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법연구회<실체추적>

2009.04.07 09:20:07 호수 0호

혹시 ‘제2의 하나회’ 아냐?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 ‘우리법연구회’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의혹이 불거지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법연구회’에 소속된 판사들이 법원내부 통신망 ‘코트넷’에 사법부 지도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선 이들의 ‘비판’이 진보성향의 표출일 뿐 아니라 사법부 내 권력쟁투의 일부분을 노출시킨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우리법연구회’는 참여정부 시절 회원 다수가 청와대와 행정부, 사법부 요직에 오르며 판사들의 정치 사조직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권력’에 다가섰던 모임이란 이유에서다. 그 실체를 좇아봤다.

진보성향 판사모임 ‘우리법연구회’ 참여정부 때 승승장구
법조계는 물론 정치권과 끈끈한 물밑관계 ‘권력 맛’ 봤다



개개인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같이 보이는 사법부에도 ‘권력 구조’는 존재한다. 또한 ‘끼리끼리’ 모이는 모임도 존재한다.
지난 1988년 6·29 선언 후에도 제5공화국 사법부 수뇌부가 유임되자 사법개혁을 외치는 이들에 의해 2차 사법파동이 일어났다. ‘우리법연구회’는 이때 주도적으로 나섰던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이다.

진보성향 “여기 모여라”

당시 판사로 있던 김종훈 강금실 강신섭 오진환 유남석 박윤창 이광범 등 7명과 사법연수원 수료 후 바로 개업한 박종술 이태화 이양원 변호사가 창립회원이다. 이들은 1993년 3차 사법파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2003년 대법관 임명제청 파동을 주도한 판사 상당수가 이 연구회에 소속돼 있다.
그러나 ‘우리법연구회’가 본격적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사법부의 ‘개혁’을 외쳤고 ‘우리법연구회’는 그 동반자가 됐다.

그 사이 140여 명이 함께하는 거대모임이 된 우리법연구회에서 강금실 변호사와 박범계 변호사가 각각 참여정부 초대 법무장관과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발탁됐다. 박시환 변호사는 대법관에, 김종훈 변호사가 대법원장 비서실장에, 이광범 판사가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에 임용됐다.
이외에도 회원 다수가 사법부의 이른바 ‘요직’이라 불리는 법원행정처에 진을 치며 사법부 내 ‘권력’이 됐다. 이로 인해 ‘판사들의 정치 사모임’, ‘사법부의 하나회’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참여정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며 조용했던 우리법연구회는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의혹으로 다시금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리법연구회 회원들이자 지난해 촛불집회 관련 재판의 배당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이정렬 서울동부지법 판사와 송승용 울산지법 판사가 이메일 파문과 관련, 사법부 지도부에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글을 법원내부 통신망 ‘코트넷’에 올렸던 것.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우리법연구회가 이번 사건에 조직적으로 개입, 이념 갈등으로 몰아가려 한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은 “우리법연구회 등의 영향력 아래 있었던 특정 판사들이 선고를 미루려는 집단적 움직임이 있었는지 규명해야 하며 이메일의 유출 경위 및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법사위원회 한나라당 의원들도 우리법연구회를 겨냥했다. 손범규 의원은 우리법 연구회를 직접 거론하며 “우리 국민은 익명성 뒤에 숨어서 슬금슬금 정보를 흘리고 특정세력에 야합한 그런 정치적인 판사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화된 판사’, ‘특정 세력에 야합하는 정치적 판사’라는 비난도 아끼지 않았다. 이주영 의원도 법원이 우리법연구회 해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법연구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문형배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우리는 학술연구 단체일 뿐”이라며 “연구회 차원에서 이번 사안을 논의한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핵심은 ‘권력 갈등’?

이정렬, 송승용 판사 글에 대해서도 “그분들의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우리법연구회는 ‘상명하복’ 단체가 아니다. 연구회 차원에서 이번 사태에 입장을 밝힐 계획은 전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우리법연구회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당시 막강한 파워를 자랑했던 ‘하나회’와 같은 맥락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의혹의 목소리도 들린다.

실제 여권 내에서도 우리법연구회에 대해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H 의원은 공개적으로 명단을 요구했다. A의원은 비공개 석상에서 “뿌리를 찾아 뽑아내야 한다”고 성토했다는 말도 전해진다.
여권 한 의원은 “우리법연구회 회원들의 입장에서는 법원행정처 중요 보직에 대해서 우리측 사람이 임명됐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좌절되자 이렇게 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법무부 전반에서 전 정권과 현 정권의 ‘물갈이’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일어난 ‘권력 충돌’이 신영철 대법관 사건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또 우리법연구회의 실체 파악을 주문하며 “우리법연구회에 뿌리를 박고 있는 이들이 법조계는 물론 정재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이 드러내놓고 재야 법조인과 연결, 활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냐”고 반문하며 “법원 고위직에 이들의 영향력이 얼마나 미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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