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학과 실존 사례에는 지극히 상식적으로 보이는 비상식과 반대로 비상식적으로 보이지만 지극히 상식적인 통념들이 많다. 최근 모텔 연쇄 약물 살인 사건 피의자에 대한 신상 정보 공개가 경찰의 심의위원회에서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가 ‘범죄 수법의 잔인성 조항’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이는 전적으로 여성 범죄, 여성 범죄자, 여성 범인성, 범죄성에 대한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신화나 통념 때문은 아닐까 한다. 특히 이번과 같은 연쇄살인이라면 더욱 이러한 신화나 통념에 따랐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FBI의 프로파일러도 ‘여성 연쇄 살인범은 없다’고 단언하지만, 미국에서는 연쇄살인범의 약 20% 정도가 여성이다. 그것도 모든 다른 살인의 10%만이 여성의 범한다는 통계를 고려한다면, 전직 FBI 요원의 단언처럼 여성연쇄 살인범은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비록 절대다수의 살인, 특히 연쇄살인이 대부분 남성의 몫이긴 하지만, 잘못된 신념이나 통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여성은 폭력적인 배우자나 연인 등 남성 주범의 종범일 따름’이라는 선입견이다. 지배적인 주범 남성에 의해서 착취되고 강요됐을 뿐이라는 존재로 비친다는 것이다.
물론 지배하고 학대하는 남성의 폭력과 강요에 의한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여성 연쇄살인범이 가해자 남성을 만나기 전부터 연쇄살인의 범인성을 가졌으며, 그래서 단독 범행도, 여성들끼리의 공동 범행도, 그리고 남녀 공동 범행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고 한다.
특히 보험 살인과 같이 금전적 이득이나 권력을 확보하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여러 범죄를 저지르는 연쇄 범죄자 여성도 적지 않다.
이번 신상 정보 공개와 관련된 범죄수법의 잔인성도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 여타 살인에 비해 그 수법이 잔인하지 않다는 판단이 통념으로 작용한 것이다. 독살이 총이나 칼 등을 살상 무기를 사용하지 않아서 피를 흘리거나 신체가 손상되고 훼손되지 않아서 잔인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하지만 여성 범죄에 있어서 신체적 특성이나 피해자, 특히 남성 피해자와 비교해 무력이나 완력을 사용하기보다는 독극물이나 약물을 주입해 독살하는 것이 가장 잔인한 수법이라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 여성 연쇄살인범은 증오에 불타는 남성 혐오자일 것이라는 생각도 사실과는 다르다고 한다.
물론 영화 <몬스터>에서 배우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한 연쇄살인범 에일린 워노스처럼 자신을 강간하거나 이를 시도했던 남성들을 살해한 것이라는 변명도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여성 연쇄살인범은 남성만이 아니라 여성과 아동도 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증오 범죄도 있지만 대부분 남성 혐오로 비롯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 모텔 약물 살인이 피해자가 모두 남성이라는 점에서 남성 혐오의 증오 범죄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오히려 지배와 권력 추구의 ‘묻지마 범죄’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 범죄에 관한 또 다른 하나의 쟁점은 이들에 대한 ‘기사도 정신’의 여부다. 전통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범죄성이 약한 것으로 알았지만, 특히 살인 등 강력범죄에서는 남성에 비해 턱없이 적은 범죄 통계 때문일 것이다.
통계적 사실을 놓고 한쪽에서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하며, 다른 한쪽에서는 사법 정책과 사법제도의 ‘기사도 정신, 요인’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관대하게 처리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왜곡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최근에는 여성 범죄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그것도 더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다고도 하지만, 사실은 아직도 남성에 비하면 여성 강력범죄는 절대적으로 그 비중이 매우 낮은 것도 사실이다.
범죄 통계상의 검거 건수의 증가는 어쩌면 과거 관대했던 사법제도가 더 이상 ‘기사도 정신’이 아니라 성평등적 관행에 기초한 법 집행 때문이라는 반박도 있다. 나아가서는 오히려 정형화된 여성상을 벗어난 여성 범죄자에 대해 더 가혹한, 소위 “어떻게 여자가 저럴 수가 있어”라고 더 가혹하게 취급되고 처리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