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보좌진 국정감사 애환 엿보기

2009.09.29 10:01:24 호수 0호

피골상접 심신쇠약…영감 스타 못 만들면 ‘나가있어!’

피감기관과 자료전쟁, 고시 방불케하는 회관 생활
보좌관은 ‘스타 제조기’ 국감 이슈 띄우기 골머리



국정감사가 다가오면서 의원회관의 밤이 낮처럼 환하게 밝혀지고 있다. 국감 자료를 준비하기 위해 밤을 꼬박 새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감이 언제 열릴지 불투명할 때는 그때대로, 국감 일정이 정해지고 나서는 또 그 나름의 고충이 시작된 셈이다. 국감 준비로 고시원 생활을 방불케 하는 생활을 해야 하지만 보좌진들의 한숨을 깊게 하는 일은 따로 있다. 국감은 피감기관에 대한 국회의 감사인 동시에 다른 의원실 보좌진들과의 ‘성적’이 비교될 수 있는 시험장과도 같다는 것이다. 국감이 다가올수록 하루하루 피 말리는 날들을 보내고 있는 보좌진의 시선을 좇았다. 

여야가 10월5일부터 20일간의 국정감사 일정을 정하면서 의원회관이 바빠지고 있다. 자정을 훌쩍 넘겨서까지 불을 밝히고 있는 의원실이 허다하고 높게 쌓인 자료와 함께 수험생 생활을 자처하는 이들도 늘어가고 있다.
한나라당 한 초선 의원실 보좌관은 “국감이 언제 열릴지 모를 때는 확실치 않은 일정에 따라 준비를 하다 보니 힘이 빠졌다”면서 “일정이 확정되니 제대로 된 계획표를 세울 수 있게 됐지만 제대로 된 ‘꺼리’를 찾아내는 일은 여전히 벅차다”고 말했다.

성큼 다가온 국감 ‘어이쿠’

한나라당 의원실의 경우 지난 7~8월 휴가를 마치고 국감 아이템 선정에 돌입했다. 발 빠른 의원실의 경우 자료 수집도 서둘렀다. 18대 국회가 처음으로 열린 지난해 국감에서는 초선 의원들이 반수 이상을 차지하면서 국감 준비에 애를 먹었지만 그 경험을 토대로 이번 국감에서는 노련미를 갖추기 시작한 것.

장외투쟁으로 뜨거운 여름을 난 민주당 의원실은 인사청문회와 국감 준비를 동시에 치러내기 위해 고전하고 있다. 특히 인사청문회와 국감을 한꺼번에 준비해야 하는 상임위 소속 의원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민일영 대법관부터 정운찬 총리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치르느라 진을 뺐지만 돌아서자마자 국감을 향해 전력질주해야 할 판이다.

국감 준비에서 보좌진들이 가장 애를 먹는 것은 정부와의 자료 전쟁이다. 몇 명 안 되는 보좌진으로 수많은 피감기관을 감사하는 것은 힘들거니와 피감기관에 자료를 요청해도 주지 않으려 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여당 한 보좌관은 “피감기관에 자료를 요청해도 잘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여당이냐 야당이냐에 따라 차이가 있기도 하지만 민감한 자료의 경우 얻어내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라며 “여야를 떠나 피감기관을 감사한다는 목적은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야당의 사정은 더하다. 야당 한 관계자는 “야당이 되니 자료받기가 더 힘들어졌다”면서 “자료를 받기 위해 피감기관과 실랑이하는 것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모 의원은 “의원직 사퇴서를 내고 일을 하는 것도 우스운 노릇”이라며 “피감기관에서 비아냥거려도 참아야 하는 처지가 씁쓸할 따름”이라고 한탄했다.

의원에 비해 피감기관이 많다 보니 ‘공부’를 하는 것도 일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면서 새벽에 귀가하거나 날을 새는 경우가 대다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국감이 다가올수록 의원회관 전기세가 늘어난다”는 말이 정설이 됐다.

의원실 한 여비서는 “일을 하다 보면 차가 끊기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새벽에 택시를 타고 집으로 들어가 몸이라도 누이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밤을 새는 이들이 많다 보니 일부 의원실은 국감 기간 동안 좀 더 ‘편안한 잠자리’와 휴식을 위해 담요와 베개 대용의 쿠션을 준비하거나 야식과 건강음료를 미리 챙겨놓기도 해 ‘살림집’을 방불케 할 정도다.

한 비서관은 “계속되는 회의와 자료 분석으로 초췌해지는 것을 막기는 힘들다. 평소에 하던 일에 국감 준비까지 하다 보면 살이 빠지는 건 예삿일”이라고 말했다.

국감 기간 동안 외부 인력을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 국감 경험이 있는 보좌진 출신 인사들에게 ‘알바’를 제안하는 것.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국감 기간 동안 일을 돕고 있다”면서 “국감 후에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나가는 이도 있고, 지난 4월 임시국회 때 국회의원 5급 비서관 1명을 증원하는 내용을 담은 ‘국회의원 수당법’이 통과됐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일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감 후’도 보좌진들을 살 떨리게 한다. 국감은 인사청문회와 함께 ‘스타 의원’을 만들어내는 ‘텃밭’이어서 의원들의 관심도 상당하다. 제대로 된 ‘꺼리’를 찾아내면 의원이 ‘청문회 스타’가 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국감을 앞둔 보좌진은 ‘스타제조기’ 역할을 겸하기도 한다.

문제는 국감을 치르는 동안 의원들이 자신의 국감 자료를 다른 의원들의 국감 자료와 비교, 평가한다는 것이다. 잘하면 ‘영웅’이지만 의원 눈 밖에 나면 이번 국감을 끝으로 짐을 싸야한다는 절박감이 보좌진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한다. 

국감의 중요성만큼 의원들도 보좌진과 같이 밤을 새서 피감기관의 ‘흠’을 찾아내거나 열성적으로 공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사안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영감님은 외출 중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공사다망’하여 국감 준비에 전력을 다하지 못하기도 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정치’에 더 관심이 많은 의원들 중에는 국감 준비는 보좌진에게 떠맡겨 놓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꼬집으며 “정책 국회가 되기 위해선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는 이들이 많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몇몇 상임위의 경우 이슈 현안이 없다는 이유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면서 “의원들에 대한 평가에 국감 점수를 넣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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