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현역’ 국민배우 이순재 별세⋯향년 91세

2025.11.25 10:59:37 호수 0호

건강 악화 직전까지 연기 투혼
정보석·배정남 등 애도 물결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한국 방송 역사의 산증인이자 ‘현역 ‘최고령’으로 활동해 온 배우 이순재가 25일 새벽 별세했다. 향년 91세.



이날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오전 세상을 떠났다. 평소 철저한 자기관리로 연극, 드라마, 영화를 넘나들며 고령의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으나, 지난해 10월 건강 문제로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휴식을 취해오던 중 영면에 들었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고인은 4살 때 조부모를 따라 서울로 내려왔다. 고인은 서울대학교 철학과 재학 시절, 당시 대학생들의 취미였던 영화 감상 중 로렌스 올리비에의 <햄릿>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배우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한 이순재는 1965년 TBC 1기 전속 배우가 되며 본격적인 방송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동의보감> <허준> <상도> <야인시대> <이산> <토지> <엄마가 뿔났다> 등 140여편에 달하는 드라마에 출연하며 한국 드라마의 역사와 함께했다.

특히 1990년대 국민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선 엄격한 가부장적 아버지인 ‘대발이 아빠’역을 맡아 시청률 65%라는 대기록을 견인하며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이미 연기의 경지에 올랐음에도 고인의 변신은 멈추지 않았다. 2006년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과 2009년 <지붕 뚫고 하이킥>을 통해 근엄한 이미지를 벗고 코믹 연기에 도전하기도 했다. ‘야동 순재’라는 친근한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팬덤을 형성했다.


2013년 예능 <꽃보다 할배>에선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앞장서 걷는 모습에 ‘직진 순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고인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무대를 향한 열정을 불태웠다. 구순을 앞둔 나이에도 연극 <리어왕>에서 200분에 달하는 방대한 대사를 완벽하게 소화해 찬사를 받았으며, 2023년에는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로 연출에 도전하기도 했다.

건강 악화 직전인 최근까지도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와 KBS 2TV 드라마 <개소리>에 출연하며 투혼을 발휘했다.

이 같은 열정으로 고인은 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당시 수상 소감에서 “60이 넘으면 보통 공로상을 주는데, 늙어서도 연기를 잘하면 대상을 주는 것”이라며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하고 늘 준비하고 있었다”고 큰 울림을 줬다.

대한민국 연기 예술계의 거목이자 영원한 스승이었던 이순재의 타계 소식에 동료 및 후배들의 추모 물결도 이어지고 있다.

<지붕 뚫고 하이킥> 등에서 고인과 호흡을 맞췄던 배우 정보석은 이날 오전 자신의 SNS에 고인의 사진을 게재하며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

정보석은 “선생님, 그동안 너무나 감사했다. 연기도, 삶도, 그리고 배우로서의 자세도 많이 배우고 느꼈다”라고 적었다.

그는 “제 인생의 참 스승이신 선생님. 선생님의 한걸음 한 걸음은 우리 방송 연기에 있어서 시작이고 역사였다”며 “많은 것을 이루심에 축하드리고 아직 못하신 것을 두고 떠나심에 안타깝다. 부디 가시는 곳에서 더 평안하시고 더 즐거우시길 간절히 기도드린다”고 깊은 존경과 애도를 표했다.

고인의 마지막 드라마 출연작인 KBS 2TV <개소리>를 함께했던 배우 배정남 역시 SNS를 통해 추모에 동참했다. 배정남은 “이순재 선생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며 “너무나도 존경하는 선생님과 드라마를 함께할 수 있어서 제 인생 최고의 영광이었다. 편히 쉬세요, 선생님”이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방송인 김영철도 이날 오전 진행된 SBS 파워FM <김영철의 파워FM> 생방송 도중 울먹이며 비보를 전했다. 그는 “마치 가족 어른을 떠나보낸 것처럼 마음이 무겁다”며 “예능계에서도 후배들에게 큰 존경을 받았던 분”이라고 회상하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고인은 연기 인생 외에도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민주자유당)에 당선돼 정치권에 몸담기도 했으며, 최근까지 가천대 연기예술학과 석좌교수로 강단에 서며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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