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반기문 희비교차 속내

2009.10.20 10:11:59 호수 0호



정운찬, 인사청문회, 국감에 고고한 선비 ‘와르르’
반기문, 일찌감치 대선불출마, UN 사무총장 연임

정운찬 국무총리와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처지가 크게 달라졌다. 한때 야권 대선주자 영입 1순위로 나란히 거론됐던 두 사람이지만 둘의 다른 선택은 이들에게 한 발 나갈 때마다 더 깊어지는 의혹의 수렁과 재기의 발판이라는 갈림길을 선사했다. 정 총리는 야당의 실탄 공격이 쏟아지는 ‘정운찬 국감’에 이어 대정부질의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으며 반 총장은 대선불출마 선언으로 일찌감치 남은 임기의 고삐를 죄는 한편 재선을 향한 도약을 시작했다.



정운찬 총리와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정가의 화제가 되고 있다. 여러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지만 두 갈래의 길에서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정 총리와 반 총장은 충청권 인사로 폭넓은 인맥과 대중적인 인지도와 깨끗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정 총리는 경제전문가, 반 총장은 외교전문가로 통한다. 때문에 야권에서는 일찌감치 이들에게 러브콜을 보내왔다.

가속페달 or 브레이크

그러나 이들은 정치권과는 일정한 거리를 둬왔다. 정 총리는 지난 대선에서 불출마선언을 한 후 잇따른 물밑제의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으며 반 총장은 자신이 국내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것에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태도가 바뀐 것은 최근의 일이다. 정 총리가 9·3 개각을 통해 현 정부의 총리가 되는 길을 택한 것. 야권의 잠재적인 대권주자였던 정 총리의 반전에 가까운 선택에 여야 모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야권은 애써 씁쓸한 속내를 감췄고 여권은 정 총리의 능력 여하에 따라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뛸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반 총장은 대선불출마 선언으로 일찌감치 국내정치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는 올해 초 대선주자로 거론된 후 순식간에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 선호도 2위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이를 특별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그의 측근과 팬클럽이 반 총장의 대권 참여 가능성을 일축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의 영입을 두고 많은 이들이 물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와 함께 야권의 주요 영입 후보로 거론되던 정 총리까지 현 정부의 총리로 발탁되면서 반 총장을 향한 야권의 구애는 더욱 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은 결국 지난 9일 뉴욕을 방문 중인 외교통상통일위 소속 위원 8명과 만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국내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자신의 대선출마설을 공개적으로 부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앞으로 (대선에) 출마도 하지 않을 것이고, 사무총장으로서의 직무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제발 더 이상 정치권과 관련해 내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반 총장은 사석에서 “국내 정치는 국내 정치인들의 몫이다. 나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내 직무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공식적으로 이를 거론하기는 처음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반 총장이 사무총장 임기 5년의 반환점을 돈 상태에서 ‘UN 사무총장 연임보다 대통령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이 커지면 추진 중인 정책들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레임덕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반 총장은 자신이 대선출마설을 거론하는 것이 오히려 일을 키울 것이라는 생각에 언급을 자제해 왔으나 국내 정치 소식이 실시간으로 전해지면서 UN 사무총장 업무에 차질을 빚자 공개석상에서 본인의 대선출마설을 부인하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에게 10월이 새로운 도약의 달이라면 정 총리에게는 ‘시련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다. 정 총리는 힘겹게 치렀던 인사청문회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시작된 ‘정운찬 국감’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롭게 제기되는 의혹의 ‘실탄 공세’를 맞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의 겸직 논란이다. 정 총장은 인사청문회에서 교수 재직 시절 인터넷 서점 ‘예스24’ 고문직을 맡은 것이 드러나자 이 외에는 고문을 맡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감 과정에서 정 총리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고문, 청암재단 고문, 한국신용평가주식회사 설립이사로 재직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일본 대기업 CSK그룹의 연구기관인 ‘지속가능연구소(CSK-IS)’의 고문으로 재직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민주당 등 야당은 “이는 명백히 국가공무원법과 교육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이고 무엇보다 국민들이 지켜봤던 인사청문회에서 뻔뻔하게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설상가상으로 말도 안 되는 해명을 통해 국민을 기만하기까지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정 총리의 국감 증인 채택 문제로 교육과학기술위가 며칠 동안 파행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국감도 국감이지만 대정부질의에서도 정 총리에 대한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작은 같았으나 끝은?

정가 한 인사는 “정 총리와 반 총장 모두 야권이 탐내던 이들이지만 올해 10월은 이들의 운명을 가를 잔인한 달”이라며 “둘 다 대권에는 뜻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치권에서 완전히 멀어질 수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그는 “후일 이들이 어떤 행보를 걸을지 알 수 없지만 정 총리가 이번에 입은 상처는 생각보다 크다”면서 “일각에서는 자칫 했다가는 ‘자진사퇴’로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흔들림 없이 총리직을 수행한다고 해도 ‘양파 총리’ ‘비리백화점’으로 낙인찍힌 이상 국정운영에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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