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친박> 중립지대에 선 김무성 속내

2009.07.21 08:59:58 호수 0호

박근혜 치맛자락만 잡고 있다간 될 일도 안 된다?

미디어법 처리와 관련, ‘박근혜 파워’가 발휘되고 있는 가운데 친박계 ‘좌장’ 김무성 의원이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미디어법 처리 문제를 거론하면서 친박계 정무장관에 대해 ‘개인적인 일’이라며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친이계의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이 박 전 대표의 일갈로 무산되면서 박 전 대표와 김 의원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때문에 박 전 대표의 발언이 김 의원과의 관계가 더 악화됐음을 보여주는 것인지 아니면 그의 입각을 돕기 위한 것인지 갈피를 잡기 힘들어졌다. 여기에 김 의원의 ‘생각’이 더해지면서 친박계를 둘러싼 정국은 한층 더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친박 그림자 벗으려는 ‘좌장’ 김무성, 중진으로 여권 힘 더하기
“나라를 위해서라도 MB 성공한  대통령이 되도록 역할 해야”
 계파 색채 줄이고 중진 무게감 늘려 조기전대 대리 출격


박근혜 전 대표가 움직이자 여야가 요동쳤다. 오랜만에 입을 연 박 전 대표에게서 “미디어법은 여야 합의로 처리돼야 한다”는 말이 나온 것. 혼란스러운 정국을 한마디의 말로 정리시킨 박 전 대표는 청와대의 개각 구상과 관련, 친박 입각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긴 침묵 떨친 박근혜
친박 입각 가이드라인

박 전 대표는 최근 몽골 방문에 동행했던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친박 입각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결정할 일이고, 선택받은 분이 개인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그러나 (만약 친박계 인사 중 누군가가 내각에 들어간다면) 친박 대표로 가는 것도, 친박과 상의해서 가는 것도 아니라”며 “개인이 결정하는 개인적인 일일 뿐”이라고 재차 못 박았다.

앞으로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개각에서 친박 의원이 발탁될 경우 반대하지는 않겠지만 ‘대표성’도 부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정현 의원은 “대통령이 의원 개인의 능력과 자질에 따라 발탁, 입각 의향을 물으면 ‘간다’ ‘안 간다’를 개인적으로 판단하라는 것”이라며 “친박이 모여 입각제의를 협의하거나 추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던 ‘친박 입각’이 주목받고 있다. 신설될 정무장관에 김무성 의원 기용설과 지식경제부 장관에 최경환 의원의 입각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이 이들에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정확하지 않다. 장관 입각을 원하는 친박계 인사들에게 ‘친박 대표’라는 부담을 덜어줘 길을 열어주기 위한 것인지 ‘원내대표 추대론’ 이후 소원해진 김 의원과의 관계가 더 악화된 것인지 양쪽 측면에서 고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박계 인사들은 “박 전 대표와 김 의원은 함께 가는 사이”라며 “김 의원이 ‘좌장’격으로 인식되는 데는 그만큼 친박계에 대한 애정과 노력,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친박계의 입각이 있을 경우 ‘국정 동반’ ‘친이 친박 화합’ ‘박근혜의 대리자’ 등 해당 의원을 향해 집중될 수많은 시선들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경우 입각이 되더라도 정작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펴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우려, ‘원칙’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라는 것.

박 전 대표의 발언 한마디에 수천 개의 해석이 뒤따르지만 김 의원이 홀가분하게 정부행을 택할 수 있게 됐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김 의원은 무산되기는 했지만 ‘원내대표 추대론’에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었다. 비주류인 친박계에 속해 있어 ‘역할’을 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었지만 정치적 성장과 자기 정치에 대한 의욕은 살아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욕에 한동안 박 전 대표와의 관계가 소원해졌을 정도다.

입각 길 열린 김무성
중진으로 역량 내비쳐

김 의원은 이후 은연 중 ‘역할론’을 향한 속내를 드러내왔다. 지난 7일 김학송 의원의 생일을 맞아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친박계 인사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우리에게 전직 대통령이 여러 명 있었으나 평가받지 못한 대통령이 많았다”며 “이명박 대통령도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나라를 위해서라도 이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표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훌륭한 대통령이 돼야할 것 아니겠는가”라며 “나는 훌륭한 대통령 만들기에 역할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통령’과 ‘훌륭한 대통령’에 차이를 둬 박 전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한 것이다.
또한 이 대통령의 성공을 위한 역할과 박 전 대표의 ‘훌륭한 대통령’ 만들기에 대한 역할을 같이 거론한 것은 이 대통령의 성공이 박 전 대표의 대권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즉 친박계도 이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일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김 의원은 이 발언에 대해 “나라가 성공하려면 비판할 것은 해서라도 이명박 정부를 성공시켜야 한다. 박 전 대표 역시 대통령이 되는 것에만 목표를 둬선 안 되고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친박계의 역할을 주장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8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미디어법과 관련, “야당과의 협상과 타협은 한계에 이르렀다. 결단의 시기가 왔다”며 강행처리 방침에 힘을 더했다. 이어 “더 기다리면 정부 여당이 무능하다고 낙인찍힐 수 있다”며 “우리가 가야 할 길을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자행보 뒤 역할론 무성
정무장관에 당대표 출마설

침묵해온 친박계의 틀에서 벗어나 여당 중진으로서 움직인 것이다. 김 의원은 “지난번 일(원내대표 추대 무산) 뒤 어찌 내가 친박 진영의 좌장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지금은 좌장의 역할이 없어졌고, 나도 스스로 이를 내려놓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정파 차원이 아닌 여당 중진으로서 현안에 관해 할 말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의원의 독자행보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에 대한 ‘역할론’도 뜨고 있다. 정무장관으로 입각을 제안했을 시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협조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하게 내비치고 있다는 것도 입각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기전당대회 개최 시 친박계 대표로 김 의원이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조기전대를 통해 당내 화합을 이루려는 당 지도부의 뜻과 친박계 인사이면서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돕겠다는 김 의원의 인식이 맞아떨어지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것.

지금까지 친박계는 조기전대 개최에 부정적이었다. 친이계가 박 전 대표나 친박계 인사를 대표로 세운 후 내년 지방선거에서 전면에 내세울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에서 ‘표몰이’를 한 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관측보다는 부정적인 예상이 더 많았다. 
또한 박 전 대표의 직접 출마는 물론 ‘대리인’의 출마 가능성도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리인으로 나설 경우 당 대표로서의 역할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친박계 중진 의원들 중에서도 나서려고 하는 이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발언을 계기로 이러한 관측이 조금 수정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다시 한 번 ‘선긋기’에 나서준다면 중진 의원들이 나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친박계의 조기전대 출마는 친박 중진들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당 대표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면 “친박이 정권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을 벗을 수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선긋기’를 통해 친박계를 향한 비판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도전의 의미가 있다는 것.

여권 한 관계자는 “김 의원이 원한 ‘원내대표’와 조기전대에서의 ‘당 대표’, 정무장관 입각은 각각 차이는 있겠지만 ‘YS의 누구’ ‘박 전 대표의 누구’라는 식으로 불리는 것을 벗어나 본인의 이름 석 자를 내세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김 의원뿐 아니라 다른 친박 중진 의원들의 현안에 대한 발언이 늘고 있는 것도 주목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