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밀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더욱 교묘해지고 대형화·조직화 되고 있다. 더욱이 국제범죄조직에 의한 한국경유 일본 등 제3국으로의 중계밀수도 크게 증가하고 밀수경로도 다변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마약안전지대가 아니란 얘기다. 그렇다고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 국경 최일선에서 ‘마약 청정국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밤낮으로 뛰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관세청 마약조사과 직원들. 그들이 전하는 마약 밀수 비화를 들어봤다.
콘돔에 마약 넣어 질 속 삽입…밀수하려다 콘돔 찢어져 사망
팬티 안 랩으로 싼 뭉치 하나씩 꺼내니 메스암페타민 ‘우수수’
인천공항을 통해 하루에 250여 편의 항공기가 전 세계 약 170개의 도시에서 들어온다. 입국하는 승객은 하루 평균 3만5000명. 인천공항은 국제여객운송 세계 10위권의 허브공항인 것이다. 세관검사도 간편해져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세관검사 없이 환영홀로 나오게 된다.
수입이 금지된 식물이나 악성 가축전염병이 국내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구제역이 발생했던 나라에서 축산물을 반입하는 여행자, 빈번히 외국을 출입국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판매할 목적으로 고가의 물품을 상습적으로 반입하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휴대품에 숨겨오다 적발된 경력이 있는 사람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세관의 검사를 받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를 경유한 마약류 중계밀수가 빈번하게 적발되고 있고 마약류를 밀수하는 방법이 다양해져 세관 당국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마약밀수 방법 ‘기상천외’
그중에서 최근 자주 쓰이는 수법이 신변이나 체내에 은닉하는 수법이다. 고가의 마약류인 경우에는 콘돔 등으로 포장해 수백 그램씩 삼켜서 위장 속에 은닉하기도 하고 항문을 통해 직장 내에 숨기기도 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 질 속에 삽입해 숨겨오기도 한다. 이로 인해 콘돔이 찢어져서 사망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는 게 세관 관계자의 전언이다.
게다가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받기 전까지는 신체를 수색할 방법이 거의 없다는 점을 노리고 착용하고 있는 팬티나 브래지어 속에 마약류를 숨겨오는 방법도 자주 이용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홍콩에서 인천공항에 도착한 H씨는 어깨걸이 가방 1개만을 달랑 메고 있었다. 가방 속의 내용물을 검사했지만 특별한 물건은 없었다. 인천공항세관 J 마약조사관은 “혹시 마약류를 소지하고 있지 않느냐”고 H에게 묻자 그는 단호하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된 상태. 영장을 제시하자 그는 “이번에 홍콩을 여행하면서 대마초를 흡연한 사실이 있다”며 순순히 시인했지만 “마약류는 소지하지 않고 있다”고 거듭 부인했다.
그러나 X-Ray 촬영을 위해 병원으로 이동하던 중 그는 “직장에 마약류를 은닉했다”고 진술했다. 그의 배설물에서 코카인 20g, 케타민 40g, 엠디엠에이(일명 엑스터시) 22정 등을 싼 콘돔 뭉치 6개가 발견됐다.
지난해 4월 하순에는 L씨, M씨, N씨, O씨 등이 태국 방콕을 출입국하면서 마약류를 투약한다는 정보가 세관에 입수됐다. 오전 6시30분경 방콕으로부터 입국한 L과 M의 휴대품을 정밀 검사했으나 마약류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의 소변을 제출받아 마약류 투약 여부를 검사했더니 두 사람 모두 양성 반응이 나왔다. 두 시간 후에 방콕발 항공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N과 O의 휴대품에서도 마약류는 적발되지 않았으나 소변검사 결과 이들도 모두 마약류를 투약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에게 신변에 은닉한 마약류 제시를 요구하자 N과 O는 랩으로 싼 뭉치 하나씩을 팬티 안에서 꺼내 놓았다. 이들로부터 엑스터시 22정과 메스암페타민(속칭 필로폰) 7g을 압수했다.
지난해 5월 중순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부터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여행자가 대마초를 가방 속에 넣어 밀수입하려다 세관에 적발되기도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살고 있는 J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A씨로부터 대마초가 들어있는 가방을 한국에 있는 사람에게 전달해 주면 미화 1500달러를 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이를 승낙했다. A로부터 대마초가 들어있는 가방과 함께 항공권 및 여행경비 200달러를 건네받은 J는 며칠 후 비행기를 타고 인도양과 태평양을 건너 인천공항에 입국했다.
그러나 여행자의 수하물에 대한 X-Ray 판독을 하고 있던 인천공항세관 K 반장의 눈은 피해갈 수 없었다. J의 가방에서 이상음영이 판독된 것.
K반장은 ‘직감적으로 대마초가 아닐까하는 의심을 품었다’고 한다. 경력 17년의 베테랑 X-Ray 판독요원인 K반장은 2002년도에도 수차례에 걸쳐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부터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여행자가 10~30킬로그램의 대마초를 가방 속에 넣어 밀수입하려다 세관에 적발된 사례를 잘 알고 있던 터였다.
J가 휴대하고 있던 여행 가방을 세관 마약수사관에게 인계한 K 반장은 그 다음날 J의 가방에서 2kg씩 포장된 대마초 14kg을 적발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지난해 7월에는 인천공항국제우편물류센터 우편물검사장에서 근무 중이던 세관의 마약탐지견이 탐지업무를 수행하던 중 네덜란드에서 도착된 국제우편물에 마약류 반응을 보였다.
봉투를 뜯자 콘서트 리플릿 1매가 들어있었으며, 리플릿을 펼치자 조그만 비닐봉투에 들어있는 대마초 1g이 드러났다. 네덜란드에 유학중이던 대학생 K씨가 여름방학을 맞아 귀국하기에 앞서 미리 부쳤던 것.
그로부터 사흘 후 캐나다에서 도착된 국제우편물에 대해 세관 마약탐지견은 또 다시 마약류 양성반응을 보였다. 봉투를 뜯자 생일축하 카드 1매가 들어있었다. 카드를 펼치자 조그만 비닐봉투에 들어있는 대마초 4g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약밀수와의 전쟁”
인천세관 마약수사과 관계자는 “대량으로 밀수되는 대마초는 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카타르 도하,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홍콩·방콕·싱가포르 등을 경유해 우리나라로 입국하는 여행자가 가방 속에 숨겨 들여오고 있는데 반해, 소량으로 밀수되는 대마초는 네덜란드나 캐나다 등에서 국제우편 등을 이용해 자주 반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순간에도 밤낮 없이 24시간 불을 밝힌 인천공항에서는 마약밀수꾼과 이를 색출하려는 세관의 마약수사요원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불꽃 튀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