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한국판 카사노바’ 엽色행각 비하인드스토리

2009.09.08 09:06:22 호수 0호

부유한 재미교포라 속여 애인대행 여성 60여 명 유혹
“한 달에 500만원” 속여 성관계 후 동영상 찍어 협박



자신을 명문대 출신의 부유한 재미교포로 포장하고 수많은 여성들을 농락한 ‘한국판 카사노바’가 덜미를 잡혔다. 범인의 말에 혹해 성관계를 가진 여성은 60여 명. 8개월이란 짧은 시간 동안 마수에 걸려든 피해자들은 성관계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는 범인의 협박에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냉가슴을 앓아 왔다. 이처럼 단기간에 미혼여성들을 유혹해 욕심을 채운 카사노바 사건은 50여 년 전 발생해 세간을 놀라게 한 원조 카사노바 ‘박인수 사건’을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역대 카사노바의 엽색행각을 추적했다.

국내 영문과를 졸업하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떡집을 운영하던 김모(41)씨. 김씨는 젊은 여성들과 만나 성관계를 할 목적으로 지난 1월 인터넷 애인대행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는 먼저 자신을 그럴싸하게 포장했다. 떡집을 운영하는 중년남성이란 자신의 모습은 여성들을 혹하게 할 만한 조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명문대 영문과를 졸업한 부유한 재미교포라는 타이틀로 자신을 소개한 그는 “나와 만나면 한 달에 500만원을 주겠다”는 미끼까지 던졌다. 이른바 ‘스폰서’ 제의를 한 것.

“한 달 500만원 줄게”
스폰서 제의에 줄줄이

김씨의 전략은 실제로 먹혀들어갔다. 인터넷사이트에서 김씨의 조건을 본 여대생 등 20대 여성들은 김씨의 제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고액의 돈을 주고 성관계 계약(?)을 맺는 여느 스폰서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여성들은 별다른 의심 없이 그와의 만남을 결정했다.


김씨와 만나 성관계를 가진 여성은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모두 60여 명. 일주일에 1~2명의 젊은 여성들이 그의 수작에 넘어간 것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대학생이었고 옷가게 점원, 회사원, 무직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 피해를 입었다.

김씨는 서울 시내 여관과 모텔을 전전하며 여성들과 성관계를 가졌다. 대화할 때는 진짜 재미교포로 보이기 위해 영어를 간간이 섞기도 했다. 그러나 관계를 가진 뒤에는 누구에게도 성매매 댓가로 약속한 돈을 주지 않았다. 대신 만나지 않겠다는 여성들에게는 성관계 동영상을 무기로 협박을 일삼았다.

그는 모텔 등지에서 성관계를 가질 때 여성들 몰래 동영상을 찍었다. 자신의 노트북에 내장된 소형 카메라로 은밀한 행위를 몰래 촬영했던 것. 이 사실을 꿈에도 몰랐던 피해자들은 “만나주지 않으면 동영상을 인터넷에 뿌리겠다”는 김씨의 협박에 속수무책 관계를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 협박은 김씨의 마음에 드는 여성들만 당했다. 그는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는 여성은 전화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김씨의 행각은 8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애인대행 사이트 등에서 이런 범행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에 의해 그의 행각이 꼬리를 잡혔기 때문이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성관계를 갖고 이를 몰래 촬영해 공개하겠다고 협박한 혐의(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등)로 김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그럴싸한 조건을 내세워 많은 여성들을 농락한 ‘한국판 카사노바’ 사건이 드러나면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카사노바들의 행각이 회자되고 있다.

원조 카사노바는 1950년대 등장해 숱한 화제를 뿌렸던 ‘박인수 사건’의 주인공 박인수다. 한국전쟁에 사병으로 참전했다가 1954년 제대한 박인수는 해군 대위를 사칭해 당시 유행하던 국일관, 낙원장 등 고급 댄스홀 등을 전전하며 여성들을 유혹했다.

훤칠한 20대 중반 해군 대위에 많은 여성들은 마음을 빼앗겼고 성관계까지 허락했다. 여성의 정조와 순결을 강조했던 당시 사회상으로는 파격적인 일이었다.

약 1년이란 짧은 기간 동안 박인수와 성관계를 가진 여성은 무려 70여 명. 상대 여성은 대부분 고등교육을 받았거나 대학에 재학 중인 여성들이었다. 일부는 고관, 국회의원 등 상류층 가정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박인수는 1955년 5월31일 검거됐다. 그와 관계를 맺은 여성들 중 2명이 그를 혼인빙자간음죄로 고소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해 7월22일 재판장에서 그가 했던 말과 판사의 판결은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재판에서 박인수는 혼인빙자간음 혐의를 부인하며 “내가 만난 여성 중 처녀는 미장원에 다니는 이모씨 한 사람밖에 없었다”고 밝혀 여성의 순결이 중요시됐던 당시 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또 “그들과는 결혼을 약속한 사실이 없었으며 약속할 필요도 없었다. 댄스홀에서 함께 춤을 춘 후에는 여관으로 가는 것이 상식화되어 있었으므로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빙자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권순영 판사는 공무원 자격 사칭행위에 대해서만 벌금형을 내렸고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처녀는 한 명뿐”
혼인빙자간음 무죄로


당시 권 판사는 “댄스홀에서 만난 정도의 일시적 기분으로 성교 관계가 있었을 경우 혼인이라는 언사를 믿었다기보다 여자 자신이 택한 향락의 길이라고 인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며 “보호 가치가 있는 정조를 보호한다”는 말로 무죄의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항고했고 항소심에서 박인수는 징역 1년형을 받았다. 또 대법원 상고가 기각되면서 유죄가 확정됐다. 당시 법원은 “댄스홀에 다닌다고 해서 모두 내놓은 정조가 아니라는 전제하에 고의로 여자를 여관에 유인하는 남성이 나쁘다고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유죄를 결정했다.

지난 2000년에는 1년 동안 무려 200여 명의 여성과 성관계를 맺고 그중 50여 명의 여성과의 성관계 장면을 동영상 촬영한 남성이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포르노 제작 및 배우를 꿈꿨다는 당시 31세였던 A씨가 그 주인공.

강남 자산가의 아들로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귀국 후 결혼해 카페 운영 등 사업을 하던 A씨는 부인에게 간통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이 과정에서 그의 엽색행각이 낱낱이 드러났다. 수백 명의 여성들을 유혹해 성관계를 가지고 일부 여성들은 성관계 장면을 촬영해 보관하고 있었던 것.

A씨가 타깃으로 한 여성은 자신이 운영하는 명동 카페에 드나드는 20대 초반 여성들. 그는 마음에 드는 여성들을 상대로 회원카드를 작성하도록 해 전화번호 등 신상명세를 파악했다. 그 후 여성들에게 전화를 건 그는 고급 양주를 마시고 선물을 하는 등의 수법으로 환심을 샀고 성관계까지 이어지게 됐다.

그가 만난 여성들은 모두 200여 명. 아내 몰래 장만한 오피스텔로 여성들을 불러들여 상습적으로 성관계를 가졌다. 든든한 경제력과 미국유학파 출신이란 경력으로 많은 여성들을 농락했던 것.

뿐만 아니다. A씨는 관계를 가진 여성들 중 50여 명과의 성관계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그의 물건 중 성관계 장면이 녹화된 5개의 비디오테이프가 있었고 화면에 등장하는 여성은 56명에 달했다. 결국 A씨는 간통죄로 징역 2년을 구형받았으나 당시 부인의 고소취하로 자유의 몸이 됐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에는 자신을 유학파 출신의 유능한 펀드매니저라고 속여 여성들을 농락한 카사노바가 붙잡혔다. 고졸 학력에 생산직 근로자로 일한 게 경력의 전부였던 김모(33)씨가 장본인이다.

김씨는 결혼중개 사이트를 통해 소개받은 여성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펼쳤다. 그는 교사, 간호사, 공무원 등 여성 7명을 동시에 사귀며 마수를 펼쳤다. 강남에 20억원대의 아파트가 있고 부모는 큰 한식당을 운영하며 펀드매니저로 잘나가고 있다는 김씨의 말은 결혼적령기의 여성들이 관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그렇게 자신에게 넘어온 여성들에게 김씨는 “첫눈에 반했다. 결혼을 전제로 사귀자”고 제안했다. 그는 3만원을 지급하면 고급 외제차로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콜서비스 등을 이용해 재력가로 위장하는 치밀함까지 보였고 이 모습에 여성들은 교제를 허락했다.

이후 김씨는 여성들에게 “펀드에 돈을 채워야 하는데 1억이 부족하다” “작전주를 알고 있다”는 등의 말로 돈을 요구했고 이들에게 5억여 원을 받아 가로챘다. 언론 등을 통해 익힌 주식관련 지식은 그를 펀드매니저로 보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결국 김씨는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조사결과 그는 2006년 같은 수법으로 7억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돼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이듬해 보석으로 풀려났다가 항소심에 출석하지 않아 수배가 된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호텔 사장 아들이야”
명품 무장한 카사노바

지난해에는 또 명품 옷으로 치장해 자신을 호텔 사장이라고 속여 여대생들을 농락한 20대가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인터넷 쇼핑몰 사기 등의 전과가 있던 정씨는 2007년부터 카사노바 행각을 펼쳤다.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정씨는 이를 위해 명품으로 중무장하고 지갑에 현금을 두둑하게 넣은 뒤 부산 광안리 등을 무대로 여성들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훤칠한 키와 호감가는 외모를 가진 그에게 호의를 가지는 여성들은 적지 않았다.

정씨는 “나는 OO호텔의 사장 아들인데 아버지와 싸워 혼자 나와 살고 있다. 어머니가 하루에 30~50만원의 용돈을 줘 그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며 현금으로 가득 찬 지갑을 보여줬고 술값으로 수십만원을 써가며 부잣집 도련님 행세를 했다.

정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모텔 옆에 있는 큰 호텔을 가상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호텔로 설정했다. 그는 또 루이비통, 크리스찬 디올 등 값비싼 명품들로만 치장했고 부산에 있는 사립대학교 학생증까지 위조해 들고 다녀 여성들이 의심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 같은 레퍼토리로 정씨는 5명의 여대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성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의 대학생으로 재벌아들인데다 멋진 외모까지 가진 정씨에게 걷잡을 수 없이 빠져 들어갔다. 이런 여성들의 모습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던 정씨는 슬슬 미끼를 던지기 시작했다.

정씨는 “유명한 펀드매니저를 아는데 돈을 투자하면 10배 이상 불려주겠다”고 유혹했고 4명의 여대생들은 감쪽같이 정씨에게 속아 5000여 만원의 돈을 건넸다.

이런 방식으로 돈을 챙긴 정씨는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고 여성들과 연락을 끊었고 또 다른 범행대상을 물색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 결국 그는 피해여성들의 신고로 덜미를 잡혀 차가운 철창신세를 면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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