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 25.1% 기록 이후 10%대 지지율 ‘정착’ 중
호남지역 이상징후 발생…차기 대권 박근혜 1위 급부상
“DJ·노무현 그늘 벗어나야 한다” 지적도
민주당의 지지율이 바닥을 헤매고 있다. 10%대 지지율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급기야 한때 한자리수로 떨어지는 사태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어찌된 일인지 이명박 정부가 ‘강·부·자’, ‘고·소·영’ 논란에 휘말린 데 이어 ‘광우병 파동’, ‘입법전쟁’ 등의 악재로 지지율이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지지율은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용산참사를 지지율 회복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사활을 걸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국민들의 반응은 아직도 냉랭하기만 하다. 국민들이 민주당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또 민주당 인사들은 이 같은 현상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지지율을 통해 민주당의 문제점들을 들쳐봤다.
18대 총선을 기점으로 민주당의 지지율은 그야말로 ‘급변’을 겪어왔다. ‘대선·총선 패배’, 그리고 ‘호남정당’이라는 인식까지 민주당의 지지율을 급락시킨 요인은 다양했다. 이렇게 한번 급락한 지지율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MB ‘악재’ 못 살린 민주당
‘반짝’ 있고 ‘상승’ 없다
과연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지지율이 반등하지 못하는 이유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윤희웅 연구위원은 “연령·이념 무엇으로도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층을 찾기 어렵다. 오로지 호남에서만 강세로 지역정당화의 길을 가는 측면이 강하다”며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분당이 안 됐다면 민주당보다 더 지지율이 높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도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가 있어야 정당의 일체감이 높아지는데 민주당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 수도권 호남출신 자영업자를 움직여야 하는데 민주당은 경제를 살릴 해법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강력한 대립각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주지도 못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정권 재창출 실패 백서부터 써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18대 총선을 기점으로 민주당의 지지율은 어떤 변화를 겪어왔을까.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 민주당은 18대 총선 당시의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정당 득표율이 25.1%를 기록한 것. 그러나 4월 총선 이후엔 급속도로 하락세를 보이며 10%대로 추락했다. 즉 6·10 촛불집회 등으로 인한 ‘반짝 상승률’도 오래가지 못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민주당 지지율은 15.6%(5월13일)→15%(6월1일)→18.3%(6월28일)→16.5%(8월23일)→12.7%(9월8일)→16.1%(10월20일)→8.5%(11월19일)→19.1%(12월16일)→16.9%(1월20일)→18.4%(2월16일)로 4월 총선 정당 지지율에 비해 하락세를 보였다.
이러한 지지율 급락을 계속된 탓에 대안야당으로서 자리매김도 하지 못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장외 투쟁’에만 열을 올리고, 당 지도부와 민주당 인사들 간의 교감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는 분위기다. 민주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김효석 민주당 의원도 “견제야당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대안야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고 지적했다.
특히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된 김민석 최고위원 단식농성,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 비리가 터질 당시에도 그 여파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언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김 최고위원의 단식농성이 있었던 지난해 11월 민주당의 지지율은 8.5%로 뚝 떨어졌고, 입법전쟁으로 겨우 끌어올린 19%의 지지율이 노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 씨의 구속으로 인해 16%로 또다시 떨어졌던 것. 이는 민주당이 노 전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지지율 하락이 야당인 민주당을 한층 더 긴장시켰던 이유는 민주당 지지층 상당수가 이탈했다는 점 때문이다. 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30% 중반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의 지지율이 10%대에 머무르는 것은 여당으로부터 이탈된 지지층이 야당으로 이동하지 않을 뿐 아니라 기존 민주당 지지층마저도 이탈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호남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민주당이 호남지역에서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전북지역에서 박근혜 전 대표(27.9%)가 정동영 전 장관(20.3%)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호재가 있어도 살리지 못했고, 골프 외유 등으로 스스로 지지율을 깎아 먹었다”며 “지지율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도 않을뿐 더러 민주당 지도부가 과거와 같은 길을 다시 밟고 있는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그는 “민주당에 박 전 대표와 같은 인물이 없다는 점도 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못하고 있는 요인 중 하나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큰 변화폭 없이 지지율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민주당 일부 인사들은 전략·전술이 부족한 것을 한 요인으로 손꼽는다.
민주당 ‘불협화음’
불만만 쌓이네
민주당 한 인사는 “입법 전쟁에서 승리했을 당시 민주당에서는 장외 투쟁만을 선호했을 뿐 아무런 전략이 없었다. 그 당시 ‘MB악법’이라는 홍보보다는 국민들에게 ‘악법’일 수밖에 없는 내용들을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그러지 못했다”며 “‘MB악법’에 대한 정책토론회 등이 있을 당시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대거 협조를 해줘야 했지만 협조체제는커녕 오히려 ‘뒤늦게’ 당 인사들에게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당 지도부에서도 정확한 문제점을 지적하지 못하고 무조건 ‘MB악법’이라는 점만 강요한 것 같아 아쉽다. 이는 다분히 민주당의 전략과 전술이 부족하다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뿐만 아니다. 민주당 일부 인사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DJ)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늘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반응이다.
민주당 한 인사는 “민주당이 DJ와 노 전 대통령과의 관계복원에만 전념한다면 희망이 없다. 미래 역시 없다. DJ와 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큰어른이지만 정치를 떠난 이상 현실정치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두 수장이 말을 하면 귀담아 듣는 대신 굳이 그 말을 이행할 필요는 없다. 정 대표가 스스로 당을 운영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여기에는 4월 재보선 공천 문제와도 깊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동영 전 장관의 복귀 문제와 이로 인한 ‘계파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입증하듯 민주당 안팎에서는 정 대표가 DJ와 노 전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4월 공천에 관한 얘기가 오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 정 대표는 지난달 8일 봉하마을을 방문, 노 전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정 전 장관의 출마 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얘기가 오고 갔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게 민주당 안팎의 중론이다. 두 사람이 회동을 가진 것은 반DY계 성향이 강하고 정 대표를 옹호하는 친노계 인사들의 부활 플랜 등과 연관되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정세균 리더십 도마 위
“386에 포위당했다” 비판
DJ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한광옥 전 대표가 민주당에 전격 복당하는 등 DJ와의 관계 회복을 위한 작업에도 몰두하고 있는 형국이다. 심지어 DJ-정세균 밀월설도 나온다. 전주 재보선에 관해 DJ와 논의했을 수도 있다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정 대표는 독자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DJ·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늘에 가려져 있다는 불만이 꿈틀거리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전혀 그런 얘기는 없었다”고 일축하고 있지만, 민주당 안팎에서는 정 전 장관의 복귀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에 대해선 별다른 이견이 없는 듯하다.
이 같은 공천문제는 민주당 내 계파갈등까지 일으킬 조짐이다. 우여곡절 끝에 한 지붕 한 가족이 됐지만 정 전 장관의 출마로 인해 내홍 양상을 빚고 있다. 민주연대 내부에서는 정 전 장관의 전주 덕진 출마에 낙관적인 입장을 표명한 반면,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정 전 장관의 출마에 대해 비관적인 입장이거나 ‘수도권 출마’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 대표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입법전쟁을 통해 정 대표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지만 전략·전술 부족, 4월 재보선 문제 공론화 등으로 인해 그동안 쌓아올린 이미지를 모두 깎아먹었다는 게 민주당 내부의 중론이다. 특히 386인사들이 ‘반성’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정 대표를 포위하고 있다”고 있다는 비판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관계자는 “정권교체가 이뤄진 만큼 민주당은 야당에 불과하다. 그러나 민주당 일부 인사들은 여전히 여당행세를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민주당이 변해야만 살 수 있다. DJ·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을 뿐 아니라 전략·전술을 통해 대안야당의 이미지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즉 민주당이 고질적인 문제점을 극복함과 동시에 전략·전술을 보여준다면 민심도 따라 움직일 것이라는 얘기다.
과연 민주당은 10% 안팎에서 맴도는 지지율을 극복할 수 있을까. 그것은 명실공히 제1야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뼈아픈 자성의 몸부림이 있어야 가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