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기로 ‘보완 수사권’ 핑퐁 게임

2025.09.09 11:44:17 호수 1548호

주거니 받거니 ‘하세월’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검찰개혁안을 추석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지만 계속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당정 이견이 잠잠해지자 검찰 보완 수사권을 두고 또 논란이 일었다. 검찰 내부 관계자인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의 발언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는 비판을, 경찰 내부에서는 동조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폐지를 하려면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에 강제성이 있어야 ‘수사 핑퐁’과 ‘수사 적체’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검찰개혁이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검찰의 보완 수사권 폐지 여부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이전부터 ‘수사 떠넘기기’ ‘수사 핑퐁’ 등으로 보완 수사에 대한 여론이 좋지 못한 상황에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의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갑론을박

검찰 보완 수사권에 대한 논란은 검찰개혁 초기부터 나왔다. 검찰개혁안을 손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폐지를 원하고, 법무부에서는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대립해 왔다.

이 같은 와중에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공청회에서 보완 수사권에 대해 “보완 수사로 수사권을 놔두면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간판만 갈고 수사권을 사실상 보존하게 된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도 그런 입장을 말씀드렸다”고 반대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 논란에 더 불을 지폈다.

임 지검장의 발언에 현직 검찰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임 지검장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장 먼저 임 지검장을 비판한 사람은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전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였다. 그는 지난달 29일 검찰 내부망에서 “(임 지검장이) 검사 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도무지 할 수 없는 말을 했다”며 “검사 생활 20년 동안 보완 수사를 안 해봤느냐”고 지적했다.

공 검사는 “‘발달장애인이 피해자인 성폭력 사건에서 기록만으로 장애 상태가 짐작이 가지 않아 직접 대화를 나눠 본 사건’ ‘마약 구속 사건에서 자백만 있고 보강 증거가 없어 기소가 불가했으나, 은행계좌 거래내역을 확인했더니 송금이 확인돼 기소가 가능했던 사건’ 등 검찰의 보완 수사 외에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며 “구속 사건의 시간적 제한이 있고, 심증 형성을 위해 사건 관계인 진술을 직접 들어볼 필요가 있을 땐 직접 수사 외엔 방법이 없다”고 꼬집었다.

당정 대립에서 기관 대립으로
임은정 지검장 발언이 도화선

그는 “검찰권의 과도한 행사로 인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어 수사권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정도는 인정하겠다”면서도 “그렇지만 검사가 수사를 아예 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앞선 사례들의 진실 발견과 피해자 보호를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 지검장에게 “검사장이 되어서 검사들이 실제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모른 척해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공 검사 이외에도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전 창원지검장), 장진영 수원지검 부장검사, 진혜원 울산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 정겨진 서울남부지검 중요경제범죄수사단 부장, 김지혜 제주지검 형사1부 검사 등 검찰 간부진부터 실무진까지 임 지검장 비판에 나섰다.

반면 경찰은 임 지검장의 의견에 동조했다.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하 국수본부장)은 지난 1일, 검찰의 보완 수사권을 폐지하고 ‘보완 수사 요구권’만 남겨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국수본부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청사에서 열린 정례 간담회에서 “검찰의 보완 수사에는 직접 보완 수사와 보완 수사 요구권 두 가지가 있다”며 “검찰에 의한 직접 보완 수사권은 수사에 해당하기 때문에 보완 수사 요구권으로 일원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수사-기소 분리 검찰개혁에 발맞춰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보완 수사 요구권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공소청의 담당 경찰관 교체 요구권이나 징계 요구권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박 국수본부장은 검찰개혁에 따른 경찰 수사권 비대화 우려를 두고는 ‘10중 통제’ 장치가 작동하고 있다며 “검찰개혁은 경찰 비대화하고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국수본은 10중 통제 장치로 ▲검사 영장 청구 ▲사건 기록 송부·시정 조치 요구 ▲검사의 수사 우선권 ▲송치 이후 보완 수사 요구 ▲기소권 행사에 의한 통제 ▲불송치 사건 90일간 검토 ▲재수사 요청 기간 도과 후 재수사 요청 ▲송치 요구권 ▲사건 관계인 이의신청 시 의무적 송치 등을 언급했다.

이 중 사건 관계인 이의신청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검찰에 의한 통제장치인 셈이다.

검찰은 비판, 경찰은 동조
“사건 핑퐁 더 심해질 수도”

법조계에서는 현재도 보완 수사 요구가 가능하지만 강제성이 없어 보완 수사권을 폐지하려면 강제성이 요구된다고 보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경찰 접수부터 보완 수사 요구 등을 거쳐 검찰의 최종 처분에 이르는 형사 사건 처리 기간은 2020년 평균 142.1일에서 지난해 기준 312.7일로 크게 늘어났다. 수사권 조정 이전에 비해 두 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이렇게 사건 처리 기간이 늘어난 이유는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가 강제성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형사 사건 처리 과정에서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리면 피해자는 이의신청을 하고 검사는 보완 수사를 요구하지만, 경찰은 해당 사건을 캐비넷에 넣어두고 뭉개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 같은 과정을 거치다가 경찰 정기 인사로 수사관이 바뀌기라도 한다면 다시 처음부터 조사를 받고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사실상 사건이 초기화되고 피해자들은 기약 없이 경찰이 사건을 처리해주길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심지어 변호사들은 검찰의 판단을 받아 보게 해달라고 경찰 수사관들에게 사정하면서 사건을 마무리 짓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2년 전에 개업하면서 수임했던 첫 사건이 아직도 경찰에 있다”며 “복잡한 사건도 아닌데 2년 넘게 사건이 마무리되지 않다는 것은 현재 형사사법 시스템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해자나 피의자 모두 몇 년 동안 계속 수사받고 있다는 불안감에 일상생활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완 수사권이 폐지되면 ‘사건 핑퐁’ 문제는 더 심각해 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기존에는 검찰이 직접 보완 수사를 거쳐 기소 여부를 결정했지만, 현재 논의 중인 검찰개혁안이 현실화할 경우 검찰은 경찰 수사에 의문이 있어 기소 여부 판단을 내리지 못할 때도 무조건 경찰로 보내 재송치되는 과정을 꼭 거쳐야 해 사건 처리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악화

한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경찰 송치 사건을 검찰에서 직접 보완 수사해 ‘혐의 없음’으로 처분한 사건이 1만건이 넘고, 검사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해 직접 보완 수사 또는 사법 통제로 기소한 사건이 1000여건에 달한다”며 “피의자가 경찰 단계에서 억울하게 구속됐음에도 검사가 직접 조사하거나 관련 자료를 수집할 수 없어 경찰 수사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도리어 인권 보호에 역행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kcj5121@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