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 따로 계산제’ 실효성 논란

2026.01.05 09:12:59 호수 1565호

컵값 따로 커피값 따로?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이어 이번엔 ‘컵 따로 계산제’다. 앞서 탈 플라스틱 정책으로 시범 운행한 보증금제가 일부 지역에서 실패하자, 새롭게 내놓은 보완책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정부가 올해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컵 따로 계산제’를 추진하면서 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컵 따로 계산제는 테이크아웃 음료 구매 시 일회용컵 가격을 음료 가격과 분리해 영수증에 표시하는 방식이다. 컵 사용 비용을 인식시키는 방법을 통해 다회용컵 사용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있으나 마나

컵 따로 계산제는 기존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보완하는 방안으로 제시됐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문재인정부 시절 도입된 정책이다. 테이크아웃 음료를 일회용컵에 제공할 경우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함께 받고, 사용한 컵을 매장이나 지정된 장소에 반납하면 이를 돌려주는 방식이다.

환경부는 일회용컵 회수율을 높여 재활용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로 2022년 12월부터 세종과 제주에서 해당 제도를 시범 운행해 왔다.

다만 보증금제는 시행 초기부터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컵을 다시 매장에 가져와야 하는 번거로움, 무인 회수기 설치와 관리 비용, 매장 간 반납 불편 등 수 많은 문제점들로 인해 소비자와 점주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보증금제 전국 확대는 사실상 중단됐다.


이에 컵을 다시 가져와야 하는 방식 대신, 컵 가격을 분리해 표시하는 방식이 현장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정책 방향을 전환했다.

지난달 17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컵을 가져갔다가 다시 돌려주면 돈을 돌려주는 방식은 탁상행정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시장에 명확한 가격 신호를 보내 탈 플라스틱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언급했다. 이후 기후부는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논의 과정에서 컵 따로 계산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찍혀도 일회용 사용할 것”
새 대책에 소비자 반응 싸늘

정부가 설명한 컵 따로 계산제의 핵심은 ‘추가 부과’가 아니라 ‘분리 표시’다. 기후부는 해당 정책은 현재 음료 가격에 포함돼있던 컵 비용을 영수증에 따로 표기하는 방식이며, 가격이 인상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컵 가격은 100~200원 수준으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구체적인 금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컵 따로 계산제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많다. 첫 번째 문제는 소비 구조다. 테이크아웃 음료는 이동 중 소비되기 때문에 일회용컵 사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컵 가격이 표시된다고 해도 그 금액을 아끼려고 텀블러를 늘 소지하고 다니기는 쉽지 않다.

텀블러 무게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음료를 마시고 나서는 텀블러를 세척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회용컵의 경우 음료를 다 마시고 간편히 버릴 수 있어 장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실제 <일요시사>가 20~30대 10명에게 “영수증에 컵 가격이 따로 표시된다면 일회용컵 소비를 줄이고 텀블러를 이용할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 “텀블러를 이용하겠다”고 대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가격 수준 역시 주요 요소로 거론된다. 정부가 언급한 컵 가격은 100~200원 수준으로, 이는 커피 한 잔 가격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현재도 다수의 카페에서는 텀블러 사용 시 할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할인 제공에도 불구하고 텀블러 이용이 소극적이라는 점을 봤을 때 ‘컵 따로 계산제’의 효과를 미리 가늠할 수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장에서는 컵 따로 계산제가 실제로는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이 카페 점주 16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7%가 제도 시행 시 판매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효과 없이 현장 혼란만 야기”
별도 표시에 카페만 골머리

점주들은 원두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이미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음료 가격을 컵값만큼 인하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일회용컵 납품 가격은 프랜차이즈 본사와 개인 매장, 거래 방식에 따라 차이가 크다. 컵 가격에 뚜껑이나 슬리브를 포함할지 여부에 대한 기준도 명확히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이로 인해 매장별로 다른 컵 가격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으며, 소비자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일요시사>가 만난, 실제 번화가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이모씨는 “컵 따로 계산제가 도입되면 현장 혼선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 카페 같은 경우는 일회용컵을 주문 제작하고 있어 단가 자체도 높다”며 “영수증에 더 높은 가격이 찍히면 항의하는 사람이 분명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격 인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손님들은 컵 가격까지 음료 가격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카페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정부는 향후 공청회와 추가 논의를 통해 컵 가격 기준을 구체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컵 따로 계산제의 실효성은 제도 시행 이후 일회용 컵 사용량 변화와 소비 행태 변화로 확인할 수밖에 없다.

탁상행정

다른 카페 사장 박모씨는 “환경을 위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점은 동감한다”면서도 “영수증에 일회용컵 가격이 찍힌다고 해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기존에 있던 보증금제보다 더한 탁상행정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이어 “결국 효과는 효과대로 없고 카페 운영만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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