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룸살롱은 술을 마시는 곳으로 알고 있다. 값비싼 양주와 아리따운 나가요 아가씨, 그리고 흥겨운 리듬을 전해주는 밴드가 어우러져 비싸지만 스트레스를 확실히 풀어주는 곳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룸살롱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 룸살롱이 전혀 색다른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다름 아닌 아가씨와의 ‘즉석 섹스’를 꿈꾸는 ‘파라다이스한 공간’이라는 것. 룸살롱에서 벌어지는 예상 밖의 이전투구. 남녀 간의 흥미로운 ‘잔머리 싸움’을 취재했다.
최근 룸살롱에는 본연의 목적과는 전혀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나가요 아가씨들도 마찬가지다. 일견 그녀들은 남자 손님에 대한 서비스를 하기 위해 그곳에 앉아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녀들의 속내는 ‘공사’에 있다.
남성들을 파악하고 그들을 유혹하기 위한 공사의 멘트가 난무하는 곳이 또한 룸살롱이기도 하다. 이렇듯 남녀는 이 좁은 공간에서 각기 다른 생각을 하며 다른 꿈을 꾼다.
직장인 H씨는 최근 드디어 룸돌이들의 로망이라는 ‘룸떡’에 성공했다. 말 그대로 룸 안에서의 섹스(떡)에 성공한 것이다. 물론 그가 이렇게 성공하기까지 들인 노력은 만만치 않다. 최소 6개월간 드문드문이라도 얼굴을 찍어주어야 하고 깔끔한 매너를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깊은 내공의 세계
‘룸떡’에 성공?
돈으로만 따지면 차라리 ‘그 돈으로 2차를 가는 것이 더 낳을 것’이라는 자조적인 말도 공감이 될 정도다. 그래도 그는 스스로 ‘좁은 길’을 가리라 다짐했다. 스스로는 룸살롱 6년차 ‘프로페셔널’인데 모든 것을 쉽게 돈으로만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H씨는 “자존심도 자존심이지만 룸이라는 공간 자체가 나름의 성적 판타지를 만족시켜주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며 “아가씨가 갑작스레 현장에서 팬티를 벗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거기다가 T팬티라면 벗지도 않고 바로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정말이지 돈 주고 살 수 없는 매혹적인 경험이 아닐 수 없다”고 강변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룸떡은 결코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생각보다 강한 심리적 저항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바로 룸떡이기도 하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돈을 받으며 웃음 팔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에다 따로 돈도 받지 않고 몸을 준다고 생각해보라.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고 강조했다.
실제 그의 말처럼 룸떡이 쉬운 것은 아니다. 한 룸살롱 아가씨는 “나 같으면 룸 안에서는 절대로 주지 않는다”며 “설사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성이라고 하더라도 여자들의 입장에서는 근사하고 좋은 곳에서 자신도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고 귀띔했다.
룸살롱에는 공사 위해 남성 파악하고 유혹하는 멘트 난무 중
마니아들 룸떡 성공에 혈안…고수 조언 “모성애를 자극하라”
각종 방해요소 철저히 차단하면서 안정적인 작업 지향
‘로망’ 꿈꾸는 아가씨들과 의기투합되면 ‘거침없어라’
그렇다면 H씨의 경우 어떻게 그 어렵다는 룸떡을 할 수 있었을까. 일단 그의 말에 따르면 룸떡의 첫 번째 비결은 혼자서 룸살롱에 가는 것이다. 최소 2명 이상이 되어버리면 파트너인 나가요 아가씨들도 두 명 이상일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의기투합’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거의 대부분 여자 둘 중 한 명은 꼭 방해를 하는 경우가 있고 특히 여자들이라는 점에서 자신들의 섹스 장면을 잘 보여 주려하지 않는다. 따라서 룸떡을 위한 가장 첫 번째이자 기초적인 조건은 ‘독고다이’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두 번째 비결은 최소 4~5번 정도는 안면을 익혀야 한다는 것. 아무리 돈을 지불하고 술을 먹는다고 하지만 그녀들도 자존심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면만 익혔다고 룸떡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모성애’를 자극해야 한다는 점이다. 섹스와 모성애가 무슨 관련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실제 룸떡 고수들은 모성애를 룸떡을 위한 최고의 조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나 홀로 4~5번 출근
안면 익히며 접근
자칭 타칭 ‘룸떡 고수’라고 불리는 L씨는 “나가요 아가씨들은 의외로 자존심이 강하면서 동시에 의외로 모성애가 쉽게 자극된다”고 전제한 뒤 “술집에 다닌다는 점 때문에 그 스스로 더욱 자존심을 높이는 반면 자기연민이 많고 주변에서도 어려운 사람들을 봐왔기에 모성애 자극이 쉽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따라서 그녀들과 룸떡을 하기 위해서는 그녀들 스스로 자존심을 꺾게 하면서 ‘그래, 불쌍하니까 내가 한번 준다’는 생각을 스스로 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고수들이 쓰는 보다 구체적인 멘트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여자들한테 상처를 많이 받아 여자와 섹스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그런데 당신을 만나고서 또다시 여자에 대한 기대와 여자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됐다’, ‘와이프가 섹스는 해주지 않으면서 감시는 엄청나게 한다. 딴 짓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 기분도 우울해지고 삶의 의욕도 나지 않는다’ 등이 꼽힌다.
이런 멘트는 상황에 따라 내용은 전부 틀리겠지만 본질은 역시 자신의 불쌍한 처지를 보여주고 그것이 ‘섹스’로 달래질 수 있음을 암시하는 방법이다. 남성들의 이 같은 ‘심리적 과학’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남성들이 그 효용성을 인정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고수들은 또 룸떡 시에 각종 방해요소를 철저히 차단해 안정적인 룸떡을 지향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끊임없이 방으로 들어오는 웨이터들. 이들이 룸에 자주 들락거리는 것은 팁을 달라는 무언의 시위이기 때문에 사전에 웨이터의 잦은 방문을 막기 위해서는 초장에 두둑한 팁을 줘버려 보다 안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모성애 자극해서
성공한다?
여기에 분위기를 돋우는 또 다른 방법도 있다. 보통 밴드의 경우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우기 위한 것이지만 이 경우는 밴드 마스터에게 CD로 음악을 틀어달라고 한 후 ‘편히 쉬시라’고 말한다는 것. 이렇게 하면 보는 사람은 없으면서도 음악이 잔잔히 흘러 ‘룸떡을 위한 최상의 분위기’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런 룸떡이 룸살롱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남성들의 로망이라면 나가요 아가씨들은 잘 나가면서 돈 많은 남자들에 대한 ‘공사’가 로망이다. 여자들은 룸에서 남자들을 파악하고 그들에게 공사를 칠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게 된다.
우선 공사를 치는 부류는 두 종류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는 명품을 입었느냐 안 입었느냐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러나 단순히 명품 자체가 전부는 아니다. 돈이 있는 사람에게 풍겨 나오는 세련미와 교양이 필수사항이다. 만약 이런 것이 없는 경우 비록 명품을 갖추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돈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가요 아가씨들이 선호하는 두 번째 스타일은 명품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자신의 부를 드러내는 그 어떤 외모적 치장도 없지만 완전히 자유로운 스타일의 사람이다. 이들은 상당한 재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모를 꾸미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말과 행동에 있어도 전혀 거리낌과 주저함이 없고 거칠 것 없이 자유로워 보인다고 한다.
때로는 이런 사람들이 속칭 ‘알부자’인 경우가 많다. 물론 이들에게 공사를 쳐 성공할 확률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번 제대로 걸리면 말 그대로 ‘게임 오버’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제 남는 것은 행복한 인생을 즐기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공사를 성공시키기 위해 그녀들은 상당한 미덕을 갖추어야 하고 여기에 인내, 타이밍에 대한 판단, 들이댈 때와 뺄 때에 대한 동물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룸살롱 나가요 J양은 “공사에 성공해 화류계를 화려하게 떠나간 언니를 알고 있다. 평소에 본 언니의 모습은 정말 냉철하게 이중적이었고 때로는 변신을 거듭했다. 참을성 있게 행동했으며 자신이 현재 공사중이라는 사실 자체를 비밀리에 했다. 한마디로 모든 것을 철두철미하게 진행시켜 나갔던 것이다”고 말했다.
공사에 성공하려면
미덕과 동물적 감각 필수
룸살롱은 때로 ‘이전투구의 공간’이기도 하다. 남성들은 자신의 룸떡이라는 로망을 이뤄 순간적인 쾌락을 즐기려고 하고 여성들은 공사라는 로망을 이뤄 미래의 행복을 쟁취하려 한다. 어떻게 보면 이 두 가지 꿈들은 때로 모순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모순적이고 때로는 이뤄질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 또한 꿈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