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63시티의 안전 불감증이 도마에 올랐다. 최근 경찰에 누군가로부터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 전화가 걸려왔고, 즉각 보안당국 요원들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그러나 정작 63빌딩 측은 방문객들의 대피를 유도하는 등의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어쩔 수 없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과연 어찌된 영문일까.
지난 7일 오후 7시50분께 서울지방경찰청 112지령실.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남성의 협박 전화가 걸려왔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내용이었다.
“63빌딩 28층에 시한폭탄을 설치했다.”
이 남성은 곧바로 “사실은 장난전화”라고 말끝을 흐렸지만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즉각 경찰특공대를 63빌딩에 투입했다. 또 기무사, 국정원 관계자 등도 총출동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이들은 탐색견 등을 동원해 2시간여 동안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폭발물 등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아 철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폭파 협박·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서와 소방서, 국가정보원, 기무사 등 수십 명이 넘는 인원이 동원된다”며 “보통 2시간에서 3시간가량의 수색작업 시간을 감안하면 막대한 시간과 인력, 비용 등이 불필요한 곳에 낭비되고 시민들도 큰 불편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정작 63빌딩 측은 이날 방문객들의 대피를 유도하는 등의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63빌딩엔 주말 저녁이란 특성상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폭파 협박이 있었다는 사실을 감지한 사람들은 로비 등 관람 부스 외부에 있던 극소수에 불과했다. 같은 시간 수족관, 아트홀, 전망대, 식당가 등 내부 시설에서 여가를 즐기던 방문객들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63빌딩 측이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은 탓이다. 만약 장난전화가 아닌 실제로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면 참담한 결과가 발생할 뻔한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63뷔페 파빌리온에서 식사를 마친 박모씨는 “토요일 저녁 2부 타임인 7시40분에 입장해 약 1시간 동안 식사를 하는 동안 63빌딩 내에서 폭발물 소동이 일어났는지 전혀 낌새를 알아채지 못했다”며 “식사를 끝내고 밖으로 나와서야 경찰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고 뭔가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았다”고 전했다.
지인의 돌잔치로 63빌딩을 찾은 차모씨는 “장난전화이기 망정이지 만일 진짜 폭발물이 설치된 상황이었으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거 아니겠냐”며 “불편하지만 방문객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안전을 위해 최소한 잠시라도 대피를 유도해야 올바른 처사라 생각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람객 김모씨도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꼭 어이없는 인재다 뭐다 하기 전에 뭐니뭐니해도 사전 방지가 최선책”이라며 “63빌딩 측이 환불 등 손해를 우려해 방문객들에게 협박 사실을 알리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폭발물 설치 협박전화 접수…보안당국 출동 ‘초긴장’
63빌딩 측은 방문객 대피 등 별다른 안전조치 ‘생략’
63빌딩 측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수많은 방문객들을 강제적으로 대피시킬 여건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한화63시티 관계자는 “폭파 협박 전화가 오면 바로 자체 경비·운영팀이 비상 소집돼 보안당국과 협조 하에 수색에 나선다”며 “비상 선포, 수색, 해제 등의 테러 대응 시 전적으로 보안당국의 통제와 지시에 따라 직원들이 움직이기 때문에 사실상 손님들을 대피시킬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방문객들의 안전 문제는 임의적으로 지시하지 않고 개별 통보를 통해 개개인의 의사와 동의에 따라 대피를 유도하는 한편 전시관 문을 닫거나 입구에서 출입을 제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지난 7일 상황은 곧바로 장난이었다는 협박범의 전화가 있었기 때문에 방문객들에게 따로 통보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63빌딩 측은 한편으로 잇따라 발생하는 장난전화에 대한 어려움도 내비쳤다. 63빌딩 테러협박이 올해 들어 벌써 3번째라는 것이다.
실제 이날 소동이 벌어지기 전날인 지난 6일 전북경찰청 지령실에 “63빌딩에 원자폭탄을 설치했다”는 협박전화가 접수돼 수색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장난전화가 걸려온지 하루 만에 또 장난전화가 걸려온 셈이다.
앞서 지난 1월에도 원주의 한 중학생이 인천지방경찰청에 “63빌딩을 테러하겠다”는 장난전화를 걸어 63빌딩 관계자들과 보안당국 요원들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