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괴로워하는 서민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던 대표 소주제조사인 ‘진로(주)’가 서민들의 마음에 비수를 꽂았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이 같은 비난은 진로가 30억원을 내걸고 진행한 ‘병뚜껑 경품행사’에서 ‘당첨 소주’가 따로 생산돼 시중에 나돌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부터다. 국내 소주시장에서 50% 이상을 점유하며 업계 1위를 달리는 진로의 ‘배신(?)’에 소비자들은 ‘소주 너마저’라며 침통해 하고 있다. 서민을 농락한 진로의 30억 경품행사 내막을 추적했다.
지난 15일 KBS 1TV ‘취재파일 4321’은 “경품용 병뚜껑은 애초 공장에서 소매점이나 식당 등을 통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직접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공장에서 소주회사 영업 사원들이 일부 업주 등의 판촉용으로 뿌려진다는 것이 주류 유통 관계자의 말”이라고 보도했다.
진로는 지난해 11월10일부터 올 2월17일까지 4억병 가량을 생산해 1등 500만원 50명, 2등 5만원 1만5000명, 3등 1만원 20만명 등 총 21만5050명이 당첨될 수 있다고 광고했다.
KBS 보도에 따르면 ‘당첨소주’ 상자에 들어 있는 소주들은 모두 ‘1만원 당첨’ 병뚜껑이 달려 있었던 것으로 이 상자들은 별도로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빨간색 테이프로 포장돼 있다.
도매업자 A씨는 “공장에서 특판용으로 당첨 소주를 따로 만든다”며 “영업사원들은 당첨된 소주만 들어 있는 상자들을 소비자가 아닌 술집 업주나 슈퍼마켓 주인 등을 대상으로 해 판촉용으로 뿌린다”고 전했다.
한 소매업자는 이렇게 나돈 당첨 소주 상자를 구매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 슈퍼마켓 사장은 “100% 당첨소주라고 하면서 싸게 사라고 했다”며 “뚜껑을 열어서 회사에서 나오는 돈을 받으면 되고 싸게 주니까 이익을 본다”고 밝혔다.
도매상 B씨는 또 “(영업사원들은) 경쟁사 소주가 많이 팔리는 곳에 (당첨 소주를) 집중적으로 쏟아 붓는다”며 “강남 쪽이나 학생들이 많이 몰리는 대학가 주변 쪽”이라고 전했다.
진로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처음에는 “생산 과정에서 그렇게 뺄 수가 없으며 그걸 하려면 공장 하루 쉬어야 된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특판팀이 당첨 소주를 가지고 다닌다는 사실을 취재했다고 하자 “당첨 소주 중에 단 100병만을 경품행사를 설명하기 위해 직원 교육용으로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KBS‘병뚜껑 경품’ 판촉용 별도제작 의혹 파문 확산
진 로“직원교육용일 뿐, 경품행사와는 상관없다” 부인
KBS 취재진이 직접 입수한 당첨 소주를 상자째로 보여주자 진로 영업담당자는 “업주들 도매장 직원용으로 해서 교육용으로 만들었다”며 “전체 총량의 1% 정도를 추가로 제작했다”고 해명했다.
당첨소주 21만여 병 중 1%에 해당되는 2100병 정도를 영업사원들이 직접 소매점과 술집을 다니며 증정하거나 고객에게 주도록 했다는 것.
영업사원들이 뿌린 당첨 소주가 30억 경품 행사에 포함된 것인가에 대해서도 주류도매상 관계자들은 “경품행사 금액의 일정부분을 자기들이 판매촉진을 위해 따로 쓸 수 있으며 금액이 30억 찍혀 있어 그 한도에서만 한다”고 밝혔다.
반면 진로측은 100병만 만들었다고 할 때는 30억에 포함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가 나중에 2100여 병을 생산했다고 번복할 때는 30억 행사와는 별도로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진로측 관계자는 문제의 당첨 소주에 대해 “경품에 당첨이 됐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주기 위해 직원과 일부 업자들을 대상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은 “서민들을 배신했다”며 분노했다. 아이디 ‘oxtap’는 “서민이 즐겨 마시는 술을 가지고 사행심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진로 참이슬을 사랑하고 늘 즐겨 마시는 사람 중의한 사람인데 진짜 실망”이라며 “국민을 우롱하고 사기 치는 행위는 처벌받아야 마땅하다”고 질타했다. 아이디 ‘joosee’는 “서민들을 위주로 대국민에 대한 사기성의 진상조사를 정확히 해서 위법여하에 따라 법으로 처리를 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chomnd’는 “사기죄로 고발해야 한다. 경품을 허위로 내세워 판매촉진으로 이익을 추구했다면 사기가 맞다”고 비난했다.
로또 당첨 수준인 진로 경품행사
1등 당첨 확률 800만분의 1
진로가 내건 30억 경품 행사는 표면 금액만 거창해 보일 뿐 실속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로는 지난해 11월 ‘병뚜껑 속 30억원 행운 페스티벌’을 마련, ‘J’와 ‘참이슬 후레쉬’, ‘참이슬 오리지널’에 각각 5:3:2 비율로 총 30억원을 제공한다고 광고했다.
1등 금액은 무려 500만원(50명)으로 총 21만5050명이 당첨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 2월 17일까지 3개월 행사 기준으로 4억병 가량을 생산했다고 전했다. 이를 계산해 보면 당첨 소주는 1860병에 한 병 꼴인 셈.
5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1등이 될 수 있는 확률은 800만분의 1에 불과하다. 이는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인 860만분의 1과 비슷한 수치다. 거의 오십보백보 수준으로 당첨될 확률 자체가 거의 없다.
소주회사도 확률적으로 어렵다는 점은 인정했다. 소주회사 관계자는 “안 나올 수밖에 없는 게 아니라 확률이 적다. 2억병 중에 21만병이면 나올 확률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