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남근석 이전 사연

2009.05.26 11:24:34 호수 0호

‘흉흉한 터’기세 누른다더니 잡음만…

국회 내 ‘국민과 함께하는 민의의 전당’ 기념비가 국회의사당 후문 현관 앞에서 헌정기념관 근처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을 두고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 60주년 기념물로 설치된 이 기념비는 국회의 흉흉한 지세를 누르기 위한 ‘남근석’이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기념비가 1년여 만에 자리를 옮기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그 뒷이야기를 따라가 봤다.

‘국회에 남근석이 있다?’
국회의사당 후문 현관 앞 화단에 자리한 높이 7m, 하단 폭 2.6m, 상단 폭 2.2m, 무게 68t에 이르는 거석은 일명 ‘남근석’으로 불린다. ‘국민과 함께하는 민의의 전당’이라는 글귀만 새겨 넣었을 뿐 인위적인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석’이지만 그 모양과 좌우에 놓인 1m 높이의 둥근 보조석이 남성의 성기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궁녀들의 한’ 때문에

이 남근석에 얽힌 사연도 있다. 기록에 따르면 현재 국회의사당이 자리하고 있는 서울 여의도 1번지는 조선시대 당시 양과 말을 키우던 곳이라 하여 ‘양말산’이라 불렸던 곳이다. 또한 이곳은 조선 중기부터 궁녀들의 공동묘지터로 쓰였다.

궁녀들의 묘지 위에 국회가 세워졌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그들의 한 때문에 소문과 분란이 끊이지 않는 등 국회가 조용할 날이 없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됐다.

게다가 지난해 한 국회의원 보좌관이 의원회관에서 야근을 하던 중 처녀귀신을 보았다는 ‘괴담’이 떠돌면서 국회 터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고조됐다.

당시 국회를 돌아본 풍수전문가들은 국회가 ‘흉터’에 자리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풍수전문가는 “원래 섬은 지기가 약하다. 더군다나 무덤이 있던 자리는 매우 부적합한 터”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4월 김태랑 전 사무총장은 ‘국회개원 60주년 기념비’를 세웠다. 김 전 총장은 흉터의 지세를 누를 목적으로 남근석을 세우는 방안을 고려했다. 그리고 절친한 풍수지리학자의 조언을 받아 가까운 측근에게 기증받은 거석을 국회에 설치했다.

또한 한 달여 뒤 거석의 좌우에 둥근 보조석을 추가로 설치했다. 국회에 남근석이 자리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남근석이라고 불린 이 기념비는 건립 직후부터 비난에 휩싸였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지난해 6월20일 논평에서 “국회 본청 민원실 입구에 높이 7m, 무게 68t의 거대한 입석 조형물을 설치했는데, 모양이 남성의 성징을 뜻하는 일명 남근석을 세워 시민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며 “공공기관들이 별생각 없이 거액을 들여 적절하지 못한 조형물을 세우게 되므로, 국가의 예산도 낭비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회는 민의의 전당으로 남근상과 같은 희화화된 조형물이 어울리는 곳이 아니”라며 “그렇지 않아도 우리 정치가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상징물로 억지웃음을 자아내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국가 기관인 공공장소에 주술적이고 미신적이며, 특정 종교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등장하고 있어 국가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결국 논란 끝에 국회 사무처는 최근 남근석의 철거를 추진하고 있다. 박계동 사무총장은 “이 기념비가 국회를 희화화하고 이미지를 실추한다는 지적이 많아 철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독교 신자인 김형오 국회의장도 “보기에 흉하다”며 철거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념비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국회 예산 2억1000만원이 들어가 국회 재산이 된 만큼 경내 반출은 불가능하다고 판단, 헌정기념관 근처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회 사무처는 남근석 철거 논란에 펄쩍 뛰었다. 사무처 관계자는 “국회 본청 민원실 앞 기념비는 국회를 찾는 내방객들을 위해 계획했던 분수대가 과도한 예산 소요와 동절기 내 가동 중지 등의 문제점이 발견되자 화단을 조성하면서 세우게 된 것”이라며 “미신적인 내용이 담긴 남근석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더 많은 사람이 보게“

이 관계자는 “인위적으로 만든 모양도 아니고 자연석인 데다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모양인데 왜 자꾸 남근석으로 부르는지 모르겠다”면서 “기념비와 관련된 얼토당토않은 이야기가 나돌아 의아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국회 본청 민원실 앞 화단은 본청과 가깝게 자리하고 있어 답답한 데다 차 대기가 힘들어 축소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삭막했던 기념비를 치우고 소나무와 무궁화, 야생화 등으로 조경을 새롭게 한다는 것.

철거된 기념비는 헌정기념관 근처에 건립이 추진 중인 국회방문자센터 곁으로 옮겨 국회를 찾는 내방객들이 더 많이 볼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국회 사무처는 “국회방문자센터가 건립되면 학생 등 내방객들의 출입이 많아질 것”이라면서 “국회의 역사를 보여줄 헌정기념관과 ‘국민과 함께하는 민의의 전당’을 새긴 기념비가 자연스럽게 ‘국회’의 의미를 연상시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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