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택시기사들이 털어 놓은 진상손님<열전>

2009.10.27 09:40:28 호수 0호

“쫓아가서 패 주고파”

얼마 전 신문사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20대 후반이란 한 여성은 “‘꼴불견 택시승객들’에 대해 취재를 해달라”며 자신의 목격담을 털어놨다. 그 목격담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해도 너무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녀가 털어놓은 것은 정차한 택시 안에서의 과도한 애정행각. 그것도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진 그 실화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일요시사>는 이에 서울을 누비고 있는 택시기사들을 직접 만나 서울 밤거리 택시문화를 들어봤다.

3류 영화에서나 볼만한 진한 애정행각 “이건 아니자나~”
고성방가·무임승차 후 육탄공세·모욕감 등 “정말 싫어”


지난 10월13일 새벽 2시 서울 신촌. 이른 새벽이었지만 편도 2차선 도로에는 차량으로 가득했다. 1개 차선은 택시를 잡으려는 승객들이 점거하고 있었다. 때문에 도로에선 때 아닌 교통대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껴안고, 입 맞추고, 더듬고



그때였다. 정차되어 있던 차 안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남녀승객들이 눈에 띄었다. 뒷 좌석에 앉은 두 사람이 서로 키스를 나누는가 싶더니 스킨십의 농도가 짙어졌다. 급기야 이들의 손은 옷 안으로 사라졌고 그 행위는 보기가 민망스러울 정도였다. 처음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사람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택시 문을 두드리더니 일부 사람들이 문을 열고 이들을 끌어내렸다. 술에 취한 그들은 사태를 직감하고 그 길로 줄행랑을 놓아버렸다.

신문사로 제보를 한 이모(27·여)씨는 “사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지켜봤는데 그 행동에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이들의 행동을 제재하지 않은 택시기사도 이해되지 않을뿐더러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격적인 제보에 기자는 그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지난 10월19일 저녁 10시, 택시승객들이 비교적 많은 서울 영등포에서 택시를 잡아탔다. 행선지는 광화문.

택시기사에게 꼴불견 진상손님에 대해 물어봤다. 택시운전만 20년째 하고 있다는 송모(51)씨는 고성방가를 하는 손님을 꼽았다. 만취된 채 택시 안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 운전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간혹 손님 중에 자신이 운전하겠다고 덤빌 때 는 아연실색해진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한 번은 여대생 두 명을 태운 적이 있었다. 두 명 모두 만취된 상태였는데 갑자기 노래를 부르더니 시트를 붙잡고 흔들었다.

자제를 요청했지만 들을 리 만무했다. 그때 한 여대생이 나를 뒤에서 잡더니 ‘아저씨 담배 한 개만 줘봐’하는데 어안이 벙벙했다.” 저녁 11시 광화문에서 다시 신도림으로 가는 택시에 올라탔다. 15년째 택시운전을 하고 있다는 서모(42)씨는 ‘무임승차’를 가장 꼴불견으로 꼽으며 더욱 충격적인 얘기를 들려줬다. “목동에서 한 30대 후반의 여성을 태웠다. 그 여성은 처음 일산으로 가자고 해서 일산으로 갔다. 그런데 느닷없이 강화도로 행선지를 바꿨다. 손님도 없고 해서 더블요금을 받기로 하고 강화도에 도착했는데 요금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요금 대신 자기와 유희(?)를 즐기는 것으로 대신하자고 했다.”

서씨에 따르면 의외로 이 같은 유형의 여성들이 많다고. 동료들에게 들어보면 외로움을 타는 여성이나 실연 등의 아픔을 간직한 여성,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여성들이 이런 타입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일부 택시기사 중에는 이 같은 기회를 노리는 사람도 있다고 귀띔했다.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 신도림역 부근. 지하철이 끊기면서 택시승강장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택시잡기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사실 낮에는 우스갯소리로 ‘널린 게 택시’다. 그냥 서있기만 해도 여기저기서 먼저 태우려고 몇 대씩 몰려들기 일쑤다. 반면 밤만 되면 상황이 바뀐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입장이 완전히 달라진다. 손님이 택시에게 애원하듯이 태워달라고 매달린다. 웃돈을 주겠다고 하지만 그것마저도 쉽지만은 않다. 어렵게 차를 잡아도 합승은 기본이다. 그것도 세 사람까지 태워야 출발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같은 방향의 합승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택시기사들이 한쪽에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들에게 다가가 ‘꼴불견 진상손님’에 대해 물어봤다. 택시기사 정모(36)씨는 “승객 자신이 급하면 신호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과속을 요구하는 행위가 가장 싫다. 또 신호를 준수하고 규정된 속도를 지키면 요금 더 받아 내기 위해 고의로 천천히 가는 것 아니냐고 짜증을 부리는데 이 또한 꼴불견이다”고 성토했다.

옆에 있던 택시기사 최모(34)씨는 “도로 상황도 감안하지 않고 횡단보도나 교차로 등 아무 곳에서나 내려달라는 손님, 일방통행로 인줄 뻔히 알면서도 진입하라는 등 자신이 조금 편하자고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리는 아줌마들을 만나면 패주고 싶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택시기사 허모(43)씨는 술 취한 승객의 불결한 행위와 반말·구타 등 참기 힘든 모욕감을 주는 승객을 꼽았다.

그는 그러면서 “가장 황당한 경우는 목적지까지 점잖게 와서는 느닷없이 돈이 없어 요금을 못 준다고 버티는 승객이다. 특히 여자 손님일 경우 자칫 치한범으로 몰릴 수 있어 애먹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깨우려고 하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치한범으로 모는 경우도 많다. 일단 택시비를 안내기 위한 목적과 돈을 뜯어내기 위한 행동이다. 동료들 중에 꽃뱀에게 당해 큰 합의금을 문 경우도 많이 봤다. 그래서 이런 손님을 만나면 경찰서로 직행한다”고 설명했다.

“차비 없는데 전 어때요?”

제보를 받은 내용을 이들에게 얘기하자 정씨는 “그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우리는 스킨십 정도는 애교로 봐준다. 하지만 지나치게 과도한 스킨십을 할 경우 막막하다. 자칫 봉변을 당할수도 있기 때문에 ‘모르는 척, 안본 척’ 하면서 도착지까지 빠른 속도로 내달린다”고 씁쓸해 했다.

이들과 대화를 하는 사이에도 택시에선 여러 장면이 목격됐다. 술에 만취해 되새김질을 하는 승객, 남녀가 끌어안고 입맞춤을 하는 장면, 뒷자석에 여자 무릎을 베고 누워 있는 남자승객, 아예 택시 뒷자석을 안방으로 착각하고 일자로 누워버린 승객 등 서울 밤거리 택시문화는 꼴불견의 연속이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