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후…민생회복 소비쿠폰 효과

2025.09.29 10:22:36 호수 1551호

정부가 주는 명절 전 떡값?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전 국민에게 지급됐던 1차와는 달리 이번에는 소득 상위 10%가 지급 대상에서 빠졌다. 이 정책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진행됐다. 예산이 13조원이나 들어간 초대형 경기부양책인 셈이다. 효과는 어떨까?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전 국민에게 민생회복 지원금으로 25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다.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대선 이후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대선공약 실현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선심성?

지난 7월4일 31조7914억원 규모의 2차 추경예산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30조5451억원에서 1조2463억원 증액됐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에 1조8742억원을 더 투입하기로 하면서 전체 예산이 늘어났다.

당시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비수도권과 소멸 지역에 대한 지원금을 추가 상향했다”며 “기존 2만원에서 비수도권 3만원, 소멸 지역 5만원을 늘려 예산 6000억원이 반영됐고 기타 예산도 6000억원 증액했다”고 밝혔다.

같은 달 21일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을 지급하고 특정 조건에 따라 추가로 주는 방식이다. 최대 45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지난 15일 기준으로 전 국민의 99%에 이르는 5008만여명이 1차 소비쿠폰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총 9조700억원 규모다.


2차 소비쿠폰은 지난 22일부터 국민 90%를 대상으로 지급되기 시작했다. 소득 상위 10%에 해당하는 약 506만명 가운데 고액 자산가로 판단되는 92만7000가구, 약 248만명을 우선 제외했다. 고액 자산가 기준은 가구원의 2024년 재산세 과세표준 합계액이 12억원(공시가격 약 26억원, 시세 약 38억원)을 초과하거나 2024년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 합계액이 2000만원(이자율 연 2% 가정 시 예금 10억원 보유)을 넘는 경우다.

나머지 258만명은 올해 6월 기준 본인 부담 건강보험료(장기요양보험료 제외) 가구별 합산액을 따져서 정한다. 외벌이 직장 가입자 기준으로 건보료가 ▲1인 가구 22만원 ▲2인 가구 33만원 ▲3인 가구 42만원 ▲4인 가구 51만원 ▲5인 가구 60만원 등을 넘지 않으면 소속 가구원 모두 1인당 10만원씩 받을 수 있다.

전 국민에게 지급된 1차 소비쿠폰과 달리 2차에서 대상자를 선별하면서 ‘세금은 많이 내는데 왜 소비쿠폰을 받을 수 없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동시에 소비쿠폰 지급 예산을 일부 부담해야 하는 지자체에서도 불만을 제기했다.

서울시와 자치구는 지난 22일, 지방자치 30주년을 맞아 정부의 재정 정책을 비판하는 공동 선언을 내놨다. 정부의 일방적인 비용 전가와 차등 보조 관행 등을 문제 삼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방자치 30년 동안 시민의 삶을 지켜왔지만 지금은 저출산·고령화, 인프라 노후화로 재정 문제가 초비상 상황”이라며 “중앙정부가 협의 없이 소비쿠폰 사업비 5800억원을 떠넘겼고 국고보조율도 서울은 75%로 다른 지역(90%)보다 낮게 적용돼 역차별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정부가 정책 비용을 지자체와 충분한 협의와 동의 없이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국고보조율도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만 유일하게 75%를 적용받았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부담해야 할 액수는 5800억원에 이른다. 오 시장은 “서울의 재정 자율성은 곧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미래”라며 “오늘 선언이 시민 권리를 지키는 약속이자 미래 세대에 부끄럽지 않은 출발점이 되도록 끝까지 책임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자체의 불만 제기에 이어 소비쿠폰 지급 효과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지적과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틔우고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초대형 예산이 집행된 만큼 눈에 띄는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비심리 회복 VS 물가 상승
일부 지자체 재정 문제 비판

일단 정부는 효과가 있다고 자평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2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올해 1.0%보다 올려 잡은 데 대해 “이재명정부 출범 후 펼쳐온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소비심리 개선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OECD는 미 관세 인상과 높은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세계 경제 성장세가 올 하반기부터 둔화될 것으로 보면서 미국·일본·중국 등 글로벌 주요국의 내년도 성장률을 올해보다 낮게 전망했다”며 “이에 반해 한국 경제는 올 하반기부터 회복세가 확대되면서 내년까지 안정적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소비쿠폰의 효과는 연 매출 3억원 이하의 영세 가맹점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는 소비쿠폰 지급 전 3개월 평균과 지급 후 1개월 동안의 영세 중소가맹점의 매출액 변화를 분석한 결과 영세 가맹점의 매출이 평균 15.4% 증가했다고 밝혔다.

연 매출 3억원 초과 5억원 이하 가맹점에서는 6.4%,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는 5.9%,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는 6.5%로 나타났다. 규모가 작을수록 매출 증가 효과가 크게 나타난 것이다.

소상공인 경제고충지수도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상공인 경제고충지수는 카드 데이터 등 미시 경제지표 15개와 거시 경제지표 5개를 결합해 소상공인이 체감하는 고충을 표준화한 지수다. 수치가 높을수록 소상공인의 경제적 고충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올해 8월 기준 영세 가맹점과 일반 가맹점의 경제고충지수는 각각 87.9, 81.3으로 집계됐다. 4월 이후 계속 떨어져 202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2차 소비쿠폰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지급되면서 그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추석 명절 연휴가 최대 10일에 이르는 만큼 소비심리가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연말 연초 대목을 놓쳤던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추석 명절 대목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소비쿠폰을 지급하기 위해 추경예산을 편성한 것을 두고 재정 악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5일 서울시의회 시정연설에서 “소비쿠폰 발행에 따른 서울시 부담액은 3500억원이고 자치구까지 포함하면 총 5800억원에 달한다”며 “문제는 서울시 부담액 3500억원 전액을 지방채, 즉 빚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소비쿠폰으로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1차 소비쿠폰 지급 때부터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당시 국민의힘은 “좌파 정부의 선심성 예산 살포에도 내수 소비 진작 효과는 미미하고 서민은 식료품을 중심으로 밥상 물가 폭등에 타격을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중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소비쿠폰 발행 이후 소비자 물가는 오히려 안정되고 있다”며 야당의 물가 상승 우려 주장에 “근거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윤 장관은 “(소비쿠폰) 발행 전인 6월 상승률은 2.2%였는데 7월은 2.1%로 줄고 8월에 들어와서는 1.7%였다”며 “오히려 더 안정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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