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좋은 이미지 오래 간직하는 스타들

2025.09.04 10:40:41 호수 0호

최근 MBC 복귀작인 <손석희의 질문들3>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방영된 첫회에는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출연했고, 지난 3일 2회때는 연기파 배우 염혜란이 출연했다.



손 전 JTBC 사장의 TV 대담은 문 전 권한대행도 퇴임 이후 처음이고, 염혜란도 최근 화제작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로 백상예술대상 방송 부문 여우조연상 수상 후 처음이었다.

<손석희의 질문들>은 탄핵 정국에서 방송됐던 지난 시즌의 주제가 ‘삶은 계속된다’였고, 이번 시즌은 ‘맺음, 그리고 시작’이라고 한다.

그런데 필자는 이날 <손석희의 질문들3>를 시청하면서 주제를 ‘좋은 이미지를 오래 간직하는 스타들’로 바꾸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문 전 권한대행과 염혜란이 그런 스타였기 때문이다.

문 전 권한대행은 대담에서 지난 4월4일, 탄핵 심판 당시를 떠올리며 “(그날 하지 않았다면) 아마 탄핵 재판이 표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자가 ‘헌법재판관 퇴임 이후 영리 목적의 변호사 개업은 하지 않겠다고 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필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주문,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자신이 선포한 그 때의 역사적인 상황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서였다는 취지로 답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2019년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 헌법재판관 퇴임 후 영리 목적의 변호사 개업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결혼할 때도 “평균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청렴 결백과 도덕성을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염혜란도 사회자가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인기에 대해 언급하며 “광고를 일부러 안 하셨을 것 같다”는 취지로 묻자 “‘광례’라는 캐릭터가 너무 크고 아련했다. 그 여운을 길게 남겨두고 싶었다”며 “소중한 캐릭터인 만큼 고이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했다.

염혜란은 평소 스스로를 “좋은 장면과 글을 만나 배우로 쓰였을 뿐”이라며 “연기에 대한 깊은 겸손과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고 평범한 얼굴이지만, 오히려 연기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있는 배우”라고 자신을 표현했다.

즉 ‘평범함’이 주는 진정성과 개성을 포용하는 태도가 염혜란만의 브랜드인 셈이다.

문 전 권한대행과 염혜란은 전 국민으로부터 주목받는 스타가 된 이후 자신의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돈을 쫒지도 않았다. 스타가 된 상황을 자신이 오랜 동안 간직할 뿐만 아니라, 국민이나 관객에게도 그 이미지를 오랫 동안 남겨두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축구 국가대표 박지성 선수도 은퇴 후 초기 인기가 많을 때 광고나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축구에만 전념해 한국 축구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과시적인 인터뷰와는 거리를 뒀다. ‘조용하고 성실한 스타’라는 박지성의 브랜드를 오래 간직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흔히 스타가 되면 곧바로 돈방석에 앉는 게 일반적이다. 광고나 TV 출연 섭외가 들어오면서 거액의 수입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좋은 이미지를 오래 간직하기 위해 이런 유혹을 뿌리친다는 게 쉽지 않다.

특히 연예인의 경우 무명에서 스타가 되면서 팬들의 박수와 언론으로부터 조명을 받지만, 조금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팬들은 떠나고 만다. 스타가 정상에 올랐을 때 이미지를 유지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이를 이용해 돈을 벌지 않는 것이다.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스타가 됐다고 광고에 나선다거나 TV에 자주 출연해 많은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퍼질 경우, 지지자들은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그런 면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안타까운 사례로 꼽힌다. 우수한 학벌과 원만한 인품에 대통령실과 정부 주요 요직을 두루 섭렵했던 그가 윤석열정부에서 손짓했 때 그간 자신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가지 않았어야 했다.

그런데 윤정부의 ‘국정 2인자’가 되고 대선후보 경선까지 나갔다가 결국엔 그 좋은 이미지를 실추하고 말았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불의를 못 참는 대쪽 같은 대법관으로 국민적 지지를 받으며 유명했지만, 대법관 퇴임 후 정계에 들어갔다가 체면을 구겼다.

우리 사회는 자신의 좋은 이미지를 오래 간직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필자는 <손석희의 질문들3>가 박지성처럼 ‘조용한 스타’를 섭외해 그들의 철학과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주 작은 장점까지 내세워 자신을 자랑하는 사람보다는, 아주 큰 장점도 내세우지 않고 숨기는 사람이 많아야 우리 사회가 더 행복해질 것이다.

<손석희의 질문들3>가 자신의 좋은 이미지를 오래 간직하는, 조용한 스타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프로였으면 좋겠다.

“폭싹 속았수다”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제주도 방언으로, 누군가가 고생하거나 힘든 일을 마친 뒤 격려와 감사의 의미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빛낸 조용한 스타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폭싹 속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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