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성폭행 수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유아성폭행은 지속적으로 뉴스를 장식하는 ‘단골메뉴’가 되고 있을 지경이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람들은 한탄과 절망을 하지만 사건 소식은 끊이질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은밀하게 들려오는 동성끼리의 강간 사건이나 근친이 원인이 되는 사건도 발생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에 대한 법적 처벌은 미약한 경우가 적지 않다. 재판부야 정당한 ‘법적인 판단’을 했겠지만 그것이 일반인들의 ‘법 감정’에는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우울한 뒷모습이자 추악한 ‘막장 코리아’의 이면을 취재했다.
한 해 동안 성폭력 범죄 평균 1만 건 발생
인터넷 담론 한창인 근친상간 ‘해도 너무하네’
얼마 전 발생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의 원인이 밝혀지자 많은 이들이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자신의 아버지와 딸이 ‘관계’를 맺어왔고 그것 때문에 어머니를 살해하려는 사건은 있을 수 없는 천인공노할 일에 틀림없었다.
하루에 39명
성폭행 당해
딸은 원래부터 성적으로 다소 문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버지와 성인이 된 딸이 아무런 저항도 없이 서로 섹스를 나눴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놀랍게도 그런 일들이 한국 사회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의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 해 동안의 성폭력범죄는 평균 1만 건. 무려 하루에 39명의 여성이 범죄로 인해 고통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이 수치가 전체 성폭력 사건의 10%도 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결국 하루에 39명보다 ‘훨씬’ 많은 여성들이 사건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성폭력 범죄의 피해자가 되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게 마련이다. 수치심, 무력감, 우울증, 때로는 남성 혐오증에 자살충동까지 느끼게 된다. 겉으로는 정상인과 크게 다를 바가 없지만 당시의 범죄가 연상되는 특정한 상황이 연출되는 참을 수 없는 정신적 고통과 심리적 불안 증세를 보이게 마련이다.
또한 수사과정과 그 뒤의 상황들은 더욱 여성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부분이다. 수사를 당하면서 또다시 그 치욕스러운 과정을 반복적으로 떠올려야 하고 스스로가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에 가까운 취급을 받는 경우도 있다. 많은 여성들이 신고를 피하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이기도 하다. 처벌을 받은 후 남성들이 보이는 행동들도 여성들에게 고통을 준다.
지속적으로 직장에 전화를 걸어 힘들게 하거나 가족을 찾아가 욕설을 퍼붓고 협박을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경찰에 신고를 할 수 있지만 이제는 상대방을 자극하고 싶지 않아서라도 더 이상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사실 재판과정에서 가해자가 무혐의 판정을 받거나 설사 처벌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명 ‘단지사건’으로 불리는 성폭행 사건의 재판 결과 1심에선 가해자에게 7년형이 내려졌지만 2심에서는 무죄가 됐다. 이런 일은 실로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범죄예방 근본적
의식전환 필요”
경우에 따라 재판과정에서 판사들조차 ‘웬만하면 합의를 해서 합의금이라도 좀 받는 것이 어떠냐’고 권고하기도 한다는 것. 또한 판사의 성향에 따라 유죄와 무죄가 결정되는 시스템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성폭행을 당한 후 피해자가 가해자를 만났거나 혹은 일견 정상적인 생활을 한다고 해서 ‘무죄추정’을 하는 경우까지 있다.
아무리 ‘객관적인 사실’만을 따지는 법이라고 하더라도 서민들의 생활을 모르는 재판부의 판단은 한 여성에게 일생 동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일부 재판부에선 ‘처녀막 상실 진단서를 떼어오라’거나 혹은 ‘성폭행 당한 것이 전치 몇 주의 상처인가’를 따지는 경우도 있다.
20년 이상 흘러도
악몽은 ‘제자리’
물론 상처가 남았을 것이니 ‘전치 몇 주’라는 식으로 볼 수 있지만 이는 성폭행을 대하는 기본적인 자세 자체가 잘못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판사가 성폭행 사실을 ‘믿으면’ 유죄가 되고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무죄가 되는 식이다. 실제 국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범죄의 경우 기소율이 절반을 조금 넘어서는 정도다. 하지만 이렇게 기소가 됐다고 해서 무조건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무죄가 되는 경우도 있고 형량이 극히 낮은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정말로 ‘제대로 처벌을 받았다’고 하는 경우는 낮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재판부는 왜 이렇게 일반 서민들의 법 감정과 다른 판결을 내리는 것일까. 일단 이는 아직도 여전히 남아있는 재판부와 국민들의 남성중심주의적 사고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었다. 당시 놀랍게도 가해자 부모들이 피해자 부모들에게 큰소리를 치기도 했고 경찰이 피해자를 비난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이들은 이를 ‘함께 모여서 놀다보니 어쩌다 생긴 일’로 여기고 어른들은 ‘성폭행’을 얘기하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띤다.
아동 성폭력은 특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이 같은 충격적인 사건은 어른이 되어서도 결코 뇌리에서 잊히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친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여성, 오빠 친구에서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심지어 20년 이상의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당시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한다.
후유증 “섹스는 혐오스럽고 참아야 하는 고통”
의식의 전환 통해 문제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무엇보다 인간에게 허락된 쾌락인 섹스에 대해 극도의 혐오를 하게 된다는 것. 따라서 그들은 비록 배우자와 섹스도 하고 임신도 하지만 섹스가 삶의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참아내야 하는 고통’이 되어 버린다. 그러나 진정한 ‘막장 코리아’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은 다름 아닌 ‘근친’이란 키워드와 연결된 성적인 담론들이다. 현재 인터넷에는 일부 ‘근친’을 주제로 한 카페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렸을 때 혹은 현재의 근친 경험에 대한 자신들의 아픈 사연을 올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곳에는 사촌동생이나 친척과의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대한 내용도 있다. 현재 캐나다에 살고 있는 김모(33)씨의 사연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다. 사촌 여동생을 사랑하는 그는 급기야 한국에서 동거를 하기 시작했고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심지어 가족들에게 조차 짐승에 가까운 취급을 당한 것.
결국 그들은 동거까지 했지만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외국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이곳에 와서야 겨우 마음의 안정을 취했다. 근친의 굴레는 지옥보다 더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렇게 ‘진정으로 사랑’하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일지도 모른다. 이들 카페에선 자신의 근친경험담을 선정적으로 올리거나 심지어 ‘패륜’에 가까운 성행위 장면을 묘사하는 글들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네티즌들이 혐오감을 나타낸다.
카페회원인 이모(32)씨는 “아무리 장난처럼 쓴다고는 하지만 그런 글들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근친이라는 것은 그렇게 쉽게 묘사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닌가. 친척 혹은 가족 간의 섹스는 인류가 지켜야 할 마지막 금기이고 성적인 도덕에 있어서는 누구나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이어 “정부와 포털 관계자들은 특히 이런 근친과 관련한 카페에 대해선 단호하고 철저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이처럼 암세포와 같은 얘기들이 우리 사회를 더욱 좀먹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사고 자체를
바꿔야 한다”
우리 사회의 성적 위험 수위를 다시 정상적으로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판결과 단속도 중요하지만 남성중심주의적 사고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의식의 전환을 통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지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을 처벌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