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주류BG(Business Group)가 최근 인수한 소주 ‘처음처럼’이 본격적인 마케팅도 시작하기 전에 엉뚱한 곳에서 복병을 만났다. 복병은 다름 아닌 일반 물보다 입자가 작아 목 넘김을 좋게 한다는 ‘알칼리 환원수’.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은 최근 “알칼리 이온수의 오·남용은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롯데는 “식약청의 오·남용 주의는 매일 많은 양의 알칼리 환원수를 장기간 마셨을 때를 말하는 것일 뿐 처음처럼과 결부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업계에선 식약청의 이 같은 발표로 롯데의 마케팅 콘셉트의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식약청 “오·남용은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
롯데 “장기간 복용에 해당, 결부는 무리 있다”
‘알칼리 환원수의 작은 물입자가 알코올 사이사이 깊숙이 녹아들어 맛을 부드럽게 한다’ ‘일반 물보다 작은 물분자, 클러스터로 맛이 부드럽고 목 넘김이 좋다’ 등 ‘세계 최초의 알칼리 환원수’를 표방해 온 롯데주류BG의 소주 ‘처음처럼’이 알칼리 환원수로 인해 난처한 입장에 놓였다. 식약청의 발표 때문.
곤란한 입장에 처한 롯데
식약청은 알칼리 이온수는 먹는 샘물, 정수기물과 같은 물이 아니므로 오·남용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주류업계에선 식약청의 이 같은 발표로 ‘처음처럼’의 마케팅 콘셉트에 다소 변화를 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식약청은 지난 4일 알칼리이온수의 과다 음용에 주의해야 한다며 알칼리 이온수는 만성설사, 소화불량, 위장 내 이상발효, 위산 과다 등 4가지 위장증상 개선에만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신부전, 칼륨배설 장애 등 신장질환자는 음용하지 말 것을 지적했다. 또한 일부 알칼리 이온수기 업체가 ‘체질개선·아토피에 좋다’ ‘많이 마셔도 전혀 해롭지 않다’ 등 사용목적 이외의 허위광고를 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와 함께 “알칼리 이온수기 제조 또는 수입회사 등이 기기를 판매하면서 상시 음용하는 건강음료, 체질개선, 당뇨치료 효과 등이 있는 것으로 표시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식약청은 또 지난 2007년 11월 알칼리 이온수기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개선 방안을 마련, 시행한 바 있다고 전제한 뒤 개선방안 시행 후 과대광고 감시가 강화돼 거짓·과장광고가 현저히 줄었지만 아직도 소비자들이 알칼리이온수를 정수기물처럼 상시 음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특히 음용시 pH 9.5를 적정치로 유지하되 pH 10을 초과하지 말고, 1일 음용적정량으로 500ml~1000ml를 권장했다.
이 같은 식약청의 발표로 그동안 ‘세계 최초의 알칼리환원수’란 문구를 홍보 수단으로 활용했던 ‘처음처럼’이 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특히 ‘처음처럼’에 사용된 알칼리 환원수는 pH 8.3으로 식약청이 권고한 적정치보다 낮다.
이에 따라 주류업계는 식약청의 발표 이후 롯데가 ‘세계 최초의 알칼리 환원수’를 처음처럼의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식약청이 알칼리 이온수기에 대한 사용상 주의에 그치지 않고 ‘알칼리 이온수기 제대로 알고 사용합시다’라는 홍보 리플릿 1만부를 배포한데 이어 앞으로도 국민보건 향상에 도움을 주기 위해 알칼리 이온수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로잡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세계 최초의 알칼리 환원수’라는 홍보문구가 소비자들에게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역효과는 나지 않을지 의문이 든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이번 알칼리 환원수 논란으로 인해 판매량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 대해서도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한주류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처음처럼의 전국 시장점유율은 12.5%로 진로의 42.1%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처음처럼 “문제없다”
그러나 롯데주류BG는 식약청의 발표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 관계자는 “식약청이 발표한 음용 주의는 매일 많은 양의 알칼리 환원수를 장기간 마셨을 때를 말하는 것일 뿐 ‘처음처럼’과 결부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이로 인해 마케팅 계획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식약청은 알칼리 이온수기의 산도가 pH 9.5가 적당하고 했지만 이는 의료용으로 마실 경우를 말한다”며 “먹는 샘물 기준은 pH 5.8~8.5가 적정치로 ‘처음처럼’은 pH 8.3이므로 아무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롯데주류BG는 지난 2일 국세청으로부터 주류면허를 발급받아 소주 ‘처음처럼’의 제조원을 두산주류BG에서 롯데주류BG로 변경하고 지난 3일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다. 이에 앞서 롯데주류는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주)두산의 주류사업 부문에 대한 인수를 승인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