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대회에서의 눈부신 선전에 야구 열풍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야구에 관심이 없던 여성들이 야구경기 룰을 배우기 위해 관련카페를 찾는가 하면 야구동아리나 동호회에 가입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몸으로 직접 야구를 하기 위한 이들에 의해 야구공, 글러브 등 야구용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야구연습장을 찾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WBC가 만들어낸 스타들의 패러디와 별명 짓기 열풍도 계속되고 있다.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는 야구 신드롬의 현주소를 짚었다.
WBC는 끝났지만 야구열풍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대회가 열릴 당시의 열기와 환희는 개막을 앞두고 있는 프로야구로 이어져 국민들의 야구사랑은 당분간 식지 않을 전망이다.
야구 신드롬은 야구에 ‘야’자도 몰랐던 여성들의 마음을 흔드는 것으로 시작됐다. 월드컵 개최 등으로 축구엔 여자 팬이 많은 반면 야구는 여전히 ‘남성 스포츠’로 인식되며 여성들에게 외면 받는 스포츠 중 하나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프로야구 열풍 등으로 예전에 비해 여성 야구팬이 증가한 것도 사실이나 골수팬을 보유하고 있는 축구에 비하면 여전히 그 수는 적은 편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 이후 한국야구와 한국선수들은 여심을 붙잡기에 충분했다. 가슴 졸이는 승부가 하나하나 펼쳐질 때마다 여심도 조금씩 야구로 옮겨가기 시작한 것.
야구 경기를 좀 더 재미있게 관람하기 위해 복잡한 야구 룰을 배우겠다는 여성부터 이번 프로야구 시즌부터 부지런히 야구장을 다니겠다며 햇빛차단 모자를 사는 여성까지 생겨 야구 신드롬을 보여주고 있다.
야구연습장도 제2의 전성기를 맡고 있다. 한동안 손님들을 보기 힘들었던 야구연습장에 배트를 휘둘러보고 싶은 손님으로 가득한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 야구연습장에는 학생, 직장인 할 것 없이 줄을 서 동전을 교환하며 몸소 야구를 해보고 싶다는 열망을 채우고 있다.
IT업계도 모처럼 야구특수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야구와 관련된 온라인, 모바일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다 포털과 DMB 등에 이용자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수혜 업체는 우리나라 야구 대표팀을 단독 후원하는 CJ인터넷이다. 이번 야구경기에서 대표팀이 쓴 헬멧에는 CJ의 온라인 야구게임인 ‘마구마구’ 로고가 새겨져 있었고 이를 본 네티즌들이 게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업체에 따르면 WBC가 시작되기 전에 비해 동시접속자수가 150%가량 늘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야구 게임인 ‘슬러거’를 서비스 중인 네오위즈게임즈도 WBC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 업체는 WBC 대회가 진행되면서 대회 시작 전과 비교해 동시 접속자는 30%, 신규 가입자 20%, 게임 플레이 횟수도 15%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배트, 글러브 등 야구용품의 매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면서 가족, 친구와 함께 직접 야구경기를 해보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대형마트, 스포츠용품점 등으로 향하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3월 야구용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0%나 증가했다. 이는 스포츠용품 매출순위 부동의 1위를 지키던 축구용품을 제치고 처음으로 정상을 차지한 결과로 야구 열풍을 보여주고 있다.
홈플러스에서도 WBC붐이 일기 시작한 지난달 7일부터 22일까지 글러브(320%)와 야구공(294%) 등의 판매가 급증하면서 야구용품 전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7%나 상승했다. 또 야구경기를 보면서 마실 맥주와 안주류의 매출도 동반 상승했다.
야구동호회와 동아리도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서울 강서구에 있는 야구동호회에 가입한 한 회원은 “야구를 좋아하지만 메이저리그 경기나 국내 프로야구 경기를 TV로 시청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선전하는 모습을 보고 난 뒤 직접 경기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동호회에 가입하게 됐다”고 전했다.
WBC 준우승으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야구에 흠뻑
야구동호회, 야구연습장 인기 이어 야구용품 매출 쑥쑥
한창 신입생들을 동아리에 유치하고 있는 대학가에도 야구동아리는 인기 동아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새내기 여대생들의 관심이 쏟아져 남학생들이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야구보다는 축구에 관심이 많아 어린이축구단 등에 가입하던 어린이들도 야구에 부쩍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야구단의 어린이회원으로 가입하는 발걸음도 줄을 잇고 있다.
롯데마트가 진행하는 롯데·두산·기아 등 3개 야구단의 어린이회원 모집에 최근 한 달간 3100여 명의 회원이 가입했다. 이전에 3개 구단이 연간 모집하는 어린이 회원수가 6500여 명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이는 폭발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패러디 열풍도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일본을 상대로 연이어 호투를 펼쳐 ‘봉중근 의사’라는 별명을 얻은 봉중근 선수의 패러디는 지금도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가며 웃음을 주고 있다. 또 결승전에서 비신사적 플레이로 한국 야구팬들의 비난을 산 일본 유격수 나카지마 히로유키의 행동을 패러디한 사진들도 네티즌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또 야구 국제대회마다 MBC해설가로 나서 시청률을 높이는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는 허구연 야구해설가의 어록도 회자되고 있다.
이를테면 지난달 18일 2라운드 승자전에서 한국이 일본을 꺾자 “일본은 총 맞은 것처럼 쇼크가 올 거예요”라며 유행가 제목을 패러디한 것, 결승전에서 나카지마가 고의로 고영민의 무릎을 잡아당기는 장면에서는 “일본 애들 왜 이래요?”라며 흥분한 것 등이 이번 대회가 낳은 허구연 어록이다.
이밖에도 벌써부터 흥행돌풍을 예고하고 있는 프로야구 열풍, 야구 돔구장 건립의 재점화 등이 끓어오른 야구 열풍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야구 신드롬에 대해 “경기불황 등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국민들이 야구 대국을 상대로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달성한 야구선수들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며 “WBC 대회를 보면서 가졌던 행복감을 오랫동안 느끼고 싶다는 욕구가 야구 신드롬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경기 안산시 첫 돔구장 건설사업 재점화
‘지붕 아래’ 야구경기관람 가능?
금융위기 여파로 무산 위기에 놓였던 경기 안산시의 국내 첫 돔구장 건설사업이 본격화된다. 안산시는 문화복합돔구장과 관련한 용역 결과 3만석 규모의 돔구장과 구청사, 상업시설, 주상복합아파트를 동시에 건립할 경우 상당한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본격적인 개발사업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22일 밝혔다.
시는 이달 말까지 최종 용역 결과를 받아 의회 공유재산관리계획 승인(4월), 사업자 공모(7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10월), 특수목적법인 설립(11월)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 3월 문화복합돔구장 건설에 착수할 계획이다.
시는 돔구장 건설 후 프로야구단은 물론 각종 콘서트와 전시회, 광고, 임대 등을 적극 유치하면 건설 후 5년이면 운영 수지를 흑자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