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모텔이 위험하다

2009.09.01 09:03:54 호수 0호

총기사고로 본 ‘범죄의 사각지대’ 모텔 천태만상


모텔이 범죄의 사각지대로 떠오르고 있다. 남의 눈에 띄지 않는 폐쇄된 공간인데다 신원을 알리지 않고 투숙할 수 있다는 익명성이 모텔 범죄를 부르고 있다. 이로 인해 살인, 성폭행 등의 강력범죄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또 자살, 성매매 등 은밀하게 이뤄져야할 행위들이 일어날 공간으로 사랑받는 공간 또한 모텔이다. 이렇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모텔은 범죄자들이 선호하는 최적의 장소 중 하나가 되고 있다. 모텔에서 벌어지고 있는 천태만상을 좇았다.

최근 자신에게 반말을 했다는 이유로 동료를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나 세간에 충격을 줬다. 이 살인사건이 일어난 무대는 서울의 한 모텔. 총기까지 등장한 살인 사건은 구석진 모텔방에서 아무도 모르게 일어났다.
살인범은 서모(40)씨. 서씨는 지난달 22일 오후 11시40분쯤 서울 송파구의 한 모텔에서 함께 근무하던 종업원 최모(59·여)씨를 잔인하게 살해했다.



은밀한 공간 ‘모텔’
강력범죄 온상으로

그는 공기총탄 4발을 발사하고도 최씨가 숨지지 않자 흉기로 내리쳐 끝내 목숨을 끊었다. 이 모텔 옥탑방에서 생활하던 서씨는 총포사와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공기총과 흉기를 사들여 몰래 보관해 오다 이날 범행을 저질렀다.
그가 최씨를 살해한 이유는 반말을 했다는 것. 서씨는 경찰에서 “최씨가 반말을 해 살해했고 나머지 종업원 3명과 업주도 모두 죽이고 모텔을 차지해 운영할 생각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씨를 살해한 범인이 5층 복도의 CCTV와 프런트데스크의 CCTV 선을 끊은 점으로 미뤄 내부인의 소행일 것으로 보고 서씨 등 종업원을 추궁한 끝에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서씨처럼 모텔을 살인 장소로 택한 범인들은 적지 않았다. 지난 5월 미니홈피에 살인예고를 하고 실제로 범행을 저지르려다 덜미를 잡힌 탈영병도 모텔을 범행 장소로 삼았다. 장본인은 육군 모 사단 소속 상근예비역이었던 황모(21)씨.

그는 지난 5월16일 새벽, 고양시 백석영 근처의 모텔로 전 여자친구를 유인한 뒤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 다행히 살인계획은 미수에 그쳐 피해 여성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모텔은 내연관계에 있는 연인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이기도 하다. 불륜커플은 남몰래 만나야 하는 관계인 만큼 모텔출입이 자연스러운 것이 보통. 이 때문에 범행을 목적으로 모텔로 유인해도 상대방이 의심을 품지 않아 모텔이 범죄 장소로 자주 이용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헤어지자는 내연녀를 모텔에서 살해한 60대 남성이 검거됐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지난달 27일 살인혐의로 박모(67)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달 24일 오전2시40분쯤 부산 남구 대연동의 한 모텔방에서 내연녀 A(54)씨와 함께 술을 마시다 “다른 남자가 생겼으니 그만 만나자”라고 말하는 그녀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치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박씨는 6년간 사귀어오던 A씨가 헤어질 것을 요구하자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뒤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에도 모텔방에서 내연녀를 살해한 남성이 덜미를 잡혔다. 진모(35)씨는 1월16일 오후 4시쯤 충북 청원군 오창읍에 있는 한 모텔에서 4년여 간 내연관계에 있던 정모(34·여)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진씨는 정씨가 본처와의 이혼을 요구하며 “헤어지려면 돈을 달라”고 말한 것에 격분해 잠든 정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범행 4시간 후 경찰에 자수를 하면서 뒤늦은 후회를 했다.

성폭행 역시 단골 모텔범죄 중 하나다. 남들의 눈을 피할 수 있는데다 성관계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인 모텔은 성폭행 범죄자들이 선호하는 장소.

최근엔 무려 34일간 모텔방에 여성을 감금한 뒤 성폭행을 저지른 남성이 붙잡혔다. 제주 동부경찰서는 지난달 25일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여성을 감금하고 성폭행한 뒤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김모(30)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9월 강모(23·여)씨를 협박해 서울로 올라오게 한 뒤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한 모텔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 강씨를 감금한 김씨는 34일 동안 성폭행을 하고 11차례에 걸쳐 620여 만원을 빼앗았다. 조사 결과 김씨는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강씨에게 자신이 조직폭력배인 것처럼 행세하며 협박해 상경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지난 4월에는 동반자살을 희망하던 10대 청소년들을 모텔로 유인해 성폭행을 일삼은 30대가 붙잡혔다. 정모(32)씨는 동반자살이 유행처럼 번졌던 당시 모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자살 블로그를 개설했다. 그리고 블로그에 접속한 10대 소녀들에게 “함께 죽자”는 쪽지를 보내 만남을 유도했다.

정씨의 쪽지에 마음이 혹했던 김모(19)양 등은 자살을 할 목적으로 정씨가 오라고 한 모텔로 향했다. 그러나 정씨는 곧 흑심을 드러냈다. 모텔방에 들어온 10대들에게 “처녀귀신이 되면 안 된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성폭행을 저지른 것.


남몰래 발생하는 범죄
감금, 폭행, 성폭행

자살을 원할 만큼 힘든 현실 속에 사는 10대들에게 또 한 번 상처를 준 정씨는 결국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배기열 부장판사)는 지난 6월 정씨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비록 부탁을 받았다고 하지만 피해자들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것은 존엄한 사람의 생명을 가볍게 여긴 것으로 비난 가능성이 크며 여성들이 자살을 시도하자 이를 이용 성폭행해 죄질이 아주 불량하다”고 중형 선고 사유를 설명했다

최근 모텔은 룸살롱 등 유흥업소와 연계해 성매매 장소를 제공하는 성매매 알선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 이른바 ‘풀살롱’으로 불리는 유흥업소와 결탁해 원활한 성매매를 도운 것. 이 같은 신종 성매매 영업은 올해 초부터 성행하기 시작해 잇따라 단속에 걸렸다.

지난 5월 불구속 입건된 유흥주점 업주 박모(57)씨도 모텔과 연계해 풀살롱을 운영하다 덜미를 잡힌 케이스다.
박씨는 지난 2월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 N유흥주점에서 여종업원 42명을 고용해 술을 마신 손님을 상대로 1인당 50만원을 받고 성매매를 알선했다. 박씨는 7층 건물에 유흥주점을 차린 뒤 같은 건물 모텔로 성매매를 원하는 남자 손님들을 보내는 방식의 풀살롱을 운영했다.



모텔은 폐쇄적인 공간이란 특성상 화재가 일어나기 쉬운 장소이기도 하다. 또 화재가 일어난 뒤 투숙객들의 대피도 어려워 화재가 일어나면 인명사고가 쉽게 일어나는 위험한 장소다.

지난 5월에는 모텔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투숙객 2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5월4일 오전 5시40분쯤 인천 부평구 부평동의 한 모텔이 사고가 난 장소. 이곳 3층 객실에서 투숙 중이던 B(22)씨와 C(24·여)씨가 숨졌다. 원인 모를 불은 객실 내부를 모두 태웠고 연기에 질식한 남녀가 변을 당하게 된 것.

지난 2월에는 생활고를 비관한 40대 남성이 모텔에 불을 질러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내기도 했다. 범인인 최모(41)씨는 지난 2월23일 오전 1시40분쯤 충북 제천시의 한 모텔에 들어가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질렀다. 이 방화로 모텔 주인 정모씨와 투숙객 등 3명이 다쳤고 1억50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모텔의 특수성을 이용한 은밀한 행위 중 하나는 자살이다. 남들의 이목에서 자유롭고 출입이 쉬운데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모텔은 어떻게 보면 자살을 원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렇다보니 모텔방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은 심심찮게 발생한다.

지난 7월에는 아들이 목숨을 끊은 모텔방에서 아버지 역시 같은 방법으로 자살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7월14일 오후 3시30분쯤 부산 남구 대연동의 한 모텔에서 이모(52)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이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의 아들도 그가 목숨을 끊은 모텔방에서 목을 매 자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들의 죽음에 심한 우울증을 앓던 이씨는 자신의 주택 지하실에서 목을 매 자살을 시도했다가 미수에 그치자 모텔을 찾아 자살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동반자살 역시 모텔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5월27일에는 충남 보령시의 한 모텔에서 두 남녀가 동반자살을 시도했다가 한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이모(31)씨와 김모(23·여)씨는 모텔방 안에서 연탄에 불을 피워놓고 자살을 기도했다.

퇴실 시간이 지나도 방을 나오지 않는 것에 이상한 생각이 들었던 모텔 주인이 문을 열고 들어가 쓰러져 있는 남녀를 즉시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씨는 숨졌고 김씨는 중태에 빠지고 말았다.

충남 아산의 한 모텔에서도 남녀 3명이 동반자살을 시도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5월13일 이 모텔에 투숙했던 오모(22)씨와 권모(27)씨 등 남녀 3명이 연탄가스에 질식해 쓰러져 있는 것을 모텔 주인이 발견해 신고했다.

성매매· 동반자살 등
은밀한 행위 ‘비일비재’

발견 당시 객실 안 욕실에선 타다 남은 연탄이 발견됐고 창문 틈은 청테이프로 막혀 있었다. 또 쓰러진 남녀들 주위에는 “미안하다 편히 쉬고 싶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유서가 발견됐다. 주인의 발 빠른 신고로 다행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동반 자살 장소로 모텔이 사용되는 사건은 그 후에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투숙객의 신원을 알려야 하는 호텔 등의 숙박업소에 비해 모텔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폐쇄된 공간이라 각종 범죄와 은밀한 행위들이 성행하고 있다”며 “모텔이 범죄의 사각지대로 굳혀지기 전에 범죄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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