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분당 시나리오 입체분석

2009.12.15 09:53:02 호수 0호

친이·친박 ‘두나라당’한집살이 청산한다



“친이·친박 ‘두나라당’ 한집살이 끝나간다” 분당설 솔솔
MB 세종시 강행, 당론 변경하고 친박계 강제 출당설까지

한나라당 안팎에 분당설이 파다하다. 지난 대선을 거치며 쌓인 앙금은 같이한 수많은 날들 속에서도 퇴색하지 않고 있다. 친이계와 친박계 모두 당 화합을 이뤄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세부적인 인식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선점한 정치적 위치도 변함이 없다. 이 대통령은 ‘나를 따르라’고 외치고 있고 박 전 대표는 ‘내 살길은 내가 찾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게다가 세종시 정국을 거치면서 계파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언제’라는 문제가 남았을 뿐 ‘왜’라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

한나라당 내부 분위기에 대한 정치권의 평이다. 이처럼 한나라당 분당에 대한 시각은 명확하다. 수많은 사건을 거치면서 금이 가기 시작한 친이계와 친박계 사이에서는 더 이상 굳건한 신뢰를 찾아보기 힘들다. ‘한나라당’이라는 말보다는 ‘두나라당’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상황이다.

당의 화합을 바라는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지만 정치권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말이 수차례 거듭된 관계에 일시적인 고통완화 효과만을 주는 진통제가 통할 리 없다는 것이다.

최근 세종시 정국이 이어지면서 당 안팎에서 괴담 수준의 분당 시나리오까지 떠돌고 있다. 세종시 수정을 두고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팽팽히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이·친박 분당설
불협화음 때마다 ‘시끌’


이 대통령은 내년까지 세종시 수정안 발표를 미룬 채 여론의 추이를 살피고 있다. 하지만 그 뒤로 ‘강행처리’라는 돌진 깃발이 넘실대고 있다. 반면 박 전 대표는 ‘원안+α’ 입장에서 한 치 움직임도 없는 상태다. 때문에 당 안팎에서 세종시가 당을 가를 최대 변수가 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세종시에 향후 정국을 건 이 대통령이나 정치생명을 건 박 전 대표나 ‘회피’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지난 대선을 거치며 움튼 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정치적 대립이 격해질 때마다 정가 안팎을 진동시켜 온 한나라당 분당설도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분당설 중 최근 정치권의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은 ‘친박 출당설’이다. 이는 이 대통령과 친이계의 세종시 수정 강행처리를 전제로 한다. 실제 이러한 분위기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이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사실상 세종시를 수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최근에는 친이계 측근들과 비밀리에 회동을 가지려다가 언론에 노출돼 취소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모임을 두고 이 대통령이 친이계에 세종시 수정 문제의 설득과 ‘단일대오’ 유지를 부탁하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와 장광근 사무총장은 지난달 세종시 당론의 변경 가능성을 전제한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정가 한 인사는 “현재 한나라당의 당론은 ‘원안 추진’”이라면서도 “의원총회에서 의결을 하면 이를 수정할 수 있다. 친박계의 반발을 감수한다고 했을 때 다수인 친이계 만으로 표결을 통해 당론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또 “국회에 법안을 상정, 표결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친박계가 ‘다른’ 움직임을 보이면 강제적 당론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 대상이 될 것”이라며 “당론, 법안처리과정에서 친박계가 민주당 등 야당과 연대하는 모습을 보이게 하면 ‘친박 출당’에 대한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 의원들이 당론에 반기를 들면 출당을 시키고 친박계와의 동거를 마무리 한다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시나리오에서는 친박계가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연출된다. 분당설이 ‘기점’이 되는 것은 세종시 수정안 발표다. 이것이 박 전 대표가 바라는 ‘원안+α’가 되느냐, 이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으로 나오느냐 하는 점이 가장 큰 변수다.

하지만 사실상 ‘세종시 수정안’이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견해다. 그리고 이 경우 박 전 대표는 정치 생명을 건 도전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았던 단 하나의 소신이 부정됐기 때문이다.

친박계가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해도 수적 우위에 따라 수정안은 통과될 공산이 크다. 절차상의 문제와 수정안의 허점을 지적하더라도 눈과 귀를 막고 돌진하는 불도저를 막기는 어렵다. 그리고 박 전 대표는 자연스레 당내에서 설 곳을 잃게 된다.

원칙 갖고 나서서
지방선거 친박 돌풍

이렇게 해서 나오는 것이 박 전 대표와 친박계의 탈당으로 인한 ‘친박 신당설’이다. 친박계가 신당을 구성하게 되면 한나라당에 속해 있을 때는 억눌러야 했던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에 자유로울 수 있다. 이 대통령과 본격적으로 날을 세우며 차기 권력의 영향력을 일찍부터 발휘하게 된다.


지방선거 전 탈당과 신당 창당까지 일련의 상황이 거침없이 전개될 경우 ‘친박신당’의 지방선거 참여도 가능하다. 박 전 대표의 이름으로 지방선거 출마자들을 모으고 선거에 나서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이 경우 박 전 대표의 ‘흥행파워’에 대해서는 정치권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최악의 상황에 내몰렸을 때 ‘선거의 여인’이 된 정치인이다. 당내에서 ‘살아 돌아오라’는 한마디로 18대 총선에서 ‘친박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는 세종시 정국으로 인해 한나라당과 자신의 텃밭인 영남뿐 아니라 충청지역까지 영역을 넓힌 유일무이한 ‘전국구’가 됐다”며 “최악의 상황에서도 연전연승을 거뒀던 박 전 대표의 선거에 대한 영향력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위협할 만한 위력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주당이나 동교동계, 자유선진당과의 ‘반MB 연대’도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친박계를 ‘추운 바깥’으로 내몬 세종시 정국은 이미 ‘반MB 연대’로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전 탈당한다는 시나리오와는 반대로 지방선거 후 탈당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나올 때 나오더라도 ‘실리’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한나라당 시도당위원장 중 친박계는 반 정도 된다. 당 의원 중 친박계가 차지하는 비율을 봤을 때 친박계가 상당한 세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방선거는 시도당위원장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때문에 정치권 몇몇 인사들은 지방선거에서 전열을 흐트러트리기보다는 공천 과정에서 있을 불협화음을 탈당의 원동력으로 삼자고 주장한다. 지방선거를 통해 전국에 친박계의 세를 넓히고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이, 친박계의 갈등이 다시 한번 불거지게 되면 친박신당으로 이동을 한다는 것이다.

“‘탈당’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한 정치분석가는 “이 대통령이 자신이 살아있는 권력일 때도 품지 못한 박 전 대표에게 권력을 넘기려 하겠냐”고 주장했다.

그는 “현역에 있을 때도 품지 못한 박 전 대표를 자리에서 물러난 후 안을 수 있을 리 없다”며 “퇴임 후를 생각한다면 박 전 대표에게 권력을 넘긴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대통령은 대선이 가까워져서야 후계구도를 본격화하는 것으로 권력의 누수현상을 최대한 막으려 할 것”이라며 “하지만 후계구도가 서기까지 정운찬 총리와 정몽준 대표 그 외의 측근들까지, 박 전 대표에 맞설 수 있는 이를 후보감으로 성장시킬 시간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탈당설에도 불구하고 ‘태풍의 눈’에 서 있는 친이·친박계는 담담한 분위기다. 일부에서 탈당과 친박신당을 주장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 친이계 중진 의원은 세종시 논란이 분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지금까지 몇 차례 분당 위기가 있었지만 긴급한 위기 속에서도 40% 이상의 지지를 받은 유일한 정당이 되었다”며 “(분당 위기는) 지금으로서는 전무하다”고 강조했다.

회색지대에 있는 수도권 중진 의원은 “절대 당이 깨지는 일은 없다”며 “이미 지난 정권을 통해 집권여당의 분당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에 대해 학습했다. 친이, 친박계가 당이 쪼개지는 데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지 않을 리 없으며 중립에 선 이들도 밥그릇을 깨지는 일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내부에서도 ‘파국’은 피하자는 인식이 적지 않다. 현 정부가 흔들리면 차기 주자도 좋을 게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 친박 의원은 “박 전 대표도 현 정권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대표주자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당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당을 나갈 리도 없고 친이계도 당을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정치적 계산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당적 변경을 바라지 않는 유권자를 의식한 행보이기도 하다.

이 관계자는 “유권자들은 당내에서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며 “기존의 당을 깨졌을 때 당에 남은 이들에 비해 밖으로 나온 이들에게 상대적으로 냉혹하다. 박 전 대표도 이를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탈당, 신당 창당 등의 주장에 쉽게 동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밥그릇 깰까 말까
친이·친박·중립 ‘안된다’ 한표

그러나 내부의 부인에도 불구, 분당 시나리오는 끝을 모르고 번지고 있다. 최근에는 친이계와 친박계가 ‘한나라당’을 둔 기 싸움에 들어갔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혼을 해야 하는데 ‘위자료’가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일부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친이계는 당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친박계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친박계는 집의 본 주인을 따져보자는 식이다. ‘폐업’을 앞두고 있던 당을 천막당사를 치고 선거를 이끌어 살려낸 이가 박 전 대표이니만큼 친이계가 당을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상황이 나쁘면 어떤 말이라도 과대해석된다”며 “계파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박 전 대표와 동교동의 ‘호남연대론’, 선진당과의 ‘충청연대론’이 제기된 것도 박 전 대표의 고립을 위한 ‘음모’라는 주장이 있을 정도”라고 고개를 저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