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노인 범죄, 개인 이탈만이 원인?

  • 이윤호 교수
2025.09.02 09:58:42 호수 1547호

최근 발표된 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전체 범죄에서 61세 이상 연령층에 의한 범죄가 18.8%를 차지해 20대의 18.3%를 앞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같은 기간 20대, 40대, 50대 범죄 피의자의 비율은 감소하면서 노인 범죄 증가 추세와 대비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더욱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살인사건 피의자 4명 중 1명이 61세 이상이라는 사실이다. 이 같은 통계적 사실은 노인 범죄가 양적으로 증가하는 동시에 질적으로도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노인 범죄 증가는 단순한 노인 인구 증가에 기인한 바가 적지 않다. 하지만 노인 인구 증가율에 노인 범죄 증가율을 대비해도 노인 인구 증가율보다 노인 범죄 증가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단순한 인구 증가만으로는 노인 범죄의 증가를 설명할 수 없으며, 노인 범죄의 질적 악화 역시 설명할 수 없다.

노인 범죄의 악화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적어도 노인 범죄는 물론이고 노인 문제 전반에 걸쳐 그 원인과 해법은 개인의 문제라는 미시적 차원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의 하나라는 거시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 하나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경제 구조의 문제고, 다른 하나는 가족과 가치관의 갈등이라는 문제로 접근할 수 있다.

사회 전반의 경제적 어려움은 조기 퇴직이나 실직으로 인한 소위 ‘젊은 노인’들의 사회적 위상, 위치, 역할과 기회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느끼는 상실감, 소외, 절대적·상대적 박탈감이 하나의 큰 원인이 아닐까.

법률적으로, 제도적으로는 노인으로 취급되면서 아직도 일을 해야 하는 현실적 상황,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함에도 합법적 기회는 주어지지 않고, 노인 연금 등 그들에 대한 지원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면 생계를 위한 도구이자 수단으로 재산 범죄를 중심으로 하는 도구적 범죄, 생계형 범죄로 유인되기 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들에게 어쩌면 생계형 도구적 범행이 합리적 선택, 아니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강요된 선택이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절도의 경우, 60대 이상이 전체 피의자의 33.9%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더구나 아직 노인 인구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는 조기 실직이나 조기 퇴직 등 노인 인구의 특성을 상당 부분 가지고 있는 50대(16.1%)까지 포함시킨다면 무려 절반을 상회했다. 살인의 경우에도 60대 이상 피의자가 전체의 23.2%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이들 중 65.9%가 직업이 없는 상태로 초범인 경우라는 사실에서 경제적 이유로 인한 노인 범죄 증가를 엿볼 수 있다.

실제로 국책 연구기관의 연구에서도 노인 범죄자들의 범죄 시작 요인이 ‘가난’과 ‘경제적 곤궁’이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런 궁극적 상황에 내몰린 노인이라면 아마도 상대적 박탈감과 적대적 박탈, 빈곤이라는 경제적 현실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았다고 생각하는 지나온 자신의 삶을 반추하면 사회적 분노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는 도구적 범죄로서 재산 범죄, 불특정 다수는 물론이고 심지어 가족을 향한 분노와 증오를 분출하는 표출적 범죄로서 흉폭한 범행까지도 감행하게 된다.

특히, 과거에 비해 평균수명은 더욱 늘어나고, 그럼에도 자기 관리와 영양공급의 호조로 신체적 건강 상태는 예전에 비해 상당히 좋아졌다는 점에서도 일자리와 일할 기회의 부족은 더 박탈감을 느끼게 하고, 범행을 어렵지 않게 실행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노인에 의한 강력 범죄의 증가도 이해가 되고 있다.

여기에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노인층 중심의 유교적 가치와 소위 MZ세대로 대표되는 반유교, 최소한 비유교적 가치가 혼재한 가치관의 혼란과 갈등을 겪는다.

현재 노인 인구가 사회 주류 세대였을 때만 해도 당연시됐던 노인 부양과 공양과 공경의 문화와 가치를 기대하는 노인과 이를 거부하는 가치는 충돌하기 마련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가정에서나 사회 전반으로나 노인들이 설 자리는 더 없어지고, 위상은 더 낮아지는 이런 현실은 당연히 이들을 더 고립시키고 소외시키며 더 박탈감을 느끼게 만들어 더 분노하고 증오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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