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새 정부 현판식에 안 보인 ‘진짜성장’

2025.08.14 09:00:17 호수 0호

이재명정부가 5년간 추진할 국정과제가 밝혀졌다. 정부 출범 70일만이고, 국정기획위원회(국정위) 출범 58일만이다.



대통령 직속 국정위가 13일 청와대 영빈관서 국민보고대회를 열어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을 발표했다. 보고 내용은 주로 개헌부터 검찰·국방개혁, 인공지능(AI) 산업 육성, 지역·계층 간 불평등 해소까지 새 정부의 개혁 의지를 담은 국정과제들이다.

이재명정부의 국정운영 계획은 국가 비전, 3대 국정 원칙, 5대 국정 목표, 23대 추진전략, 123대 국정과제 등으로 순차 구조화됐다. 국가 비전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정했다.

3대 국정 원칙은 경청과 통합, 공정과 신뢰, 실용과 성과다. 5대 국정 목표는 국민이 하나 되는 정치, 세계를 이끄는 혁신경제, 모두가 잘 사는 균형성장, 기본이 튼튼한 사회, 국익 중심 외교·안보다. 이와 별도로 '12대 중점 전략과제'도 설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과 관련해 "국민이 주인인 나라,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발표된 국정과제는 정부의 최종 검토와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된다.

국정위가 출범 다음날인 6월17일 국정 운영 방안을 발표할 때만 해도 이재명정부는 5년 로드맵으로 ‘진짜성장’을 내세웠다. 진짜성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가짜성장을 극복하고 진짜성장의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고, 더불어민주당도 공약집을 통해 공개한 바 있다.


당시 국정위는 진짜성장을 실현하기 위해 3대 전략, 5대 과제, 4대 개혁도 제시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335비전(인공지능 3대 강국, 잠재성장률 3%, 국력 세계 5강)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국정위가 이재명정부 간판을 진짜성장으로 걸겠다고 하자, 기획재정부가 8월 중 진짜성장을 구현하기 위해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겠다고 밝혔고, 7월31일 발표한 2025세제개편안도 진짜성장을 위한 세제라고 강조했다. 고용부장관도 노란봉투법을 ‘진짜성장법’으로 규정하기까지 했다.

새 정부가 새 간판을 걸면 정부 간판이 모든 분야에 영향을 주듯이, 진짜성장 간판의 명성도 그랬다. 그런데 13일 국정위 발표에선 진짜성장이라는 용어가 드러나지 않았다. 이 대통령도 진짜성장 대신 진짜 대한민국만 언급했다.

필자는 국정위 국민보고대회가 이재명정부 현판식이나 마찬가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대통령이 휴가 기간 중 진짜성장 간판 현판식을 잘 준비해야 한다고 지면을 통해 주문까지 했다. 그런데 국민보고대회 때 진짜성장이라는 간판은 보이지 않았다.

새 정부 현판식 땐 정부 간판이 주인공이다. 디테일한 정부 과제도 중요하지만 부수적일 뿐이다. 그런데 이재명정부가 식당을 오픈하는데 식당 간판 대신 간판 자리에 메뉴만 잔뜩 써놓은 꼴이 된 것 같아 아쉽다.

혹시 이재명정부가 진짜성장이라는 경제 간판 대신 국민주권이라는 정치 간판을 걸려는 건 아닌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이 대통령은 15일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맞춰 오후 8시 광화문 광장에서 '제21대 대통령 국민 임명식'을 갖는다. 이 대통령이 6월4일 별도 취임식 없이 선서만 했기에 국민과 함께 추후 임명식을 치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임명식은 '국민주권 대축제, 광복 80년 국민주권으로 미래를 세우다'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여기서 눈여겨볼 게 국민주권이다. 국민주권은 이재명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국민주권’ 간판을 걸려다 하루 만에 대통령실 대변인이 취소 발표한 간판이다. 당시 필자는 더 이상 정치 간판을 걸면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우리나라 6공화국 전반기 정부는 주로 정치 간판을 걸었다. 김영삼정부의 ‘문민정부’, 김대중정부의 ‘국민의 정부’, 노무현정부의 ‘참여정부’가 정치 간판이었다.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정부는 정치 간판 대신 경제 간판을 걸었다.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경제 간판이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이라는 정치 간판을 건다는 건 우리나라가 30년 뒤로 후퇴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주권은 한·미·일 관계에서도 맞지 않는 간판이다. 미국과 일본이 국가주의로 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국민주권을 내세울 이유가 없다.

정부 간판은 없어도 문제지만, 두 개를 걸어도 문제다. 하나여야 임펙트가 있다. 그래야 국정운영의 큰 모티브가 될 수 있다. 필자는 이재명정부가 진짜성장이라는 경제 간판 하나만 걸기를 원한다. 구태의 정치 간판까지 같이 걸면 정부는 물론 국민도 혼란스럽다.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 간판이 실정으로 인해 회색성장 간판으로 변했듯이, 진짜성장 간판도 실정하면 가짜성장 간판으로 변해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이재명정부가 진짜성장 간판을 싫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6월17일 진짜성장 간판을 걸겠다고 공언해 놓고 2개월 만에 진짜성장 간판을 철회하는 건 정부로서 취할 자세가 아니다.

진짜성장은 이재명정부와 어울리는 간판이다. 진짜성장은 소수가 아닌 모든 사람이 혁신과 가치창출에 참여하고 과실을 함께 누리는 성장을 뜻하며, 수도권과 지역, 중소기업과 대기업, 청년층과 중장년층 모두 참여해 성과를 나눠 가져 성장을 체감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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