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크 조롱 외국인 입국 금지? ‘디지털 검열’ 논란

2025.09.12 15:44:48 호수 0호

“폭력 미화 환영받지 못해”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미국 국무부가 11일(현지시각) 최근 총격으로 사망한 보수 진영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 사건을 조롱하거나 긍정적으로 언급한 외국인에 대해 비자 발급 제한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입단속을 시행하며, 외국인의 온라인 의사 표현까지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크리스토퍼 랜도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일부 외국인이 커크 살해 사건을 칭송하거나 가볍게 여기는 댓글을 올린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폭력과 증오를 미화하는 외국인은 미국에 환영받지 못한다. 영사관 직원들에게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국무부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이들에게 비자를 발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외국인의 소셜미디어 활동을 감시해 미국 내 입국 자격과 체류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SNS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거나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외국인 유학생을 찾아내라고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지시한 바 있다. 비자 신청자에게는 SNS 계정을 잠금 해제해 검토받도록 요구하는 규정도 시행 중이다.

이번 조치는 그 범위를 커크 사망 사건에 대한 발언까지 확장한 것으로 읽힌다.


문제는 이러한 움직임이 미국이 스스로 내세워온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수정헌법 제1조는 종교·언론·집회·청원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 조항으로 꼽힌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외국인의 발언을 이유로 체류 자격을 박탈하거나 비자 발급을 거부하는 등 표현의 자유를 사실상 제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SNS 조사 범위를 커크의 죽음에 대한 발언까지 확장하는 것은 미국 내 외국인의 비판적 의견을 억압하는 노력의 확대”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9·11 테러 이후 강화된 안보 논리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당시 미국은 테러 방지를 명분으로 이민자와 외국인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고, 이는 인권침해 논란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정치적 암살에 대한 반응이라는 점에서 다르게 볼 여지가 있다.

찰리 커크는 극우 성향의 정치 운동가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측근으로 활동하며 보수층 젊은 유권자 사이에서 영향력을 끼쳤던 인물이다. 그의 죽음은 미국 사회 전반에 충격을 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사건을 “악랄한 정치적 동기에 의한 암살”이라며 테러로 규정했다.

하지만 그의 죽음을 조롱하는 발언이 비록 부적절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외국인의 모든 발언을 포괄적으로 제재하는 것은 ‘과잉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미국의 정체성과도 맞지 않을 뿐더러, 자의적 해석에 따라 정치적 비판이나 풍자까지 입국 제한 사유로 악용될 수 있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 인권 활동가는 “미국이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다른 나라를 비판해 왔는데, 이제 스스로 그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정권의 정치적 입맛에 따라 국민과 외국인 모두의 사상과 표현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안보와 자유 사이의 균형은 언제나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한때 세계 인권과 표현의 자유의 상징이었던 미국이 이제 외국인의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입국을 제한하는 나라로 변모하고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커크는 지난 10일, 유타주 유타밸리대학에서 총기 폭력 토론회에 참석했다가 무대 위에서 총을 맞고 사망했다. FBI는 현재 최대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의 현상금을 내걸고 용의자를 추척 중이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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