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진단] 4대 유해산업 ‘기막힌 마케팅’ <백태>

2009.03.10 11:34:40 호수 0호

‘병 주고 약’ 아이러니 중독의 두 얼굴

최근 ‘모순 마케팅’이 판을 치고 있다. 극심한 경기불황 속에서 신종 전략으로 부각되고 있는 ‘역발상 마케팅’과는 다른 개념의 이 마케팅은 윤리성 문제로 항상 도마 위에 오른다. 한마디로 ‘병 주고 약 주는’ 기업의 이중성이 비판 대상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른’ 본심을 숨기는 것도 논란거리다. 대부분 술, 담배, 게임, 오락 등과 같은 유해산업으로 분류되는 업종에서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 양의 탈을 쓰고 소비자에게 접근하려는 이들의 속셈을 들여다 봤다.
 

최근 대웅제약과 국순당의 간장약-술 공동 마케팅이 윤리성 논란에 휩싸였다. ‘백세주’로 유명한 국순당은 전국 3000여 개 주점에 간장약 ‘우루사’를 만드는 대웅제약이 제공하는 건강상식과 제품소개를 담은 ‘업소용 물통’을 배포할 예정이었다. 이를 통해 불황의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할 의도였다.
국순당은 판촉물 비용을 절감하고 대웅제약은 접점 광고매체를 제공받을 뿐 아니라 물류대행 역할까지도 기대했다. 비용도 양사가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이들 기업은 “이번 공동 마케팅의 콘셉트는 ‘건강을 생각하는 음주문화’로 고객들이 좋은 우리 술과 올바른 건강상식을 통해 건강한 술자리를 갖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2월 말부터 테스트 진행 후 더욱 확대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웅제약과 국순당의 예상은 빗나갔다. 국민건강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제약사가 음주를 직·간접적으로 조장한다는 비판이 쏟아진 것. 주류업체가 제약사와 손을 잡고 ‘술 주고 약 준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유사한 ‘모순 마케팅’이 늘고 있다. 이 마케팅은 ‘병 주고 약 주는’ 기업의 이중성 때문에 윤리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기 일쑤다. 대부분 술, 담배, 게임, 오락 등과 같은 유해산업으로 분류되는 업종에서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 입장에선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주류업체들이 ‘건전음주 전도사’로 변신한 게 대표적이다. 유명 주류사들은 술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기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올바른 술 알리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조니워커, 윈저 등의 양주로 유명한 디아지오코리아는 건전음주문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달부터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건전음주교육 전문프로그램인 ‘드링크아이큐’를 진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드링크아이큐 프로그램은 음주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 공유와 건전음주를 위한 실행요령 등으로 짜여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이 프로그램이 호주에서 개발된 만큼 알코올 전문기관인 한국 주류연구원, 보건복지부 선정 알코올 전문병원 다사랑병원과 함께 한국형 교육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켰다.
뿐만 아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2004년부터 건전음주 문화 조성을 위해 ‘쿨드링커’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연말연초엔 건전음주 서명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심지어 ‘술 때문에 업무에 지장이 있어서는 안 되며 술자리에서 술을 강권해서는 안 된다’는 사규까지 정해 놨다.
김종우 디아지오코리아 사장은 “주류회사의 사회공헌이자 사회적 책임은 술만 파는 게 아니라 건전한 음주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술잔은 천천히, 술자리는 빨리’란 절주 캠페인으로 ‘책임 있는 음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밖에 하이트맥주, 오비맥주, 진로발렌타인스, 진로, 두산, 롯데칠성음료, 페르노리카코리아 등 거의 모든 주류업체들도 사회환원 사업의 일환으로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각 회사의 이벤트는 다르지만 ‘술은 취하기 위해서 마시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마시는 것’이란 점에 공통적으로 중점을 두고 있다”며 “이들 기업은 앞으로도 건전음주문화를 조성하는 캠페인성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눈에 띄는 점은 이들 주류업체가 공동으로 알코올중독자병원까지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 최초의 알코올중독 환자 치료와 재활을 위한 전문병원인 ‘KARF병원’이 그곳이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가 2004년 2월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개원한 KARF병원은 1780평 부지에 지상 6층, 지하 2층 규모로 240병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 병원의 건립비용은 대부분 주류공업협회가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가 병원 건립비로 내놓은 돈은 총 280억원에 달한다는 후문이다.
협회는 국내 술 제조업체들의 모임으로 KARF병원을 운영하는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도 지원하고 있다. 2000년 4월 협회의 출연금 300억원으로 설립된 연구센터는 청소년, 대학생, 직장인을 대상으로 알코올 문제 예방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보건복지가족부와 함께 전국 7개 도시에 9개의 알코올 전문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협회는 주류업체들로부터 출연금을 조성해 연구센터에 매년 50억원씩 보조하고 있다. 협회 측은 “1997년부터 국내 알코올 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루고자 건전음주문화정착 및 알코올문제 예방 치료사업을 시행하고 있다”며 “술을 생산·판매하는 기업들의 이익단체인 주류공업협회에서 이 같은 사업을 하는 데 의아해 할 수 있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현 차원으로 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담배업체들의 ‘희한한 마케팅’도 시선을 끈다. 국내 1위 담배 제조회사인 KT&G는 유독 ‘건강’에 관심이 많다. 우선 남자농구단, 여자배구단, 남자탁구단, 여자배드민턴단 등 4개의 스포츠단을 운영하고 있다. 국가대표팀 공식 후원사를 맡는가 하면 국내외 체육대회도 수시로 개최한다.

 ‘병 주고 약’ 아이러니 중독의 두 얼굴
‘모순덩어리’무분별 이중성 마케팅 윤리 논란 점화
대부분 술·담배·도박·게임 관련 사업체에서 진행


무엇보다 KT&G는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가 인삼과 홍삼 등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또 2004년 외환위기 때 부도난 영진약품을 인수한 데 이어 신약 개발 연구를 하는 바이오벤처에도 투자하고 있다.
사정은 외국 담배회사도 마찬가지다. 다국적 담배회사인 제이티인터내셔널(JTI)코리아와 한국필립모리스 등도 ‘청소년 금연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흡연 예방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2007년 7월엔 서울대와 전남대, 가톨릭대병원 등 국내 대학병원 3곳이 필립모리스의 용역을 받아 흡연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다 “윤리에 어긋난다”는 여론의 비난이 일자 이를 철회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담배회사들은 “이미지 마케팅일 뿐 제품 홍보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시민단체들은 “몸에 해로운 담배를 만드는 기업이 국민들을 상대로 건강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모순과 같으며 자칫 흡연을 조장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행산업들도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사회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강원랜드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도박 중독을 예방하고 치유하기 위한 ‘한국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도박장이 도박중독자 예방사업을 펼치는 셈이다.
한국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는 건전한 게임문화 정착과 도박 중독예방 홍보와 상담, 치유지원을 위해 강원랜드가 2001년 9월 설립한 국내 최초의 도박 중독 상담기관. 강원랜드는 도박에 중독된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의 상담-치료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공단 등도 도박중독 상담·치료시설을 운영 중이다. 이들 기관은 2005년 7월 ‘도박중독공동대응협의회’를 발족하기도 했다.
더욱이 상담·치료시설들이 사행산업 영업장 내에 자리 잡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일례로 술집에 알코올병원이 담배회사에 금연센터가 들어선 것과 다를 바 없는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박장 안에서 도박중독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물론 무슨 예방과 치료를 할 수 있겠냐”며 “전형적인 ‘병 주고 약주는’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
게임업계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엿보인다.

술회사, 건전음주문화 앞장
담배회사, 금연 캠페인 전개
도박장, 도박중독 예방사업
게임사, 게임중독 프로그램


A씨는 2005년 말 국내 최고의 게임업체 사장에서 물러난 뒤 소프트웨어 업체를 창업해 ‘게임중독 방지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이 프로그램은 유해 사이트로부터 컴퓨터와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특히 게임 사이트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다.
업계에선 “어제 게임을 팔던 사람이 오늘 게임을 막는 프로그램을 내놓았다”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다.
‘모순 마케팅’이 범죄로 악용, 적발된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달 인터넷 사이트를 공격한 후 자신들의 보안서비스를 받을 것을 제안하는 방법으로 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일당이 검거됐다.
앞서 2006년 4월엔 악성프로그램(스파이웨어)을 생성시키는 가짜 ‘스파이웨어 치료 프로그램’을 퍼뜨린 뒤 이를 치료해주는 대가로 수억원을 챙겨온 일당이 경찰에 처음 적발되기도 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유해산업으로 분류되는 업체들은 자사를 알리는 광고나 판촉이 관련법과 규제로 엄격히 제한받아 쉽지 않다”며 “이같이 사실상 마케팅 활동이 금지된 상황에선 깨끗한 이미지 광고 또는 사업과 상반되는 사회사업을 통해 회사와 상품을 알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병 주고 약 주는’기업 랭킹
‘피해 많은데 서비스 좋네’

소비자 불만·해결 분석
삼성전자·LG전자 1, 2위
            

국내 가전업계의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병 주고 약 주는’기업 1, 2위로 선정됐다. 소비자 불만이 가장 많고 해결도 가장 잘한 것으로 조사된 것.
인터넷 사이트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지난해 총 3946건의 소비자 불만·피해 제보와 해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가 206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고 지난달 밝혔다.
이어 LG전자(198건), SK브로드밴드(172건), KT(124건), SK텔레콤(124건) 순이다. KTF(116건), LG파워콤(104건), LG텔레콤(94), G마켓(91건), 현대자동차(91건) 등도 소비자 불만·피해 제보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불만 항목에서 1위를 차지했던 삼성전자는 소비자 불만을 해결하는 항목에서도 해결률 91.5%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역시 LG전자도 84.4%로 2위를 차지했다.
다음은 농심(77.2%), GS홈쇼핑(74.29%) CJ홈쇼핑(71.43%) 인터파크(68.7%) 홈플러스(68.5%) 웅진코웨이(64.5%) 대우일렉트로닉스(66.6%) 롯데백화점(65.1%) 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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