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13년 동안 이어진 베네수엘라 독재 정권이 막을 내렸다.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침공하면서 한 국가의 수장을 오로지 힘으로 끌어내렸다. 이를 지켜본 북한도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운명이 평행선을 달릴지 이목이 쏠린다.
지난 3일(현지시각) 새벽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공습 작전을 펼쳤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미국은 베네수엘라와 그 지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상대로 한 대규모 공격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며 “마두로 대통령은 그의 부인과 함께 체포되어 베네수엘라를 떠나 이송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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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남부연방지검은 마두로 대통령을 ▲마약 테러 공모 ▲코카인 수입 공모 ▲기관총 및 파괴적인 살상 무기의 소지·소지 공모 등 4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마두로 대통령이 마약 카르텔 등과 공모해 수천톤의 코카인을 미국으로 밀반입한 것으로 의심하면서 그를 단순한 부패 정치인이 아닌 ‘국제 마약 카르텔의 수괴’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 공백 사태를 맞이한 베네수엘라를 향해 “대선을 통한 새 정부 출범보다 베네수엘라의 기반시설 재건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누가 베네수엘라의 국정을 책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담당하고 있다(We are in charge)”고 답했으며 “베네수엘라가 처신을 잘하지 않으면 우리는 2차 공습을 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운영에 직접 참여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전하고 적절하며 신중한 정권 이양이 이뤄질 때까지 우리는 국가(베네수엘라)를 운영할 것”이라며 “누군가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지난 수년간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베네수엘라를 운영할) 여러 인사를 지명 중이다. 그들이 누구인지 곧 알려드릴 것”이라며 “당분간은 지금 제 뒤에 서 있는 사람들(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등) 중 일부가 운영을 맡게 될 것이다. 우리가 직접 운영할 것이며 베네수엘라를 다시 회복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 침공 작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콜롬비아, 쿠바, 멕시코, 덴마크령 그린란드 등 서반구 여러 나라를 언급하며 ‘돈로(도널드+먼로) 독트린(Doctrine)’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한밤중 벌어진 베네수엘라 작전
“처신 못하면 2차 공습” 으름장
‘마두로 축출’ 사태는 그동안 지켜오던 국제 질서를 완전히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이하 외통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건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중요한 건 지금부터 미국이 혼란의 베네수엘라를 어떻게 안정시킬지에 달려있다. 앞으로 국제 정세가 어떻게 될지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1983년 미국 레이건 행정부 시절 그레나다 침공과 1990년 조지 H. W. 부시 행정부 시절 파나마의 마누엘 노리에가 체포되는 등 미국이 중남미 지역을 대상으로 개입한 전례를 언급하며 “파나마 사태에서도 국제법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됐으나, 이후 국가가 안정되고 정치 체제가 변화함에 따라 국제 사회의 인식도 바뀌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파나마 같이 안정화해 다시 국제 사회에 기여하는 민주 국가로 전환시킬지, 이라크처럼 혼란만 가중할지 결과만 남았다”고 밝혔다.
후자의 경우 국제법적으로 잘못된 개입을 해 일을 망친 게 되니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마두로 축출 사태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도 적용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북한 역시 기근과 경제 문제가 심각한 데다가 김정은이 마두로 대통령의 체포 명분인 마약 밀매 및 국제 범죄 연루 의혹 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점에서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김정은의 압송 가능성을 주장했다.
이 대표는 미국 법무부 장관이 마두로 대통령의 마약 밀매 혐의를 적시한 점을 언급하며 “미국은 그를 ‘국가원수’가 아닌 ‘초국가적 범죄조직의 수괴’로 규정, 전통적인 주권면제 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런 논리는 김정은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약 밀매, 해킹 범죄…
북 바라보는 미 속내는?
그러면서 “그동안 국제 사회는 김정은에 대해 유사한 범죄 혐의(메스암페타민 및 아편 제조·수출 공모, 전 세계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과 수십억달러 규모의 자금 탈취, 달러 위조, 미국 대학생 억류 및 고문치사 등)를 제기해 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미국이 북한을 향해 날을 세울 가능성은 작다는 게 국제 사회 및 외교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선이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을 중심으로 북한을 견제하는 목소리는 나올 수 있겠으나 베네수엘라를 침공한 것처럼 대대적인 군사작전이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점에서다.
북한이 미국과 대립 중인 중국·러시아와 손을 잡고 핵무기 개발 의지를 보이는 것 역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김정은 축출 작전’에는 물리적 변수도 존재한다. 김건 의원은 “미국이 군사를 이끌고 북한에 개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라며 “1950년 미국이 북한으로 향했을 때 위에서 중국이 밀고 내려왔다. 한반도에서 미국이 군사작전을 하려면 최소한 3차 대전을 각오해야 한다. 김정은이 미국에 대응은 할 수 있겠지만, (대응에 그치는) 그런 정도의 억제 효과만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을 “가장 엄중한 형태의 주권 침해”라고 규정했다.
마두로 대통령 압송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국제 사회가 오랫동안 수없이 목격해 온 미국의 불량배적이며 야수적인 본성을 다시 한번 뚜렷이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또 하나의 사례”라며 “국제 사회는 지역 및 국제관계 구도의 정체성 보장에 파괴적인 후과를 미친 이번 베네수엘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미국의 상습화된 주권 침해 행위에 응당한 항의와 규탄의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한 지 약 7시간 만에 북한은 보란 듯이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발사 훈련을 참관하고 “전략적 공격 수단의 상시 동원성과 그 치명성을 적수들에게 부단히, 그리고 반복적으로 인식시키는 것 자체가 전쟁 억제력 행사에 중요한 효과적인 한 가지 방식”이라고 말했다.
맞대응
이어 “숨길 것 없이 우리의 이 같은 활동은 명백히 핵전쟁 억제력을 점진적으로 고도화하자는 데 있다”며 “그것이 왜 필요한가는 최근의 지정학적 위기와 다단한 국제적 사변들이 설명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적 사변’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 베네수엘라 침공 사태와 마두로 대통령 압송 등 일련의 과정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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