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판닦이 용도인 줄⋯” 이번엔 제주 ‘비계 목살’ 논란

2025.10.20 14:21:47 호수 0호

음식점 직원 “원래 붙어 있었던 것”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제주 서귀포 한 식당에서 흑돼지 1인분을 주문한 한 관광객이 비계가 가득한 고기를 받았다는 글이 올라와 또다시 먹거리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탐라문화제 ‘부실 김밥’ 논란에 이어 제주 먹거리에 대한 불신이 점점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8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제주도…안 바뀝니다 화딱지나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 A씨는 제주 서귀포의 한 흑돼지 전문식당에서 목살 1인분과 오겹살 1인분을 주문했지만, 목살 절반이 비계였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A씨는 “직원에게 항의하자 ‘원래 목살에 붙은 비계고, 그램 수에 맞춰 나온 것’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비계는 기분 나빠서 불판 밖으로 던져버렸다. 2년에 한 번씩은 제주를 찾았지만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다”고 분노를 표했다.

A씨가 공개한 사진에는 살코기보다 지방층이 훨씬 두꺼운 고기 조각이 불판 위에 올려져 있는 모습이 담겼다.


글을 접한 회원들은 “제주도는 정말 안 바뀐다” “불판 닦는 용인줄 알았다” “이제는 관광객이 문제라는 인식까지 생겼다” 등 대부분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일부 회원들은 “목살 부위 특성상 비계층이 3~5cm 정도 붙는 게 일반적”이라며 식당의 잘못이 아니라는 의견도 냈다.

식육 전문가라는 한 회원은 “평소 우리가 마트에서 보는 삼겹, 목살은 비계를 과감하게 잘라내고 판매를 하는 것”이라며 “근데 위 사진의 목살은 흑돼지의 특성상 비계도 쫄깃하다는 점을 이용해 지방층을 아예 제거하지 않고 판매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섬 지역 관광지 식당에선 비계까지 고기 값에 녹여 파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1인분에 만원 안 쪽에 저런 고기를 준다면 백번 양보해서 한번은 이해할 수 있는 정도”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태는 불과 1년 전 제주에서 불거진 ‘비계 삼겹살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해 제주 한 유명 흑돼지 전문점에서는 비계가 90% 이상인 삼겹살을 15만원에 판매했다는 폭로 글이 올라와 전국적인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일파만파로 논란이 확산되자, 제주도는 포장육 제조업체 150여곳, 식육 판매점 430여곳, 돼지고기 인증점 130여곳을 대상으로 일제 점검을 실시하고, ‘삼겹살 품질관리 매뉴얼’을 배포하며 재발 방지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배포한 삼겹살 품질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일반 삼겹살은 1cm 이하, 오겹살은 1.5cm 이하 지방만 남기고 나머지 지방은 제거해 관리해야 한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도 지난 5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위생 관련 부서에서 해당 문제의 지도·감독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내부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홍보를 강화하는 등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도 차원의 이 같은 지속적인 자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주에선 먹거리 불신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탐라문화제에선 4000원짜리 김밥이 속 재료가 거의 없이 밥만 가득한 채 판매돼 ‘부실 김밥’ 논란이 일었다. 당시 제주시 관계자는 “마을 부녀회가 운영해 폭리를 취하려 한 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탐라문화제 운영위원회는 공식 사과문을 게시하며 진화에 나서야 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4월에는 전농로 왕벚꽃축제에서 순대 6개뿐인 순대볶음을 2만5000원에 판매해 ‘바가지 논란’이 터지기도 했다.

이처럼 연이어 터지는 먹거리 논란에 관광객뿐 아니라 도민들 사이에서도 “이러다 그나마 없던 제주도 이미지도 무너질 판”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자영업자는 “소수 업소의 상술이 전체 이미지를 망치고 있다”며 “한 번 잃은 신뢰는 되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주자치도관광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586만3105명으로 전년 동기(646만3680명)보다 9.3%(약 60만명) 감소했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예전 제주 관광의 핵심은 ‘자연’에 귀결됐지만, 지금은 ‘신뢰’”라며 “특히 먹거리 관련 신뢰가 무너지면 재방문율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 차원에서 지속적인 점검과 소비자 불만 대응 시스템을 강화하지 않으면 관광 수익에 큰 타격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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