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야성 회복’ 프로젝트 실체

2009.06.23 10:42:51 호수 0호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노무현 효과’를 이어갈 후속타를 모색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인한 조문정국이 힘을 잃어가자 당 안팎으로 이에 대한 대안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주류인 386그룹이 주축이 된 진보개혁 모임 ‘다시 민주주의’가 발족, 비주류의 진보개혁 모임을 경계하는 한편, 정 대표의 ‘야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지난 10년 정권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전통적 지지층 결집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노무현 효과’가 약해지고 있다. 5년 만에 한나라당을 역전했던 지지율은 다시 재역전 당했고 민주당을 향해 모여들던 ‘열기’도 차츰 식어가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휘청거리던 당권을 세운 정세균 대표는 당 안팎의 상황 속에서 ‘노무현 효과’를 이어갈 후속타를 찾느라 부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우선 당밖 시민사회진영과 손을 맞잡았다. 지난해 촛불집회 당시 민주당은 촛불 속 ‘외딴섬’이 되면서 외면받았으나 이번에는 사회진영과 손을 잡고 민심 챙기기에 나선 것. ‘6월항쟁계승민주회복범국민대회’에는 민주당 등 야당을 비롯해 50여 개 시민·사회·노동단체와 4대 종단의 종교단체까지 모여들었다.

외부와 손 맞잡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정 대표와 한명숙 전 총리, 민주당을 탈당한 이해찬 전 총리와 함께한 자리에서 민주당이 범야권 및 시민사회진영과 연대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자기를 버리면서 연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내가 크니까 7을 차지하고 나머지 (세력들이) 3을 나눠 가지라는 식으로 해선 곤란하다”고 화합을 위한 민주당의 ‘배려’와 ‘양보’를 당부했다.


‘반MB’로 사회진영과 연대를 이루면서 민주당은 한나라당을 상대할 든든한 지원군을 곁에 두게 됐다. 당장 ‘입법전쟁’을 앞둔 상황에서 힘없이 내몰리지 않게 됐으며 개회 협상을 하는 것과는 별개로 장외투쟁을 이어가면서 연대의 끈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등 ‘민주당’에 뿌리를 둔 지난 10년 정권에 대한 재평가 작업에도 착수했다. 당은 ‘민주정부 10년 위원회’를 구성, 지난 민주정부 10년 동안 추구했던 가치와 정책기조를 객관적으로 조명한다는 것.

분야별 평가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며 심포지엄 개최와 백서 발간 등도 추진키로 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기념 사업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이미 여의도 시대를 열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작업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신이었던 통합민주당은 참여정부를 부정하고 탈당한 이들과 시민사회진영, 구민주계의 합작품이었다. 하나의 당으로 통합은 했지만 지난 정권에 대해서는 불협화음을 냈다. 결국 전 정권에 대한 재평가 작업은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조문정국을 거치면서 노 전 대통령을 잇는 ‘정통성’ 부분에 대한 허점이 드러났다.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한다면서 상주 노릇을 자처하자 “민주당이 그럴 자격이나 있느냐”는 비아냥을 들었던 것.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민주 10년 정권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통해 정체성과 당의 노선을 명확히 할 것”이라며 “그동안 민주당을 흔들었던 정체성 논란도 이러한 노력을 통해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정체성 논란과 야성의 회복을 두고 갈등했던 당내 세력들 간 화합을 이룰 수 있을 뿐 아니라 여권의 ‘잃어버린 10년’ 공세에 맞서겠다는 것. 전 정권을 부정하는 동안 민주당을 떠난 정통적 지지층의 재결집 의도도 내포돼 있다.

당내 인사들도 나섰다. 현안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내왔던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내 진보개혁 모임인 ‘다시 민주주의’를 발족한 것. ‘다시 민주주의’는 “다시 민주주의를 외치고 지켜내는 실천을 통해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교정하고 우리 사회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에너지를 만들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민주당은 보다 진보개혁적인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 정체성 회복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이는 강기정 김상희 김영록 백원우 이춘석 조정식 최문순 최영희 최재성 홍영표 의원 등 10명으로 당내 주류인 386그룹과 무계파 의원들이다. 개혁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비주류연합체 성격의 ‘민주연대’나 친DY계 ‘국민모임’과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주류가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주류 진보개혁 모임을 견제, 당내 ‘야성’의 균형감각을 맞추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 자체도 여권에 대해 “이제는 경쟁상대가 아닌 투쟁의 상대”라며 날을 바짝 세웠다.

밖으로는 범야권·시민사회진영과의 연대를, 안으로는 진보개혁 모임 ‘다시 민주주의’를 통해 균형추를 맞추는 내외 공조를 통해 당의 정체성을 확립한 것.

정 대표는 앞으로 당원들과의 토론을 통해 뉴민주당 플랜을 손질할 계획을 전하며 “국민들에게 민주당이 변하고 있구나, 과거 부정적 부분을 털어내고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무장하고 있구나 하는 신뢰감을 줘 국민적 지지 확보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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