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아파트 ‘주차·쓰레기 문제 갈등’ 민폐 이웃 입길

2025.08.20 17:52:55 호수 0호

관리사무소 계도요청에도 묵묵부답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용 공간에선 이웃 간의 배려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생활 불편은 물론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다. 최근 대전의 한 아파트의 사례가 알려지며 민폐 주차와 쓰레기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선 지난 19일, “우리 아파트 빌런을 소개한다. 참교육 좀 도와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대전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작성자 A씨는 “저와 같은 층에 빌런이 존재한다”며 “아파트 주민들이 모두 고통받고 있어 회원님들께 도움을 요청한다”며 호소했다.

‘빌런(Villain)’은 원래 악당이나 나쁜 사람을 뜻하는 영어 단어지만, 온라인 상에서 남에게 피해나 불편을 끼치는 사람을 비꼬는 표현으로 쓰인다.

비매너 주차 세대를 지적한 A씨는 “저희 아파트는 주차 공간이 다소 협소하지만, 대표 회의에서 이면주차 가능 구역을 지정하는 등 큰 불편함은 없다”면서도 “문제는 한 세대다. 통로를 막거나 코너에 주차해 다른 차들의 이동을 방해하고, 입주민의 보행까지 불편하게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다른 입주민분이 문제 차량을 막고 (자신의 차를) 빼주지 않아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공개한 사진엔 입주민 출입구를 가로막은 회색 승용차가 확인됐다. 주차장 외벽엔 ‘주차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효과가 없었다.

이어 더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라며 올린 복도 사진엔 한 세대 현관 앞에 쓰레기 봉투들이 묶이지 않은 채 어지럽게 놓여있었다.

A씨는 “문제는 배달 음식을 먹고 남은 음식물과 플라스틱 용기를 같이 넣어 묶지 않고 그대로 배출한다는 점”이라며 “2~3일 꼴로 봉투가 하나씩 늘어나 복도에 쌓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런 무더운 날씨에 음식물 쓰레기까지 뒤섞여 악취가 정말 심하고 벌레까지 생겼다”며 “심지어 해당 세대 앞에 있는 복도 창문을 열어 뒀는데도 냄새가 진동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보다 못해 제가 몇 번 치우기도 했고, 관리사무소에도 안내방송 등 계도를 요청했었다”며 “(관리사무소에서) 찾아가 주의도 줬지만 변하는 건 없었고, 최근엔 집에 있으면서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직접 찾아가 싸울 수도 없어 힘들다”며 회원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해당 글을 본 회원들은 “정신 나간 사람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저 세대는 사회생활이 가능할까?” “빌런들은 자리가 있어도 꼭 저렇게 주차한다”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인 듯” 등 문제 세대를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일부는 대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저 차가 주차하는 곳에 스쿠터 2~3대를 세워 막아놓자” “입주민 회의에서 건의해 주차 금지봉(볼라드)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쓰레기를 모아 복도에 그대로 두고, 항의하면 ‘잠시 꺼내놨다’고 맞대응하라”는 거울치료 방식까지 제시됐다.

실제로 공용 복도 쓰레기 문제는 법적으로 제재가 가능하다.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하면 해당 세대에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폐기물관리법 제66조에 따르면 공용주택 복도는 공유공간으로 규제 대상에 포함되며, 생활폐기물 방치 시 과태료는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30만원까지 부과된다.

반면 아파트 단지 내 주차 문제는 제재가 쉽지 않다. 현행 주차장법상 아파트 내 주차장은 ‘부설주차장’으로 분류되며 관리 지침은 존재하지만, 이를 위반했다고 해도 행정기관이 직접 개입할 근거는 부족하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아파트 내부 통로나 주차장을 입주민과 관계자만 사용하는 공간으로 판단해, 일반교통에 개방된 ‘도로’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 때문에 불법 주정차 단속이나 견인 등 공권력 행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같은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국회 차원의 법 개정 논의도 있었다. 지난해 7월, 민형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차장법 일부개정안은 공동주택 등 사유지 주차장에서 관리주체 요청이 있을 경우, 지자체가 단속이나 견인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럼에도 사회적 분위기는 민폐 주차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지난해 5월, 인천서부경찰서는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를 승합차로 10시간 넘게 막은 입주민을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차량을 압수했다. 경찰은 현장 CCTV와 관계자 진술을 토대로, 해당 입주민이 경비원의 주차 관리 업무를 방해해 단지 내 통행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아파트 입구를 막은 차량을 강제로 이동시킨 것은 전국 최초 사례”라며 “과거 유사 사건의 경우 명확한 조치 근거가 없어 현장 대응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번엔 관련 법리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과감하게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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