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이권 다툼 휘말린 ‘전 복싱챔피언’<몰락스토리>

2009.11.03 10:19:32 호수 0호

폭행에 마약 누명 ‘그 놈의 보상금이 뭐길래…

한때 세계챔피언으로 이름을 날렸던 전 복싱선수의 몰락이 알려져 팬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90년대 선수생활을 접은 뒤 잊혀졌던 이 선수는 최근 폭력배 사건에 연루되는 불미스런 일로 얼굴을 드러냈다. 재개발 보상금에 눈이 멀어 반대파에 마약 누명을 씌운 일당을 도와주다 덜미를 잡힌 것. 이 같은 세계챔피언의 비참한 말로에 스포츠팬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개발 보상금 독차지하려 반대파에 마약 혐의 누명 씌운 ‘양지회’
반대파 협박에 전 세계복싱챔피언 연루된 사실 드러나 철창 신세


지난 1980년 프로복서로 데뷔해 세계챔피언까지 거머쥐었던 백모(47)씨. 은퇴 후 팬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던 백씨가 얼굴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경찰서에서였다.
한국 최고 기록인 26연속 KO승을 거두고 WBA(세계권투협회) 슈퍼미들급 챔피언에 오르며 한국 권투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렸던 백씨의 혐의는 한 단체로부터 청탁을 받고 협박과 함께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 그가 휘말린 사건은 재개발 보상금에 눈이 멀어 반대파에 마약 누명을 씌운 ‘양지회’ 사건이었다.



“보상금은 다 내꺼야”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달 26일, 재개발 보상금을 둘러싸고 반대파에게 마약을 몰래 먹이는 등 모함한 혐의로 청송보호소 출신 모임인 양지회 회장 신모(69)씨 등 3명을 구속하고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백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10일이었다. 당시 송파경찰서 마약수사팀에 마약 투약과 관련한 제보가 들어왔다. 청송보호소 출신의 추모(55)씨 등이 히로뽕(메스암페타민)을 투약했고, 지금도 소지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제보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기엔 미심쩍은 부분이 눈에 띄었다.

먼저 제보자가 추씨와 마찬가지로 청송보호소 출신 모임인 양지회 소속이라는 것. 이들은 서로 폭행과 횡령 등의 사건으로 사이가 벌어져있어 일부러 누명을 씌우는 것일 지도 모른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제보 내용도 지나치게 구체적이었다. 가죽점퍼 안쪽 주머니에 마약이 있다는 등 매우 구체적이었던 것.
경찰은 수사 끝에 제보자들이 추씨 등에게 몰래 마약을 투약하고 옷 안에 마약을 숨겨놓은 뒤 마약 혐의로 신고를 한 사실을 밝혀냈다.

신씨 등이 같은 모임에 소속된 이들에게 마약 누명을 씌운 이유는 ‘돈’이었다. 양지회 회원들이 거처로 사용하는 장지동의 임시건물이 재개발지역에 들어가면서 2~3여 억원의 보상금이 나오기로 결정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이 소식을 접한 회장 신씨와 조모(63)씨 등은 보상금을 독차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문제는 신씨와 사이가 벌어진 추씨 등 3명이었다. 같은 양지회 소속이면서도 이들은 적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들의 사이가 나빠진 것은 1년여 전 부터였다. 양지회는 교회나 구청 등으로부터 기부금이나 후원 물품을 받아 회원들의 복지에 쓰고 있는데 신씨가 기부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쓰고 있다는 의혹을 추씨 등이 문제 삼았던 것. 이에 횡령과 폭행 등으로 소송을 하는 등 이들의 갈등은 날로 심화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보상금을 둘러싼 싸움이 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이를 사전에 차단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신씨 등은 먼저 특전사동지회 사업부장 배모(48)씨 등에게 청탁을 했다. 추씨 등을 협박해 보상금에서 떨어져나가게 해 달라는 것.

이 과정에서 전 권투선수 백씨가 연루됐다. 배씨는 백씨를 끌어 들여 지난 9월10일 추씨 등을 찾아가 “좋은 일 하는 신씨를 왜 못살게 구느냐. 맞을 짓 했으니 맞아야지. 산에 데려가 파묻어 버릴 수 있다”라며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의 협박은 효과가 없었다. 결국 신씨 일당은 또 다른 계획을 짰다. 추씨 등에게 마약을 투약했다는 누명을 씌우자는 것.

신씨 등은 지난달 4일 밤 11시쯤 양지회 사무실에 추씨 등 3명을 불러 이야기를 하다 히로뽕 0.24g을 추씨의 상의 안주머니에 몰래 넣었다. 또 이날과 지난 9일 2차례에 걸쳐 히로뽕을 섞은 음료를 추씨 등 3명에게 몰래 마시게 한 뒤 경찰에 제보를 한 것이 사건의 전말이다.
이 같은 불미스런 일에 휘말린 백씨는 아는 선배의 부탁을 들어줬을 뿐 복잡한 내부사정은 몰랐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챔피언의 몰락

백씨는 “재개발 보상금 같은 사정을 알았다면 근처에도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청탁을 받고 협박을 한 혐의는 엄연한 사실이다.
경찰은 신씨 등에게 마약류를 공급한 조모씨를 추적하는 한편 신씨가 양지회를 미끼로 후원금을 받아 가로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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