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권현서 경제사회연구원 미래센터장은 보수 싱크탱크에서 미래 아젠다 발굴과 청년 인재 육성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권 센터장은 그런 자신을 늘 “정치를 두루 경험한 30대 워킹맘”이라고 짧게 소개한다. 결혼과 육아조차 특별한 경험이 되어버린 세상을 물려준 것에 미안함을 느껴 후배 양성에 힘을 쏟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청년은 갈등의 대상이 아닌 해결의 주체가 될 준비가 된 세대”라며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
“나는 공천도, 개인사업도 다 실패해 봤다. 그래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더라.” 권현서 경제사회연구원 미래센터장의 말이다. 권 센터장은 2009년 여의도연구원(구 여의도연구소)에서 대학생기자단 활동을 시작으로 국회와 청와대를 거쳐 정치에 뛰어들었다.
그런 그에게는 언제나 “어려서 뭘 모른다”는 뒷말이 따라붙었고, 여러 차례 좌절을 겪기도 했다. 권 센터장은 <일요시사>와 만나 ‘실패해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노하우’를 공유했다. 다음은 권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선거철만 되면 정치권에서는 ‘청년’이라는 단어를 앞세워 혁신과 쇄신을 외친다. 단순히 생물학적 나이가 어리다는 게 장점이 될 수 있을까?
▲과거의 나에게도 해주고 싶은 이야기지만 젊기 때문에 공천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 청년 정치라는 단어가 공공연하지만 이제는 사라져야 할 때다. 젊어서 청년을 대변할 수 있고, 늙어서 장년을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정치에 필요한 건 전문성이고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지, 나이만으로 공천을 받거나 실력을 확인할 수 없다. 정치가 국민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청년, 여성 등 수식어를 붙이지 않아도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반복되는 청년 정치의 실패로 인한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회의적인 시선을 누가 만들었느냐부터 생각해보자. 청년 정치가 실패로 이어지는 건 결국 기득권 정치가 만들어둔 틀 때문이다. 힘들 때마다 젊은 사람을 앞세워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리고, 위기 국면에서 쇄신을 요구하고, 이런 상황에서 청년이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할 수 있겠는가?
청년 정치인이 실패하는 것인지, 정치가 어려울 때 탈출구를 만들기 위해 청년을 내세우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청년에게 ‘참여 기회’가 아닌 ‘결정 권한’을 줘야 한다. 그 순간부터 청년에게 정치는 이벤트가 아니라 성과의 영역이다.
선거 공천은 나이순? “어림도 없다”
휴지처럼 뽑아 쓰는 ‘젊은 피’ 현실
-현재 정치 기득권 계층은 ‘86세대’다. 다음 정치 기득권은 누가 가지게 될지, 그리고 그들의 특징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과거 기득권층은 자신들이 이룬 것을 기반으로 권력을 재창출하는 집단이었다. 이에 반해 새로운 기득권층은 성과로 국민께 평가를 받고, 그 평가로 정치 생명을 유지하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그런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기득권 집단이 돼야지만 책임을 다하면 그 자리에서 내려올 수 있다. 이것이 새로운 기득권의 리더십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청년이 정치를 시작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본인이 사는 지역에 국회의원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라고 말한다. 내가 사는 지역의 기초의원, 광역의원 등의 발언이나 성과를 찾다 보면 다음 투표 때 기준점이 생긴다. 당과 정파를 떠나 자기의 취향에 맞는 정치인을 찾아보는 것이 가장 가까운 정치 참여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정책을 건의해 보는 걸 추천한다. 살면서 부족하거나 불편한 부분을 찾고, 왜 불편한지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그다음 정치권은 이를 어떻게 다루는지 찾아보고 직접 건의하는 것까지 시도해 보길 바란다. 결국 정책과 정치는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본인만의 정책을 만드는 게 가장 쉬운 방법 아닐까? 거듭 강조하지만 나이만으로 공천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나이가 경쟁력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12·3 비상계엄 이후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탄핵 찬성과 탄핵 반대로 진영이 나뉘면서 청년 세대의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평이 나오는데….
▲지금 2030은 예전처럼 휩쓸리는 세대가 아니다. 스스로 정보를 비교하고, 판단하고, 선택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가치에 동의하는 청년도 있고 이재명 대통령의 무능을 느낀 청년도 있다. 그런 세대가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급진화라기보다 각성에 가깝다고 본다. 2030은 극단화된 세대가 아닌 근본적으로 불안한 세대다.
-심리적으로 분열된 청년 세대를 다시 통합할 수 있을까?
▲청년 세대의 분열은 자연 발생한 현상이 아니라, 정치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 과정서 청년 세대는 문제의 당사자가 아니라 갈등의 연료로 소모됐다. 지금 청년 세대가 심리적으로 분열돼 보이는 이유는 서로를 미워해서가 아니다. 정치가 계속해서 “너의 적은 옆에 있다”고 말해왔기 때문이다.
이 구조를 멈추지 않으면 어떤 세대도 통합될 수 없다. 해결책은 거창하지 않다. 모든 사회 문제를 정치적 동원의 언어로 번역하지 않는 것이다. 갈라치기가 아니라 책임 있는 선택의 기준을 제시하는 정치로 돌아가자고 제안하고 싶다.
“2030남 극우화 일반화의 오류”
“젊은 에너지 바르게 흡수돼야”
-일부 2030 남성이 서부지법 사태에 연루되는 등 ‘극우화됐다’는 비판도 나오는데, 어떻게 보시나?
▲‘2030 남성의 극우화’란 말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이는 현상을 설명하기보다는 낙인 찍기에 가깝다. 물론 서부지법 사태처럼 폭력과 불법 행위가 있으면 법률적인 책임을 져야 하지만, 소수의 일탈을 전체 세대의 성향으로 일반화하는 건 문제의 원인을 가릴 뿐이다.
또 한 가지, 극우의 반대편에 있는 극좌 단체와 비교했을 때 비판받는 부분이 과연 균등한지 묻고 싶다. 책임의 크기가 기울어져 있다. 진보냐 보수냐를 떠나 항상 똑같은 형평성 아래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정치권의 역할은 무엇일까?
▲청년들의 에너지가 제도 정치 안에서 흡수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어른들의 역할은 2030이 극우화가 되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불안감을 풀어서 정치의 언어로 바꾸는 것이다. 정치인 역시 이 청년들이 정당에서 건강하게 뿌리내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도움을 줘야 한다. 청년들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자랐으면 좋겠는지까지 등을 고려해 활동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 청년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정치가 아닌, 청년이 정치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정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청년 정치라는 말 자체가 필요 없는 시대가 올 거라고 본다.
‘청년들의 멘토 권현서’라는 말도 과분하다.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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