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 방귀 로켓? 3·1절 앞두고 번진 ‘AI 조롱’ 입길

2026.02.26 16:36:46 호수 0호

형사 처벌은 불가능?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3·1절 107주년을 앞두고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유관순 열사를 노골적으로 조롱하는 영상이 확산돼 공분을 사고 있다.



현행법상 제작·유포자를 직접 형사 처벌하기는 사실상 어려워, 기술 발전 속도를 법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2일부터 틱톡의 한 계정에는 유관순 열사의 얼굴을 합성한 AI 영상 3편이 하루 간격으로 연속 게시됐다. 영상들은 도합 조회수 20만회를 넘기며 빠르게 퍼져나갔고, 유튜브 등 다른 플랫폼으로도 재확산됐다.

영상의 내용은 충격적이다. 한 영상에선 전통 주막을 배경으로 열사가 방귀를 뀌는 상황극이 연출됐고, 또 다른 영상에선 상반신은 열사·하반신은 로켓인 기계장치가 “유관순 방구로켓”을 외치며 우주로 솟구치는 장면이 담겼다.

가장 논란이 된 영상에서는 열사가 일장기를 향해 애정을 표현하자 일장기에서 입이 나타나 “나 너 싫어”라고 말하는 연출까지 등장했다. 독립운동의 상징적 인물에게 친일 행위를 암시하는 설정을 덧씌운 것이다.

영상 제작에는 오픈AI의 영상 생성 모델 ‘소라(Sora)’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AI가 참고한 원본 이미지다. 3·1운동 참여로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된 당시 촬영된 수의 차림 사진, 즉 일제의 혹독한 고문으로 얼굴이 부어오른 상태의 수형 기록 사진이 활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관순 열사는 1920년 9월28일 같은 형무소에서 17세의 나이로 순국했다.

한편 ‘방귀 로켓’ 영상에는 숫자 ‘523’을 언급하는 대사가 포함됐는데, 한 이용자가 댓글로 해당 숫자의 의미를 묻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망한 날짜(5월23일)”라는 답글이 달렸다. 영상 게시자가 이 댓글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정황까지 포착되면서, 특정 정치 성향에 기반한 의도적 조롱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유관순 열사의 조카손녀이자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 천안지회장인 유혜경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가슴을 칼이나 송곳으로 찌르는 듯 아프다”고 토로했다. 유씨는 “후손들은 그분 업적을 가리지 않으려 숨어 지내고 행동거지 하나하나 신경 쓰며 살아왔다”며 “국가적으로 바람직한 일이 아닌 것 같다”고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온라인에서도 비판 여론이 거세다. 누리꾼들은 “독립운동가를 이런 식으로 조롱하는 게 맞냐” “보고 있는 내 두 눈을 의심했다” “영상 제작자 처벌이 시급하다” “아무리 창작의 자유가 있어도 위인 모독은 선을 넘었다” “3·1절 앞두고 후손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 등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대규모 신고가 이어지자 게시자는 영상 일부를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이미 다른 플랫폼으로 재유포된 상태다.

그간 국내에서 AI 기술은 독립운동가의 생전 모습을 생생하게 복원해 애국심과 보훈 의식을 고취하는 데 활용돼왔다. 흑백 사진 속 열사들에게 자연스러운 표정과 음성을 입히는 작업은 역사 속 위인과 현대인 사이의 심정적 거리를 좁히는 긍정적 사례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같은 기술이 정반대의 목적, 즉 역사적 인물을 폄하하고 조롱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생성형 AI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누구든 몇 번의 클릭만으로 정교한 합성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 현실이 기술 윤리의 사각지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이다.

충격적인 내용에도 불구하고, 법조계에선 현행법으로 제작·유포자를 직접 형사 처벌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유는 사자명예훼손죄의 벽이다. 이 죄가 성립하려면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야 한다. 핵심은 ‘사실의 적시’ 요건이다. 법적으로 사실 적시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주장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문제의 영상은 누가 봐도 명백한 허구이자 조롱이어서 열사에 대한 구체적 사실을 주장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일반인이 해당 영상을 시청하고 이를 실제 역사적 사실로 오인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점에서 ‘허위 사실 적시’ 요건 충족이 곤란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모욕죄 역시 적용이 불가능하다. 모욕죄는 사실 적시 없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는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할 때 성립하므로, 얼핏 이번 사안에 부합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행 형법상 모욕죄의 보호 대상은 ‘생존하는 사람’에 한정된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모욕 규정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순국한 유관순 열사에게는 모욕죄를 적용할 법적 근거가 없다.

기타 법률 적용도 쉽지 않다. ‘딥페이크 처벌법’으로 불리는 성폭력처벌법상 허위영상물 관련 조항은 성적 목적의 합성물에 한정되므로 이번 사안과는 성격이 다르다.

결국 도덕적으로는 명백한 비난의 대상이지만, 형사 처벌의 칼날이 닿지 못하는 법적 공백이 존재하는 셈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행 사자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좁아 AI 합성 영상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모독 행위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며 “생성형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맞춰 역사적 인물·고인에 대한 악의적 합성물 제작·유포를 규율할 수 있는 입법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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