟁, 원내지도부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고 지방선거 이후 후반기에는 개헌론과 선거구제 개편 및 행정구역 개편론이 이어질 전망이어서 여야의 세 싸움과 각 정파 간의 이합집산 및 ‘잠룡’들의 대권 각축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3년차를 맞아 새해에도 거침 없는 행보와 함께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새해 벽두부터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2009년 어려운 한해를 국민 모두가 합심을 해서 비교적 성공적으로 보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하면서 “공직자들은 특히 국무위원들은 상반기까지는 더 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긴장함으로써 모든 분야를 더 철저히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군기잡기’와 함께 ‘결과물’에 대해 강조한 것.
그러면서 4일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더 큰 대한민국’의 비전으로 집권 3년차의 국정구상을 밝혔다. 특히 G20 정상회의를 기폭제로 대한민국을 선진국 대열에 올려놓고 ‘코리아 프리미엄’을 극대화하는 ‘국격 높이기’ 프로젝트에 들어간다는 것.
또 MB의 히트작 ‘친서민 중도실용’ 노선을 보다 구체화하면서 일자리 창출, 미소금융, 보금자리 주택 등 국가 차원의 복지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도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서 이 대통령은 “지역의 일자리와 소득창출을 위한 획기적인 전기가 될 수 있도록 지역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 반영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강력한 추진 의사를 거듭 확인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집권 3년차에 발전하게 되는 이른바 권력형 게이트 재발 방지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집권 3년차 증후군’의 시작은 권력형 비리에서부터 기인한다. 역대 정권들이 집권 3년차부터 힘이 빠지는 원인이 되었던 것이 친인척 및 측근 비리다.
YS 정부는 고강도 사정(司正)과 세계화 추진을 통해 집권 초기 높은 지지를 얻었으나 집권 3년차인 1995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말았다. 당시 신생 자민련에 대전·충청권과 강원지역을 내줘야 했다. 이후 김현철 게이트와 각종 측근비리가 터지자 민주자유당에서 신한국당을 바꿨으나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했다.
DJ 정부도 환란 극복과 새천년민주당 창당,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는 듯했다. 하지만 집권 3년차인 2000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밀려 제1당에 올라서지 못했으며, 이후 잇따라 터진 친인척 및 측근 비리로 정국 주도권을 빼앗겼다.
노무현 정부 역시 2004년 총선에서 탄핵역풍을 업고 승리했지만 ▲4대 개혁 입법 차질 ▲대연정 추진 실패와 함께 연이은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하며 급속도로 레임덕(권력누수현상)에 빠져들었으며 당시 측근비리와 바다이야기 사건으로 힘을 잃고 말았다.
이것을 감안이라도 하듯 이재오계의 좌장인 공성진 의원을 첫 타깃으로 삼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앞으로 있을 권력형 비리에 대해 측근과 여권 핵심부에 대한 경고성 차원이라는 것.
이와 함께 친노세력 견제와 한명숙 전 총리를 이용한 ‘정세균 목덜미 물기’의 미끼라는 게 정치권의 반응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MB에게 있어서 민주당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라면서 “그 중심에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있다. 정 대표가 주요 현안에 대해서 발목을 잡는 것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희생양’이 필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공 의원은 측근들에 대한 권력 남용 경고와 함께 정세균 잡기에 유용하게 이용된 것이 아니냐는 ‘희생양’설이 떠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공성진 희생양?’
두 마리 토끼 잡다!
아울러 MB는 역대 정권과 달리 이른바 ‘사정의 칼날’을 집권 3년차에 쓰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정부는 토착비리 근절을 위해 단단히 칼을 빼 들 전망이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정부 부처들이 새해 업무보고를 통해 앞 다퉈 토착비리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30일 업무보고에서 장기근무 등에 따른 비리 개연성이 있는 지자체 공무원 2000명을 상반기까지 다른 광역·기초 자치단체로 전근시키기로 했다.
이뿐만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2인자로 불리는 이재오 전 의원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위원장으로 앉혀 올해 7월까지 사정 칼날을 진두지휘할 수 있도록 힘까지 실어주고 있다.
이에 이 위원장은 ‘공수처(공직부패수사처)’ 신설까지 주장하면서 ‘공무원 군기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양상이다. ‘공무원 토착비리’의 발본색원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주도적으로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검찰과 경찰은 이보다 더 충성심을 보이고 있다. 법무부는 아예 전국 주요 고검 및 지검에 전문수사팀을 만들어 2012년까지 토착 세력의 이권 개입과 공무원 비리를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3년차 권력증후권’의 권력누수와 정권 중기에 있을 각종 비리와 게이트에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대통령의 집권 3년차 시작은 ‘세종시’다. 새해부터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정권의 명운을 건 정면 승부를 펼쳐야 한다.
‘여여 내전’ ‘여야 대치’ ‘충청과 전면전’이라는 3중 전선을 돌파하며 수정안을 관철시키겠다는 것은 정권의 명운을 걸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도 이에 대해 정면승부수를 띄웠다. ‘세종시 문제는 정 총리의 책임이 아니라 대통령 책임’이라며 정권 차원의 승부수임을 선포한 것. 그만큼 수정안 성공에 자신감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자신감은 50%대 이상의 국정지지도와 50~60%대의 세종시 수정안 찬성여론에 있다. 최근 발표된 신년 여론조사를 보면 4일 발표된 <한겨레신문>와 리서치플러스의 여론조사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56.7%로 지난해 말 UAE 원전수주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50% 이상을 기록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연말 조사된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는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51.6% <한국일보> 조사에서는 49.8%로, 부정적으로 평가한 44.6%를 앞질렀다.
‘세종시 수정’여론도 50~60%대를 기록하며 수정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해 12월30~31일의 SBS 여론조사에서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서 찬성이 52.6%, 반대가 36.5%로 나왔다.
다만,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도가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보다 낮게 나오고 있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 1일 <동아일보>, KBS 여론조사 정당지지도는 한나라당 34.1%, 민주당 26.5%, 친박연대 5% 등의 순이었다. 같은 날 SBS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이 35.4%, 민주당 21.2%, 민주노동당 4.2%, 친박연대 2.7%, 진보신당 2.3%, 자유선진당 2.2%의 지지율을 기록해 이 같은 추세를 반영했다.
세종시 정면돌파
“지방선거도 잡겠다”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낮은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이 대통령에게는 ‘홀가분한 마음’도 작용하고 있다. 미디어법, 4대강 예산안, 노동법 등 모든 국정 쟁점 현안이 이 대통령 생각대로 국회를 통과해 국회가 국정의 발목을 잡을 일이 없어졌기 때문.
아울러 이 과정에서 여권은 친이-친박의 계파갈등을 잠시 종식하고 계파통합력을 보여 MB의 ‘당 장악력’이 유감 없이 발휘됐다.
반면 야당은 ‘힘과 리더십의 무력한 한계’를 국민 앞에 여실히 보였다. 특히 노동법 통과는 민주당의 ‘추미애의 배신(?)’때문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은 내분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재보선 참패와 세종시, 4대강의 정치적 대치로 인해 이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가능성이 거론되었던 것이 ‘UAE 원전수주’와 새해 예산안 통과, 신년 여론조사로 한 방에 날아갔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기세를 몰아 올해는 지방선거 승리를 거머쥐어 정권재창출의 기반을 마련하고 G20 정상회의를 통한 경제 살리기와 남북정상회담 성사까지 이뤄내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