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재산? 주유소 화장실 개방, 법적 의무 살펴 보니⋯

2025.08.26 12:44:58 호수 0호

업주 “민폐에 지쳐 폐쇄 결정”
석유법, 공중화장실법과 배치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시민들은 주유소 화장실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용공간’으로 여긴다. 그러나 주유 업계 사이에선 직접 관리 책임이 따른다는 이유로 ‘사유재산’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런 쟁점 속에서 최근 한 주유소 업주의 피해 사연이 알려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4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선 “내일부터 화장실 문을 잠글 예정인데 의견을 듣고 싶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는 자신이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며 “도어락을 설치해 미주유 손님들의 화장실 사용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A씨는 “과거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주유소 화장실 관련 글을 쓴 적이 있고, 그 후로도 계속 개방해 왔지만 국민 의식은 바뀐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된다”며 “화장실만 이용하려는 고객들 다수는 남의 화장실인데도 말도 없이 쓴다. 양해를 구하는 경우는 10명 중 한두 명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차에서 쓰레기가 잔뜩 담긴 봉투를 갖고 내리시는 분들도 종종 있다”며 “그런데 나올 때 보면 봉투가 없다. 확인해 보면 변기 옆 휴지통에 내던져 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꽤 자주 일어난다”고 호소했다.

주유소 내 흡연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담배 피는 사람들은 요즘 많이 줄었지만, 화장실 안이나 입구에선 아직 꽤 많다”며 “문제는 화장실 바로 앞에 기름 탱크가 뭍혀 있고, 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유증기에 붙기 때문에 정말로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실제로 일부 주유소 업주들은 CCTV 영상을 토대로 흡연자를 신고해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들도 있다”며 “여름철 기름 탱크 위에서 담배 피는 행위는 본인만 죽는 게 아니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주유소 등 위험물 보관·사용 장소에서 흡연하다 적발되면 최소 25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관광버스 손님들의 비매너 행동도 꼬집었다.

A씨는 “버스가 도착하면 수십명이 우르르 내리고, 몇몇은 양해도 없이 화장실로 뛰어간다”며 “주유소 뒤에 몰래 노상방뇨하는 일은 부지기수고, 올해 초엔 관광버스 손님들이 화장실 벽과 변기, 바닥에 온갖 똥칠을 해 놓은 걸 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현재는 미주유 관광버스 손님에겐 일절 화장실을 개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 입장에서 주유소 화장실은 엄연한 사유재산”이라며 “내 기름 팔아주는 손님들에게는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왜 제공해야 되는지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유소 화장실 개방과 관련해 회원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호의가 지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것은 진리” “어차피 자기가 쓰는 기름인데 단돈 1만원이라도 넣고 화장실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 “주유 영수증에만 화장실 비밀번호를 표시하면 (비매너 행위가) 막을 수 있다” “사장이 왜 이러는지 알겠다. 응원한다” 등 A씨를 옹호했다.

반면 또 다른 회원들은 “상황은 이해하지만 주유소 화장실은 개방화장실이기 때문에 닫으면 안 된다” “공중화장실로 개방하겠다는 약속이 있어야 주유소 허가가 나온다” “개방화장실 지원금도 받으면서 잠그는 건 옳지 않다” “법적으로 일반인도 쓸 수 있어야 한다” 등 반대 입장을 내놨다.

이용자들은 공공성을, 업주들은 사유재산임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법적으로 주유소 화장실의 지위는 어떻게 되며, 개방 의무는 사실일까?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중 화장실과 개방 화장실은 모두 불특정 다수가 이용 가능한 시설이지만 성격은 다르다.

공중화장실은 국가나 지자체가 설치하거나,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시설을 지자체장이 지정해 관리·감독하는 경우를 말한다. 관리자는 법에서 정한 관리 기준을 지켜야 하며, 위반할 경우 지자체가 개선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그럼에도 시정하지 않을 경우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개방화장실은 민간이 자율적으로 신청해 지자체와 협약을 맺어 지정된다. 불특정 다수에게 개방하는 대신, 관리비와 시설 개선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 제도는 법적 의무가 강제되지 않고, 지자체의 행정·재정 지원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공중화장실과 구분된다.

A씨는 한 회원의 댓글에 “나라에서 지원받은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감안하면, 해당 주유소 화장실은 지자체가 공중화장실로 지정했거나 개방화장실 협약을 맺은 사례가 아닌 것으로 판단되며, 이 경우 미주유 손님에게 개방하지 않아도 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주유소가 화장실을 폐쇄해 민원이 제기되더라도 과태료나 허가 취소 등 강력한 제재가 가해진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쟁점은 남아 있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엔 주유소 허가 요건으로 ‘공중화장실’ 설치를 의무화한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불특정 다수에게 개방할 의무로 해석하는 반면, 또 다른 일각에선 어디까지나 설치 의무일 뿐 개방까지 강제하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으로 본다.

결국 ‘공중화장실’ 용어에 대한 법적 해석이 이 같은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 한국석유유통협회(이하 협회)는 국무조정실에 ‘주유소·LPG충전소 화장실의 공중화장실 제외’를 규제 개선 과제로 공식 요청했다. 협회는 해당 규정이 과거 국제행사 준비를 위해 도입된 만큼, 이미 목적이 달성됐다고 주장했다.

해당 규정은 앞선 지난 1983년,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등 국제행사를 앞두고 신설됐다. 당시 화장실 보급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주유소 허가 기준에 ‘공중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 시설’이 포함됐고, 이후 ‘공중화장실’이라는 용어로 변경돼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

그러나 지난 2004년 공중화장실법이 제정되면서 용어의 적용 범위와 성격에 혼란이 생겼고 현장 운영 실태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그럼에도 석유사업법엔 여전히 공중화장실 용어가 남아 있어, 국회 차원의 용어 정비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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