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장자연 리스트’로 시끌벅적하다. 탤런트 고 장자연씨가 자살 전 남긴 이 문건엔 폭행, 성상납, 술시중 등의 추잡한 내용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체를 놓고 ‘있다, 없다’ 말도 많지만 정작 세간의 관심은 다른 쪽에 쏠리고 있다. 명단에 적힌 실명이 누구냐다. 문건엔 ‘못된 짓’을 한 사회 유명인사들이 구체적으로 거론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기업체 고위 인원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재계엔 또 다른 ‘장자연 살생부’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까지 각종 악재로 잔뜩 움츠렸던 재계는 모처럼 ‘심기일전’ 분위기였다. 좀처럼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 금융위기 먹구름 속에서도 각 기업은 투자와 고용,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사회봉사 등을 통해 여러 국가적 배려에 화답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 만난’호사가들
그러나 재계의 ‘다시 시작하자’는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기업인들의 시선은 엉뚱한 곳에 꽂혀 있다. 정권 교체 이후 검찰이 사정없는 휘두르는 ‘사정의 칼’쪽이 아니다. 바로 재계를 혼란의 수렁으로 던질 만한 메가톤급 위력을 지닌 ‘장자연 리스트’다.
대한민국을 강타한 이 문건엔 언론사 고위인사, 방송사 PD, 기업체 임원 등의 실명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관계자들의 거론은 기업으로선 여간 당황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장자연 쓰나미’가 언제 어디로 닥칠지 모르는 이유에서다.
반대로 재계 호사가들은 ‘물 만난 고기’다. 이들이 무심코 한마디만 던지면 기정사실인 듯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 인터넷에도 ‘장자연 리스트’에 근거 없는 소문과 의혹의 살이 붙어 ‘살생부’나 ‘블랙리스트’로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무차별 확산되고 있다. 물론 ‘장자연 리스트’의 진위조차 전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다.
부적절한 사생활로 설왕설래에 실명이 오르내리는 재계 인사는 3~4명 정도로 압축된다. 장씨를 비롯해 연예계, 또는 광고업계, 화류계 고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연이 조금이라도 있는 기업인들이다. 또 단골 스캔들 메이커들도 구설에 올랐다.
‘A씨의 술시중을 들었다…B씨와 룸살롱에서 술을 마신 뒤 잠자리를 가졌다… C씨와 해외여행을 갔다….’
호사가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는 ‘장자연 리스트’의 미확인 내용들이다. ‘찔리거나 냄새나는’ 특정 인물로선 가히 오금이 저릴 만하다. 특히 매일같이 유흥가에서 새벽이슬을 맞는 ‘밤의 황제’들은 가슴 졸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성접대 살생부’미확인 소문에 기업들 ‘입술 바짝’
‘밤의 황제’ 임원 타깃…하나같이 ‘모른 척’발뺌
A씨는 과거 문란한 사생활로 섹스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지목받는 인물이다. 룸살롱 에이스 접대부만 골라 자신의 별장으로 불러 ‘뜨거운 밤’을 즐기는 것으로 소문이 난 그는 몇 년 전 한 접대부에게 거처를 마련해 주고 들락날락한 사연이 대중에 노출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B씨도 여배우와의 밀월관계 의혹 등 흉흉한 풍문으로 고초를 겪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는 파트너를 해외로 보낸 뒤 현지처로 애용(?)하다가 ‘씹다 버린 껌’처럼 외면해 여러 번 폭로 협박을 당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C씨는 평소 젠틀한 이미지와 깔끔한 매너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 이중생활이 다소 의외라는 게 호사가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이들은 재계의 주역이란 공통점에 앞서 절친한 사이로 유명하다. 항간엔 이중 B씨와 C씨는 일본으로 3박4일 동반 골프여행을 떠났다가 함께 접대를 받았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소문은 소문일 뿐’이라고 일축하면서도 한편으론 ‘혹시나’하는 마음에 속을 까맣게 태우고 있다.
‘장자연 리스트’에 사명이 오르내리는 기업은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자체 정보망을 확대하는 등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하느라 분주한 형국. 사전 위기관리 차원에서 “다른 기업인이 그렇다”는 ‘역정보’까지 마구 흘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소문의 싹을 자르기 위해 극비리에 ‘사고 처리반(?)’을 가동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법적대응’ 남발할 듯
그러나 소문 자체에 대한 이들 기업의 공식적인 대외 대처는 강경하다. 하나같이 ‘모른 척’발뺌하면서 자칫 노출될 경우 서슴없이 ‘법적 대응’카드를 꺼내들 태세다.
A씨가 속해 있는 그룹 관계자는 “기자님이 벌써 20번째 언론의 확인”이라며 “20번째 고소장이 기자님 앞으로 날라 가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B씨의 기업 측은 “사건진행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경찰 수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일어난 스캔들을 보면 대부분 실체가 불분명한 소문으로 흐지부지 끝이 나거나 슬그머니 자취를 감춰 이번 사건도 그렇게 흘러가지 않겠느냐”고 애써 태연한 척했다.
C씨가 임원으로 있는 기업의 한 직원은 “업무외 개인적인 사생활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는 만큼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회사 입장에서 알 수 없다”며 “기업인과 룸살롱은 불가분의 관계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혹여 룸살롱을 자주 왔다 갔다 해도 다 비즈니스 차원이 아니겠느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장자연 리스트’는 이번 문건 외에 제2, 제3의 문건이 존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관련 인사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경찰의 소환 의지와 유족들의 고소로 이미 저버린 ‘꽃’에 달린 무수한 ‘가지’와 ‘잎새’들은 불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