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이재용-임세령 부부의 이혼을 두고 무성한 뒷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검찰 수사 등 궁지에 몰린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임 회장이 딸의 파경을 결정한 속사정도 관심사다. 벼랑 끝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사돈을 왜 제발로 찼냐는 의문이다. 지저분한 스캔들에 휘말려 아직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임 회장의 노림수가 뭘까.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이 딸의 이혼을 결정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임 회장은 임세령 씨가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내는 데 크게 반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임 회장이 11년간 이어진 삼성그룹과의 관계를 정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그룹 측도 이미 지난해부터 대상그룹 계열사인 청정원 등에 투자했던 자금을 모두 회수했다는 후문이다.
임 회장은 검찰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임 회장이 100% 투자한 UTC인베스트먼트㈜가 아이에스동서(구 동서산업) 인수과정에서 주가조작을 통해 700억원대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의혹 탓이다. 임 회장이 자신의 수사 일정을 보고 이혼 시기를 조율해 왔다는 설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는 지난 8월 말부터 UTC를 압수수색하고 관계자를 소환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UTC 압수수색과 관계자들을 소환해 동서산업 주식 매집 경위와 자사주 무상 소각 공시를 이행하지 않은 배경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UTC가 임 회장의 소유 업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1998년 설립된 UTC는 임 회장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창업투자회사로, 대상그룹의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 계열사다.
물론 UTC가 동서산업을 통해 얻은 시세차익 700억원도 그의 손으로 들어갔다. 나아가 검찰은 시세차익이 수백억원대란 점에서 정치권 유입도 염두에 두고 있다.
딸 파경 결정 속사정 관심 “구속 나몰라라 서운?”
‘버팀목 빠진’UTC 주가조작 의혹 검찰 수사 촉각
대상그룹 측은 “임 회장은 UTC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며 “UTC의 자사주 소각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대내외 환경 탓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검찰의 수사 칼끝이 임 회장을 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임 회장은 참여정부 내내 의혹의 시선을 받다가 2005년 6월 회삿돈을 빼돌려 220여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됐었다.
일각에선 당시 임 회장이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되는 과정에서 삼성그룹에 서운한 감정을 갖게 됐다는 관측도 있다. 이는 이재용-임세령 이혼 배경으로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임 회장은 이같은 혐의로 재벌그룹 총수 가운데 역대 최장 기간 옥고를 치렀다. 1심에서 징역 4년,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뒤 1년7개월을 복역하다 2007년 2월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그러나 처음부터 삼성그룹이 외면한 것은 아니다. 당초 검찰은 임 회장이 ‘삼성그룹 사돈’이란 점 등으로 인해 ‘부실 수사’논란과 ‘봐주기 수사’의혹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검찰은 2004년 1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을 서둘러 종결했다. 당시 수사를 진행했던 인천지검으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처남 홍석조 씨가 부임한 점도 ‘사돈 비호’의심을 받기 충분했다.
하지만 법원이 이 사건과 관련 “임 명예회장이 비자금 조성에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하자, 검찰은 전면 재수사에 착수해 임 회장을 뒤늦게 기소했다.
이번 UTC의 주가조작 의혹 사건도 검찰의 ‘봐주기 수사’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물론 임 회장이 삼성그룹을 등에 업고 있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2006년 7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이 사건을 접수했다. 같은 해 말 증권선물거래위원회도 UTC가 허위 공시를 통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견을 검찰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사건을 방치하다 지난해 8월에서야 수사에 착수했다. 항간에선 돌연 수사 재개가 참여정부를 향한 ‘사정광풍’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대상그룹 측은 이재용-임세령 이혼과 검찰의 수사는 전혀 별개 사안이란 입장이다.
그룹 관계자는 “개인 가정사이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할 말이 없지만 이혼과 수사를 결부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과거 문제가 터질 때마다 삼성그룹의 사돈이란 이유로 툭 하면 특혜 또는 수혜 얘기가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검찰청 문턱을 수시로 오르내린 임 회장은 이제 서초동 얘기만 나와도 치를 떨 정도다.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사돈과의 관계 정리에 이어 검찰과의 질긴 악연마저 재현될지 주목된다.
임세령 다음 행보는?
대상 지휘봉 잡나’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이혼한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의 장녀 세령 씨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대상그룹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세령 씨는 대상그룹의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 지분 19.9%를 보유하고 있다. 여동생 상민 씨는 29.07%로 최대주주이며, 임 회장 부부는 각각 3·4대 주주로 6.26%, 6.66%를 보유하고 있다.
임 회장의 부인인 박현주 씨도 남편을 대신해 2005년 9월부터 2007년 4월까지 1년 반 가량 대상그룹의 경영을 맡은 바 있다. 당시 임 회장은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 상태였다. 따라서 향후 세령 씨도 그룹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대상그룹 측은 “그룹 내에서 그런 움직임은 전혀 없다”며 “세령 씨의 동생 상민 씨도 그룹에서 아무런 직책을 갖지 않고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미원, 청정원 등의 브랜드로 유명한 종합 식품회사인 대상그룹은 연간 1조5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