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MB 재산관리인’ 의혹 받았던 김재정 건강 악화
전국 곳곳에 깔린 67만평 땅·수백억 재산 누구에게로 갈까
이명박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씨가 위독한 상태로 알려지면서 그의 재산을 둘러싼 분쟁설이 나돌고 있다. 김씨가 이 대통령의 ‘차명재산 관리인’이라는 의혹을 받았던 이라는 이유에서다. 당시 특검은 그가 이 대통령의 재산을 관리했다는 의혹을 ‘아니다’라고 결론 냈다. 그러나 짧은 기간 동안 후다닥 처리된 특검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은 여전히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김씨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일각에서는 수백억대 재산의 향방을 두고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씨의 병세가 위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난 대선기간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몰아쳤던 의혹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 대통령과 관련된 의혹들 중 문제가 되고 있는 내용은 ‘차명재산’과 관련된 것들이다. 대선 당시 이 대통령에 대한 검증 중심에는 BBK 주가조작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좀 더 안으로 파고들면 BBK가 운용했던 MAF 펀드에 190억원을 투자한 (주)다스의 실제 소유자 문제가 나온다.
(주)다스는 1987년 이 대통령의 큰형 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설립한 회사다. 상은씨는 지분 46.85%를 소유하고 있고 김씨는 48.99%의 지분을 소유, 현재까지 지분에 변동은 없다.
검찰도 특검도 손 든
다스 실제 소유자 문제
당시 검찰은 BBK와 이 대통령의 직접적인 관계를 찾아내지 못하자 다스와 도곡동 땅의 실제 소유자 문제에 시선을 뒀다. 도곡동 땅의 구입자금도 출처를 알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이 대통령이 다스 경영에 결정권을 가지고 있어서 BBK에 190억원을 투자한 것인지, 다스의 독자적인 경영판단이었는지 확인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자금이 다스로 흘러간 정황이나, 다스의 돈이 이 대통령에게 전해진 자료 중 그 어느 것도 찾지 못했다.
검찰은 “도곡동 땅과 다스는 관련성이 없다”면서 “도곡동 땅의 소유관계에 대해 김재정의 지분은 김재정의 것으로 판단되나, 이상은의 지분은 이상은의 것이 아니라 제3자의 소유로 판단된다”고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특검은 좀 더 단호했다. 이 대통령과 도곡동 땅, 다스 주식 등 차명소유 의혹에 “관여하거나 공모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발표한 것. 도곡동 땅에 대해서도 “이상은 명의 지분은 이상은의 소유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특검의 발표와는 달리 1993년 이 대통령의 국회의원 재산 공개 당시 ‘1985년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 재직 때 구입한 도곡동 165번지 일대 150억 상당의 땅을 처남 김재정 명의로 은닉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보도됐다. 때문에 김씨가 이 대통령의 재산을 차명 관리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상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검증 과정에서도 나온 이야기지만 다스의 최대주주인 김씨가 급여도, 배당금도 받지 않고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도 않은 것은 실제 대주주가 그가 아닌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이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이라는 의혹을 사는 부분은 또 있다. 그가 가진 부동산 구입 자금과 매입 과정 때문이다.
김씨는 1949년생으로 이 후보가 현대건설 사장으로 취임하기 1년 전인 1976년 현대건설에 입사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으로 취임한 이듬해인 1978년부터 회장을 지내다 물러나기 1년 전인 1992년 사이 전국 수십 곳의 땅을 사들여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렸다. 그가 서울 경기 충청 경북 등 전국 47곳에서 산 땅만 224만㎡(67만7600평)에 달할 정도다.
김씨는 1978년 경북 영주시 단산면 단곡리에 33만4507㎡(10만1365평)의 임야를 매입하면서 땅을 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땅은 1980년 시로 승격 편입됐다.
1982년에는 이 대통령으로부터 충북 옥천군 이원면 강청리 임야 165만7334㎡(50만1344평)를 매입하기도 했다. 이 땅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을 위해 검토를 지시한 후보지와 인접해 있다.
특이한 점은 김씨가 이 땅을 매입한 뒤에도 이 대통령을 채무자로 하는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다는 점이다. 금융기관이 근저당권을 잡을 때는 소유자를 채무자로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재산관리 의혹을 부채질했다.
MB가문의 이상한 땅투기
사자마자 돈방석 올라탔더라
1985년에는 상은씨와 함께 서울 강남구 도곡동(6553㎡, 1986평) 땅을 사기도 했다. 이 중 일부는 이 대통령이 사장으로 있던 현대건설로부터 사들인 것이다. 같은 해 지하철 3호선이 개통되면서 개발붐이 일었고 1995년 포스코개발(현 포스코건설)에 팔 무렵에는 지하철이 매봉역까지 연장돼 땅값이 크게 뛰었다. 살 때는 16억원이었지만, 팔 때는 263억원으로 팔았을 정도다.
이외에도 1987년 충남 당진군 송산면 유곡리 1만2396㎡(3756평), 1987년 경기 화성시 우정읍 주곡리 3306㎡(1001평), 1988년 경기 가평군 설악면 선촌리 1만9995㎡(6048평), 1988년 경북 군위군 산성면 화전리 20만7769㎡(6만2850평), 1988년 대전 유성구 용계동 2650㎡(802평), 1990년 강원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의 임야와 잡종지를 사들였다.
김씨가 땅을 매입한 곳들은 매입 전후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가 급등구역’으로 지정할 만큼 집중적인 개발이 이뤄졌다.
충남 당진군의 임야를 사자 서해안 매립작업이 진행되고 한보철강이 들어오면서 평당 7000원대였던 땅값이 4~5만원으로 뛰었고, 2005년 매각 당시에는 30만원으로 치솟았다. 강원 고성군 임야는 매입 다음 해 세계 잼버리 대회 유치로 땅값이 폭등해 국세청이 관리에 들어갔던 지역이다. 경기 화성시 땅은 현대건설이 방조제 공사를 맡았던 시화지구 개발지역 인근에 있었다.
김씨가 현대건설 과정으로 퇴직한 시점부터 불과 7~8년 사이에 30대 젊은 나이로 전국 47곳의 부동산을 소유했다는 점과 그가 사들인 부동산 대부분이 간척공사, 신항만공사 등 대형 개발계획과 바로 맞물려 땅값이 폭등했다는 점에 의혹이 제기됐다. ‘이 대통령이 김씨에게 개발 정보를 미리 알려준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게다가 수백억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집을 4번이나 가압류 당했다는 점은 ‘부동산 실소유주가 이 대통령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렀다.
실제 그는 자신의 부동산을 다수 소유하고 있었음에도 수억원에 불과한 빚이나 세금을 내지 못해 자택에 대한 가압류 조치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상은씨와 공동명의로 샀던 도곡동 땅을 포스코개발에 263억원에 되팔아 자기 몫으로 145억원을 챙겼지만 2년 후 2억여 원의 부채를 갚지 못해 자택을 가압류 당했다. 1998년에는 세금을 미납해 서울 강남구청으로부터 가압류 조치를 받았으며 2000년에야 벗어날 수 있었다.
김씨는 치열했던 지난 대선에서의 검증 이후 지난 1월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서울대 병원에 입원한 것이 알려진 것. 김씨는 응급실을 거쳐 내과계 중환자실에 입원했으나 병원 측은 구체적인 병명이나 상태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당뇨 합병증으로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 위독한 상태로 다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그의 재산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그의 재산이 검찰이나 특검의 조사 결과처럼 그의 것이라면 별 문제없이 가족들이 물려받게 되겠지만 일각의 의혹이 사실이라면 복잡한 ‘계산’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족 이외의 사람이 차명으로 관리를 하게 된다든지 이 대통령이 재산환원을 위해 설립한 청계재단으로 환원될 것이라는 소문들이 나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30대 부동산 투자 귀재?
김씨 혼자 불린 수백억 재산?
일각에서는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는 김씨의 재산을 두고 크고 작은 분쟁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대통령을 둘러싼 재산 관련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했던 그의 재산 흐름을 살피다 보면 검찰과 특검이 발견하지 못한 ‘진실’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