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례 파괴’ 민주당, 사법부 겨눴나? 조희대 흔들기

2025.10.14 15:15:48 호수 0호

국감서 대법원장 증인석 압박
검수완박 입법 전례 등 도마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을 문제 삼으며 조희대 대법원장을 증인석에 세운 것을 두고 헌정사상 초유의 사법부 압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국정감사장에 출석했다. 이는 앞서 법사위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조 대법원장을 사법부의 정치 개입과 관련한 일반 증인으로 채택한 데 따른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국감장에 출석해 “사법부가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며 “국민에게 신뢰받는 사법부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인사말을 했다.

다만 “어떠한 재판을 이유로 법관을 증언대에 세우면 법관들이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이 위축되고 외부의 눈치를 보는 결과에 이를 수도 있다”며 증인 신문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관례대로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명하지 않고 “증인 선서는 뒤로 미루고, 의원 질의를 진행하겠다”며 질의 강행을 선언했다.

이후 박균택 민주당 의원이 “국민이 뽑아야 할 대통령을 본인이 결정하려고 했다”며 조 대법원장을 압박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법원장을 앉혀 놓고 이게 뭔가” “질의를 멈춰달라”고 10여분간 항의를 이어갔다.


조 대법원장은 1시간 넘게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결국 오전 11시40분쯤 국감장을 떠났다.

이날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오늘 대법원장이 출석할지 고민을 많이 했지만 ‘사법부가 삼권분립을 존중받기 위해서는 우리도 국회를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선 ‘인사 말씀과 마무리 말씀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지키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987년 (개정)헌법이 성립되고 나서는 대법원장이 나와서 일문일답을 한 적이 없다”며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은 독립투사고, 건국 초기 혼란을 갖다가 (해결하고자) 대표적인 지위를 겸직하신 분으로서 말씀하신 것이지, 이렇게 재판 사항에 대해 일문일답하신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천 처장은 “제가 답변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마무리 말씀으로 대법원장이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우리가 초등학교 교과서부터 (나오는) 삼권분립, 사법부 존중 등 이런 부분이 이 자리에서 실현되는 모습을 원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선 이번 사태를 민주당의 ‘관례 파괴 정치’의 연장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1대 국회 전반기였던 지난 2020년,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은 야당 몫’이라는 오랜 국회 운영의 불문율을 깨고 원내 1당의 힘으로 법사위원장직을 가져갔다. 이는 13대 국회 이래 30여년간 유지돼왔던 권력 균형 장치가 처음으로 무너진 사례로 꼽힌다.

22대 국회에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국회 운영위원장과 법사위원장 등 주요 상임위원장직 11석을 단독으로 선출했다. 올해 8월에도 이춘석 의원의 법사위원장 사임으로 공석이 생기자 국민의힘이 “야당 몫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은 우리당 몫”이라며 거부했다.

이처럼 국회 운영의 기본적 견제 원리를 무너뜨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민주당이 야당의 불참 속에 국회의장단을 단독 선출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이었던 박병석 의원이 국회의장, 같은 당 김상희 의원이 부의장으로 선출됐으며, 야당 몫 부의장은 선출되지 않았다.

후반기에도 여야 합의가 지연돼 야당 몫 부의장직이 1년 넘게 공석으로 남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민주당의 절차 강행은 2022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과정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당시 민주당은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를 6대 범죄에서 2대 범죄로 줄이는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밀어붙였다.

국회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 심사를 앞두고는 민형배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참여함으로써 위원회 구성 절차에 돌입했다. 이른바 ‘위장 탈당’ 전략을 통해 법안이 조기 통과되자, 국회법 악용 논란이 거세게 일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후 본회의 회기를 쪼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무력화하고, 단독 표결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헌법재판소도 2023년 해당 입법 절차에 “위법 요소가 있으나 법률 효력은 유지된다”고 판시하며 절차적 하자를 인정했다. 당시 헌재는 “법사위원장이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인 지위에서 벗어나 조정위원회에 관해 미리 가결 조건을 만들었다”며 “실질적인 조정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토론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도 민주당의 이번 행보를 사법부를 정쟁의 도구로 끌어들이는 위험한 전례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법관은 “재판 내용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법적 절차로 해결해야 한다”며 “대법원장을 증인석에 세워 공개적으로 추궁하는 건 삼권분립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국감 종료 전 마무리 발언을 통해 “신속한 심리와 판결 선고의 배경에 관해 불신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개인적으로는 이와 관련한 불신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도 하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라는 오랜 법언이 있 다”며  “이 재판은 저를 비롯한 12명의 대법관이 심리에 관여한 전원합의체(전합)에서 이뤄졌고, 그 전합에서 심리되고 논의된 판단의 요체는 판결문에 모두 담겨있 다” 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법관으로 재직해오면서 재판 절차와 판결의 무거움을 항상 유념해 왔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저를 비롯한 모든 법관이 이를 한층 더 느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추 위원장은 마무리 발언 이후에도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이 대통령 사건 기록을 언제 처음 봤느냐’고 물었으나, 조 대법원장은 답변하지 않았다.

그러자 추 위원장은 “사법부도 국민주권 아래 귀속되는데, 지금은 국민주권 위에 군림하는 사법부 수장의 모습밖에 볼 수 없어 유감”이라며  자정 직전 감사 종료를 선포했다.

법사위원들은 오는 15일 직접 대법원을 찾아 현장 검증하는 식으로 두 번째 대법원 국감을 진행할 예정이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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