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1박2정’ 살벌한 대권전쟁 돌입 내막

2009.09.15 09:25:59 호수 0호

자리는 하나 주자는 여럿…죽여야 사는 ‘생사별곡’



박근혜 독주 위협하는 정운찬·정몽준·이재오
잠룡 춘추전국시대, 여권 권력 지형도 뒤바뀐다

여권이 요동치고 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총리로 내정되고 정몽준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하면서 정치 판도가 바뀌고 있는 것. 박근혜 전 대표의 독주는 여전하지만 여권 잠룡들의 전쟁에 새로 뛰어들거나 부상하기 시작한 이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정치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이재오 전 의원과 10월 재보선에서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강재섭 전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여의도 밖 인물들까지 더해지면 ‘춘추전국시대’가 따로 없다. 뜨는 이가 있으면 지는 이가 있고, 웃는 이가 있으면 우는 이가 있는 법. 여권 잠룡들의 ‘생사별곡’을 들어봤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 후 요지부동이던 여권 잠룡들의 권력지형이 변하고 있다. 아직까지 박근혜 전 대표의 아성을 무너뜨릴 만한 파괴력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정운찬 총리 내정자와 정몽준 대표는 무서운 잠재력으로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정운찬 내정자는 내정 직후 “대권에는 관심이 없다”며 대선에 대해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미 여권은 그의 등장과 함께 술렁이기 시작했다. 당 안팎에서 차기 대선을 위해 박 전 대표에 대항할 만한 경쟁자를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뜨는’ 정운찬·정몽준
총리·대표 수행력 관건

당 한 관계자는 “경쟁자가 없는 일방적인 대세론은 다른 말로 대안이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면서 “야권의 공세나 사고 등으로 대세론을 이끌던 후보가 사라지면 당에도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박 전 대표의 ‘대항마’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내정자는 여러 면에서 이에 적합한 인사로 꼽힌다. 한나라당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충청권 출신 인사인데다 통합, 화합, 그리고 경제전문가 이미지까지 골고루 갖췄기 때문이다.


당내 기반이 전혀 없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지만 총리직 수행능력에 따라 차기 대선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도 강하다. 정 내정자는 당장 세종시법 등 주요 현안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어 이러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국무총리 역할을 잘 수행해 국민들에게 대통령감이라는 평가를 받으면 대권 경쟁에 참여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정 내정자의 대권 참여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몽준 대표도 취임과 함께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 대표가 취임하자 곧 청와대에서 회동하는 것으로 ‘정몽준 체제’에 힘을 실어줬다. 여당이 안정돼야 9월 정기국회에서 정부의 주요 정책을 추진하는 데 수월한데다 10월 재보선까지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정 대표는 당 안팎으로 몇 가지 과제를 안게 됐다. 그중 하나가 친이, 친박계의 화합이다. 당내에서 독자세력을 구축하지 못한 정 대표가 당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라도 각 계파와 중립 성향 인사들을 끌어안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이 대통령이 제시한 정치개혁 과제들을 어떻게 이뤄야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이 성적에 따라 이 대통령의 지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진수희 여의도연구소장은 “정치개혁 과제들을 어떻게 실현시키느냐에 따라 정 최고위원에 대한 청와대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10월 재보선은 그의 정치 시험대다. 재보선 결과를 통해 집권여당 수장으로서의 그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을 어떻게 정비했고, 어떤 인물을 공천했으며, 지원유세는 어떻게 한 것인지 세세한 부분까지도 모두 평가항목이다.

당 일각에서는 정 대표의 대표직 승계로 이재오 전 의원의 당내 복귀가 빨라지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순리에 맞는 당 복귀를 바라고 있다. 박희태 전 대표의 사퇴로 공석이 된 최고위원 자리를 두고 보궐선거를 통해 당에 복귀할 수 있지만 친박계가 반대한다면 무리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내년 2월 조기전당대회나 7월 전당대회를 통해 복귀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또한 시기와 상관없이 지역기반인 서울 은평을에서 재보선이 치러지게 될 경우 출마해 ‘원내’로 복귀하는 것은 그가 강력히 희망하는 바다.

‘정몽준호’ 출범으로
탄력 받는 이재오 복귀

친이계 핵심 인사들은 2월 조기전대에 무게를 둔다. 친이재오계 공성진 최고위원은 “이번 10월 재선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여기에 따라서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앞으로 있을 것”이라며 “책임을 져야 할 경우에는 져야 한다. 2월이 될 수도 있고 3월이 될 수도 있다”고 조기전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안 원내대표도 “내년 2월 조기전대를 개최하고 이 전 의원도 지도부 경선에 출마해야 한다”면서 “지도부를 바꿔야 국민적 관심을 우선 모을 수 있고,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득 의원의 2선 후퇴 후 친이계의 중심축이 사라진 만큼 이 전 의원이 복귀해 친이계의 재결집을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또한 친이계가 정몽준 체제의 안착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 전 의원의 복귀를 서두르는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 대표의 취임으로 이 전 의원의 역할론도 새롭게 정립되고 있다. 정 대표는 집권 여당의 수장이 됐지만 당에 들어온 지 오래되지 않은 만큼 당 내 기반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가 당권을 장악하고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당내 기반 마련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것을 이 전 의원이 도울 수 있다는 것.

당 소장 개혁파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 21’은 정 대표의 취임 직후 내년 1, 2월 조기전대 일정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조기전대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라는 뜻 외에도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 전 의원의 복귀 시나리오를 지적한 것이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정몽준 체제는 조기전대를 통해 이 전 의원이 복귀하고 친이계의 주도권을 회복하는 과정의 일부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미 여권 내에서 정 대표와 이 전 의원이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면서 “정 대표가 대권에 도전하고 이 전 의원이 당권을 잡고 힘을 키우는 상부상조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모든 ‘설’의 골자”라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당분간 정중동 행보로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지지율이 하락하기는 했지만 특유의 정치 행보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대통령 특사로 유럽을 방문하고 돌아온 만큼 이 대통령을 만나 결과 보고를 하게 된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미 당의 10월 재보선 지원 유세 요청을 거절한 만큼 10월 재보선 후까지 되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중동 행보의 속내에는 정 내정자와 정 대표 등이 그의 위치를 위협하지 못한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친박계 한 관계자는 “아직 정 대표가 박 전 대표의 경쟁자가 될 정도는 아니지 않냐”며 “10월 재보선 성적표와 당 운영능력 등이 박 전 대표를 위협할 정도가 되면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되겠지만 아직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칩거 가능성 큰 박근혜
“아직 내 상대 아니거든”


또 다른 관계자도 “아직 박 전 대표가 움직여도 좋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서 “이 대통령이 본인의 뜻을 펼치기로 작정하고 움직이는데 박 전 대표나 친박계가 활발히 활동하는 것은 괜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잠룡들의 ‘춘추전국’에는 강재섭 전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뛰고 있다. 이 중 강 전 대표는 최근 정가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10월 재보선이 달아오르면서 하마평이 돌고 있는 것.

그는 오는 18일 두 달여 만에 재개하는 ‘동행’ 세미나에 참석한다. 그러나 강 전 대표 측은 세미나 참석이 정치 재개로 연결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수원 재선거 출마설 등은 소문일 뿐 강 전 대표는 국회의원으로 복귀하는 것 자체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가 한 인사는 “정권 초부터 바라던 총리직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한 게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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