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강타한 골프장 로비 의혹 미스터리 5

2009.11.17 13:10:44 호수 0호

친분만 있었고 로비는 없었다?



특혜 받은 골프장 마당발 회장, 정치권과 얽히고설키고
인허가과정 잡음 처리, 1600억원 대출 뒤엔 로비 있었다
여권 인사 4~5명 거론, 모임이나 행사 통해 금품 전달

골프장 로비 의혹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스테이트 월셔CC 공모 회장의 구속으로 시작된 로비 의혹은 공무원과 여권 현역 의원, 지자체장을 끌어들이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골프장 인허가 과정에서 났던 잡음들이 고스란히 의혹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인허가가 이뤄진 시기가 참여정부 초기였다는 점에서 의혹의 불길은 야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하지만 공 회장이 진술을 번복하고 있어 수사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 정치권은 이 사건과 관련한 수많은 의혹을 쏟아내기에 바쁘다.



‘천둥이 잦으면 비가 온다’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골프장 스테이트 월셔CC가 결국 탈 많은 비리의 온상으로 떠올랐다.

스테이트 월셔CC는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동평리에 위치한 49만평 규모의 골프장이다. 지난 2004년 4월 ㈜스테이트 월셔는 골프장 건설을 위해 부지 매입에 나섰고 2007년 5월 안성시로부터 사업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환경 영향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다 사업 승인과 함께 토지강제 수용권이 부여됐기 때문이다.

잡음 많은 골프장
탈 많은 비리 의혹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경기도지방 토지수용위원회를 상대로 위헌법률 심판제청 신청과 토지수용 결정 취소소송을 걸었다. 하지만 수원지법은 이를 기각했다. 지난해엔 녹색연합과 ‘공익성이 없는 골프장 사업자에게 토지 강제 수용권을 준 것은 위헌’이라는 이유를 들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내기도 했다. 사업 승인이 된 후 3년간 수많은 잡음이 골프장 주변을 울려왔던 것.

골프장과 관련한 의혹과 논란은 이곳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 공모씨의 구속으로 하나둘 풀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달 2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공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공씨는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경기도 안성에 골프장을 지으면서 토지 매입비 등 공사단가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101억여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돈이 정관계 인사들에게 제공되거나 로비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공씨가 골프장을 건설하면서 주민들의 반발로 인허가에 어려움을 겪었고, 뚜렷한 실적도 없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에서 1600억원을 대출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지역에서도 여권 실세와 가까운 사이라고 과시하고 다니는 등 정치권에서의 친분 관계를 확대해왔다는 점도 정치권 로비 의혹을 키우고 있다.

실제 공씨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 진영에 합류하면서 여권 인사들과 가깝게 지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후에는 한나라당 서울시당 부위원장과 정보위원회 상임위원직을 지냈다. 한나라당 미래위기대응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국회 위기관리포럼과 미래위기대응특위의 행사에 대부분 동행하기도 했다.

지난 5월18일 미래위기대응 특별위원회와 위기관리포럼이 합동으로 경찰특공대와 707 특전사 테러대응부대를 방문했을 때 자리를 함께 했으며, 지난 7월14일엔 특위와 포럼 위원들이 국가정보원 국가사이버안전센터를 방문하는 자리에 있었다.

정치권 마당발
어디까지 발 뻗었나

지난 7월27일부터 8월2일까지 특위와 포럼 소속 여야 의원들 12명이 ‘일본·중국 위기관리 시찰단’을 구성해 일본의 고베, 후쿠오카, 나가사키와 중국 상해 지역의 안보 및 사회 위기 대응 상황을 시찰할 때도 동행했다.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은평구민장학재단의 감사직도 맡아왔다. 지난 2007년 발족한 이 재단은 은평구에 거주하는 어려운 여건에 있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공씨는 이곳에서 2년 임기의 감사직을 맡고 있다.

그가 조성한 비자금 중 일부가 정치권에 흘러들었을 것이라는 의혹은 여권 인사 4~5명에게 3000만~1억원을 줬다는 진술이 전해진 후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공씨는 이들이 주관하는 모임이나 행사 등을 금전적으로 지원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스테이트월셔CC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에서 공씨가 두 현역의원과 중국 술집에서 찍은 사진을 확보했다.

공씨에게 금품을 제공받은 정치인으로는 서울과 경기 지역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한나라당 K의원, 영남권의 H의원, 지방자치단체장 L씨가 거론되고 있다. 이 중 K의원과 H의원은 공씨와 가까웠던 공성진 의원과 현경병 의원이라는 주장이 공공연하게 제기됐다.

공 의원은 공씨가 여권에서 자리를 잡고 인맥을 늘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서울시당 위원장 시절 공씨를 한나라당 서울시당 부위원장 자리에 임명한 것. 또한 공씨가 한나라당 정보위원회 부위원장과 상임위원장을 맡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공 의원은 친이계 중에서도 ‘이재오계’의 핵심 인물로 총선 후 이재오 전 의원을 대신해 계파를 책임지면서 당 내 위상이 급격히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이 전 의원의 유학을 결정했던 지난해 5월 이후 고액 후원자가 몰려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지난 3월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2008년 국회의원 후원금 300만원 초과 고액 기부자’ 명단에서 공 최고위원은 고액 후원금 순위에서 1억570만원으로 17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또한 공씨가 활발한 활동을 해 온 미래위기대응특별위원회와 국회 위기관리포럼도 공 의원이 맡고 있는 곳이다.

공 의원은 그러나 로비 의혹을 단호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공씨는 지난 대선 때인 2007년 9월께 만난 것이 처음”이라며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인허가 문제나 대출 문제 등은 2004년 노무현 정부 초기에 있었던 일로 나와 관계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현 의원도 “골프장 인허가는 2004~2007년 이뤄졌고, 나는 2008년에서야 공씨를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도 “공씨의 진술이 확인되지 않았다. 일각에서 의혹을 제기한 의원들을 곧 소환할 계획은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검찰은 공씨가 골프장 인허가를 받기 위해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관련 공무원 조사에 먼저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실세 이어 야권까지
골프장 로비 불똥 어디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번진 불길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친박연대 전지명 대변인은 9일 논평을 통해 “골프장 게이트는 이미 오래전부터 권력의 최고 실세 L모씨 등의 개입설이 나돈 사건으로 현 정권 출범 이후 가장 큰 권력형 비리사건이란 국민적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의혹을 증폭시켰다.

골프장 인허가가 지난 정부 때 이뤄졌다는 점에서 지역 정치인과 야당 의원들의 관련설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뚜렷한 실적은커녕 자본보다 부채가 많았던 ㈜스테이트 월셔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1600억원을 받은 것이나 인허가 문제에서의 로비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며 “지금은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조사로 시작하지만 ‘꼬리’가 어디까지 이어져 있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라는 말로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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