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박민영 장애인 구설’과 공당 대변인의 역할

2025.11.20 17:43:46 호수 1559호

대변인이란 어떤 사람 또는 단체를 대신하거나 대표해 의견이나 견해를 밝히는 사람을 일컫는다. 특히, 정치권에서 공적인 정당이나 당파의 대변인은 그 집단의 주의나 주장을 모아 발표하는 입으로 통한다. 당의 공식 입장을 국민과 언론에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위치는 공당의 소통 전략의 핵심으로, 민감한 사안을 다루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단순히 정의만 놓고 보면 그냥 말만 전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변인은 해당 단체를 대표해 언론과 접촉하고 의견을 전달하는 소임을 수행기에 실언 한번으로 조직에 큰 잘못을 할 수 있다. 따라서 그 역할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으며, 그런 실수를 하지 않을 검증된 인원을 기용하기 때문에 지위도 꽤 높은 편에 속한다.

정당 대변인은 단순히 말을 전하기만 하는 헤럴드(전령) 같은 역할이 아니므로 정치적인 지능이나 감각이 요구된다. 정치는 늘 명분으로 움직이며, 그것은 당 내부의 자치적인 의결을 통해 형성된 당론이라고 하더라도 예외가 없기 때문이다.

요컨대, 같은 당 사람끼리 모인 자리에서도 결코 모든 속내를 완전히 드러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변인은 당이 표면으로 내세우는 명분이 무엇인지, 그 이면에 숨은 속내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하며, 그래야만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논리를 구성해 말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도 각종 정치 관련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정당 대변인이 상당한 수준의 정치적 토론이나 의견 개진이 가능한 경우가 많은 점을 그 근거로 들 수 있다.

공당 대변인은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정책 결정에 반영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대변인은 정치와 미디어 관계를 관리하면서 사회적 이슈 및 여론 동향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며 이를 통해 정당은 국민의 요구와 기대를 인식하고 적시에 대응할 수 있다.

이 같은 활동은 국가의 이미지와 국민의 신뢰를 형성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공당의 대변인은 국민과 정당 사이의 원활한 소통을 촉진하며, 사회적 통합과 정책 투명성을 높이는 역할을 담당한다. 대변인의 전문성과 소통 능력은 국가가 직면한 다양한 도전에 대응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 높은 윤리 기준을 유지하면서도 공신력을 얻기 위해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간관계 구축 능력도 필요하다. 언론 및 국민과의 신뢰를 쌓아 대중의 지지를 끌어내는 것도 대변인의 중요한 역할이다.

청년 대변인 출신인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의 같은 당 김예지 의원을 향한 장애인 비하 발언이 연일 이슈다.  박 대변인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인 혐오 발언이라는 논란이 일자 김 의원이 여성, 장애인 정체성을 방패 삼는 것을 비판했을 뿐 혐오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박 대변인의 발언을 놓고 볼 때 그는 공당의 대변인으로서 깜냥이 되지 않는 인물이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대해 호소하는 이들에게 과민하다거나 피해의식이라는 반응은 낯설지 않다. 장애라는 특성이 손쉽게 조롱과 모욕의 요소로 작용하는 것 또한 낯설지 않다. 

장기기증법 개정안을 발의한 후 쏟아진 공격들과 관련해 “제가 장애인이고 여성이라는 게 공격 포인트가 됐다”고 설명한 김 의원 발언은 자신의 정체성을 방패 삼은 것이 아니라 이 사회에 작동하는 구조적 차별을 정확히 짚었던 것이다.

정치적 방향성에 대한 이견, 의정활동에 대한 비판에 있어 김 의원이 장애 여성이라는 점이 공격당할 그 어떤 타당한 이유도 없다. 사안과 무관한 일을 특정 집단의 특징이라 낙인찍고 부정적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 바로 혐오다. 


정치인들의 이 같은 여성,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소수자들을 낙인찍는 혐오 발언들은 삽시간에 퍼져나가고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정치인의 혐오 발언이 해악이 특히 심각한 이유다.

박 대변인은 비례대표는 각 직능을 대표하는 이들이 들어와야 하는데 장애인 할당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추후 당 비례대표 당선권에서 많다는 것이 취지였다고 해명했지만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선거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의견이 국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하며 소수자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입법과 정책으로 정치에 참여토록 하는 제도다. 

문화예술인이자 장애 당사자인 김 의원이 시민의 대표로 국회에 진출해 입법과 정책활동을 펼치는 것은 비례대표제의 취지에 정확히 부합한다.

게다가 박 대변인은 당선권 명부에 장애인이 과도하게 많다고 주장했지만 등록 장애인만 260만이 넘는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 권리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은 적으면 적었지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는 현실이다. 

비례대표제도의 취지를 왜곡하고 있는 것은 박 대변인 자신이란 점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

그러는 와중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 사안의 심각성에 대한 자각이 전혀 없는 최악의 대처를 보였다. 

장동혁 당 대표는 괜찮다며 그의 사표조차 반려시켰고 송언석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당내의 일을 가지고 지나치고 과도한 반응은 자제해달라”며 “당내에서 이미 엄중하게 질책한 사안을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박 대변인의 발언은 그저 당내에서 있었던 촌극이 아니다. 그러므로 박 대변인의 발언들은 공적인 공간에서 그저 조금 부적절한 발언들 중 하나로 지나가서는 안 된다. 이에 대한 단호한 비판들과 대처, 본인의 잘못을 인정한 진심 어린 사과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런 방향으로 사태를 바로잡기는커녕, 사안을 축소하고 차별과 혐오에 미숙하게 대응했다. 

당사자인 박 대변인은 물론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도 제1야당의 지도부로서 부적절한 대처와 언행에 대해 김 의원과 유권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김 의원은 “혐오가 아닌 존중을, 배제가 아닌 대표성과 정체성을, 낙인찍기가 아닌 다름에 대한 인정을 정치의 기본값으로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을 계속해 나가겠다”며 박 대변인을 고소했다. 그는 공당의 정치인으로서 정치가 나아갈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했다. 

국민의힘의 정치가 혐오, 배제, 낙인이 아니라면 그들도 정치의 역할을 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박 대변인을 즉각 사퇴시키고 김 의원과 260만 장애인들에게 즉각 사과해야 한다.

공당의 대변인은 정치와 국민 간의 가교로서, 정치적 의사소통의 필수 요소인 사람이다. 이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명료한 소통 능력과 신뢰성, 정치적 감각 등이 필수적이다. 대변인의 성공은 정당 정책의 이해 증진뿐만 아니라 국민과의 신뢰 구축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박 대변인은 대변인 깜냥이 아니다.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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