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밀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더욱 교묘해지고 대형화·조직화 되고 있다. 더욱이 국제범죄조직에 의한 한국경유 일본 등 제3국으로의 중계밀수도 크게 증가하고 밀수경로도 다변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마약안전지대가 아니란 얘기다. 그렇다고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 국경 최일선에서 ‘마약 청정국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밤낮으로 뛰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관세청 마약조사과 직원들. 그들이 전하는 마약 밀수 비화를 들어봤다.
입국자들이 몰리는 저녁 검사시간대를 치열하게 보내고 야간근무 시간대로 접어들면서 조금은 한산해진 입국장에 미국 LA에서 도착한 여행자들이 하나 둘씩 짐을 찾아 나오고 있었다.
우범자 색출을 위해 사복을 착용하고 공항 내를 순회·감시하는 세관원인 로버직원 A조사관은 여행자 중 훤칠한 키에 깔끔한 외모의 젊은 한 여행자를 검사대로 안내했다. 여권을 보니 한국계 미국인 B씨였다.
여권 조회 결과 5개월 전 출국 시 명품시계를 구입한 사실이 있어 휴대품 검사대상으로 지정돼 있었다.
A조사관은 B씨에게 “혹시 출국 시 구입한 물품을 되가져오신 것이 있으신가요”라고 묻자 “그건 혼수로 장만했던 시계인데 미국에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너무나 편안해 보이는 B씨의 얼굴은 희다 못해 오히려 창백한 편이었다. B씨의 말투와 수십 차례의 입출국 회수, 몇 차례의 세관검사를 받았던 경험, 현재 미국시민권자로 미국에 거주하는 사실 등 모든 정보를 종합해 보면 우범성은 없어 보였다.
A조사관은 B씨에게 가방검사를 요구하자 “얼마든지 보셔도 됩니다. 빨리 부탁드립니다”라고 대답했다. 가방을 열자 손을 대기도 어색할 정도로 정돈이 너무나 잘 돼 있는 옷가지들이 드러났다.
A조사관은 ‘가방 속 물건에 현혹되지 말자’라는 생각에 대충 가방 안을 훑어 본 후 신변검색을 요구했다. B씨는 그러자 “신변검색이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하죠”라고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순간 A 조사관은 육감적으로 ‘몸에 뭔가 있다’는 느낌이 스쳐갔다.
“가방은 X-RAY검색기에 다시 넣고 문형게이트 통과하면 됩니다”라고 A조사관이 설명하자 조금 전까지 침착하던 B씨는 벨트에 가방을 올리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A조사관이 직접 가방을 X-RAY검색기에 올리고 소지품을 검색하자 문형게이트에서 금속탐지를 알리는 경보음이 울렸다.
“혹시 시계차고 계시나요?” B씨는 “이건 싸구려 시계인데…”라며 팔을 걷고 꽤 오래 착용한 듯한 시계를 보였다. ‘시계 때문에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에 A조사관은 시계를 풀어 줄 것과 지갑 및 주머니에 든 물건 모두를 꺼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문형게이트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여행자의 떨리는 말투가 신경이 쓰여 그대로 보낼 수가 없었다. 핸드스캐너를 내려놓고 촉수검사를 시작한 A조사관은 “혹시 꺼내지 않은 물건 있나요”라고 다시 한 번 물으며 바지주머니 쪽에 손을 대는 순간 무엇인가 한쪽 주머니에 들어있는 느낌이 들었다. 약간의 두께감이 느껴지는 겹쳐진 종이 같은 느낌이었다.
“이건 뭐죠. 왜 안 꺼내셨죠”라고 추궁하자 B씨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별거 아니라 안 꺼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바지를 겹쳐서 손가락으로 살짝 문지르니 미미한 알갱이의 느낌이 났다.
“약인가요?” “예, 먹던 감기약입니다.” “꺼내 주시겠습니까.” “아무것도 아니라니까요.”
A조사관과 B씨 간 약간의 실랑이가 오고간 끝에 B씨는 주춤주춤 조그만 종이봉투를 꺼냈다. 안에는 빨간 입술모양이 촘촘히 인쇄된 작은 비닐봉투가 있고 그 속에는 아무 무늬도 없는 알약이 14개가 들어있었다.
보통의 알약과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이 알약들은 두께 1~2mm정도로 얇은 아스피린 같았다. 보통 엑스터시 등의 마약류는 특이한 문양이 새겨져 있는 것이 대부분.
A조사관은 “입술이 그려져있네요. 최음제인가요. 이 약은 간단히 검사해 본 후에 드리겠습니다”라고 하자 “저는 이 약 버리고 가도 되니까 그냥 보내 주세요.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라며 필사적으로 자리를 피하려 했다.
A조사관이 마약 간이키트를 이용해 확인해 보니 격렬한 엑스터시 양성 반응이 나왔고 헤로인 키트에도 약하게나마 반응을 보였다.
“혹시 엑스터시입니까”라고 묻자 B씨는 “그게 뭐죠. 친구가 감기약이라고 해서 가지고 왔는데요”라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 즉시 A조사관은 마약조사과에 연락하고 정밀검사 후 여행자의 신병을 인계했다. 이후 B씨의 혈액검사결과 마약 양성반응이 나왔다. 또 처음에는 감기약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던 B씨가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죗값을 달게 받겠다’고 시인했다는 사실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평온한 말투·깔끔한 가방 속 물건에 현혹되지 마라
“별거 아니라…” 마약 간이키트에 넣어보니 ‘삐뽀’
A조사관은 “관세청은 불법 마약류가 개인의 신체와 정신을 병들게 하고 가정파탄과 사회범죄를 유발하는 인류의 공적이라는 인식 아래, 관세국경에서 불법 마약류의 밀반입을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데 노력하고 있다”며 “마약 청정국이라는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원어민 강사 구속된 내막
인터넷서 마약 주문 국내 반입 ‘쇠고랑’
인터넷사이트에서 마약을 주문하고 국제 우편으로 배달받은 초등학교 원어민 영어강사가 구속됐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지난 18일, 마약류를 취급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알약형태의 마약을 주문한 전남 여수시 모 초등학교 원어민 강사 A(31)씨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이달 초 마약류를 취급하는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E=XTC’ 32정을 영국발 국제우편으로 국내에 들여온 혐의를 받고 있다. ‘E=XTC’는 지난해 9월경 금지약물로 지정된 벤질피페라진이라는 성분을 함유하고 있으며 명칭도 환각물질로 알려진 엑스터시를 연상시키는 마약류다. 외국인들은 ‘Party Pills’로 부르기도 한다.
A씨는 외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파티장에서 우연한 기회에 알약을 복용한 후 인터넷을 통해 같은 알약 33정을 미화 75달러를 주고 구입했으며 국제우편을 통해 배송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외국인들의 경우 마약류에 대한 경각심이 상대적으로 희박하고 원어민 강사들이 마약류를 복용할 경우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한 2차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