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못하는데⋯’ 지식산업센터 이상한 영업 현장

2025.08.12 09:02:06 호수 1544호

입주 조건만 맞으면 뭐든 OK?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지식산업센터 안에서 편법 영업이 슬그머니 자리를 잡고 있다. 사무실로 등록된 공간에서 돌잔치나 뷔페 같은 상업 행사가 버젓이 열리고 있지만, 이를 단속할 마땅한 대책도 없는 상황이다. 지자체의 느슨한 입주 기준에, 그 틈을 파고든 업체들은 값싼 임대료를 내가며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본래 제조·지식기반 업종이나 스타트업 등 기업 사무 공간 및 공장을 중심으로 설계된 업무용 시설이다.

편법 장사

지식산업센터는 과거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리던 시설로, 제조업과 지식기반 산업, 정보통신업 등의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어진 복합 업무시설이다.

창업 및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국가나 지자체가 조성한 산업 공간으로,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운영된다.

본래는 제품 생산, 연구개발(R&D), 디자인, 콘텐츠 개발 등 산업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업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입주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입주 대상 업종도 ▲제조업▲지식기반산업▲정보통신산업 등으로 한정돼 있다.


하지만 지식산업센터의 미분양 문제로 정부가 입주 업종 제한을 완화하며 기존 업종의 해석을 느슨하게 적용해 컨설팅업, 마케팅업, 행사대행업 등을 유사 지식서비스 업종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런 유연한 해석으로 인해 ‘사무실’을 명목으로 입주한 뒤 입주 업종과는 다른 ‘상업 공간’으로 활용하는 입주자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일요시사>의 취재에 따르면 서울·경기 지역에만 10곳 이상이 편법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경기 지역의 한 지식산업센터 내에는 ‘행사대행업’으로 업종을 등록한 업체가 상주하며 돌잔치, 스몰 웨딩, 각종 연회 등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파티룸 영업이나 음식 판매를 하고 있었다.

사무실 등록된 공간 임대
돌잔치·뷔페 파티룸 대여

관련 업자들은 공간을 대여하고 출장뷔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나, 이는 ‘행사대행업’과는 거리가 있다.

행사대행업은 각종 전시, 컨벤션 및 행사를 기획·조직하는 산업 활동이다.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르면 ‘전시회 컨벤션 및 행사와 관련된 조사, 기획, 설계, 구성, 제작 등에 관한 전반적인 책임을 맡는 것’으로 정의돼 있다.

또한 ‘전시회 및 회의 장소를 임대하는 경우는 제외’라고 명시돼 있다. 즉, 장소 임대는 행사대행업이라 볼 수 없다.

통상 행사기획·연출 등 서비스로 분류되는 이 업종이, 실제로는 공간 임대 및 음식 제공을 하며 ‘행사 개최 대행’이라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지식산업센터는 위치에 따라 임대업 가능 여부도 상이하다. 개별입지형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일정 절차를 거치면 임대가 가능하지만, 산업단지 내 시설은 원칙적으로 임대 사업이 제한된다.


다만, 공장 설립 신고 후 산업단지 관리 기관과 입주 계약을 체결하면 제한적으로 임대가 허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임차 기업은 법이 정한 업종 자격을 갖춰야 하며, 상업용도로의 활용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해당 지식산업단지는 개별입지형이 아닌 산업단지 내 지식산업센터로 확인됐다.

실제 정부합동민원센터는 “원칙적으로 사무실이나 공장으로 등록된 지식산업센터에서는 파티룸, 공간 대여, 음식 판매 등의 서비스업을 운영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이와 같은 산업을 합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건축물 용도를 ‘근린생활시설’로 변경해야 한다”고 알렸다. 지식산업센터는 공장·사무시설과 근린생활시설로 나뉘는데 근린생활시설은 입주자들의 편의를 위한 시설로 카페나 음식점 등 상업 영업이 가능하다.

보통 지식산업센터 내 1층이나 2층은 근린생활시설로 설계되며, 나머지 층은 공장 또는 업무시설로 등록돼 있어, 소비자 대상의 영업이 불가능하다.

한 제보자는 “지식산업센터가 본래 공장·사무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돌잔치 행사장으로 운영되는 것을 보고 의문을 품었다”고 전했다. 제보자 A씨는 이를 인지한 후 곧바로 지자체에 민원을 넣었다.

하지만 지자체의 해석은 달랐다. 관할 지자체 허가민원과에 따르면 “행사대행업은 입주 가능한 업종이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실제로 어떤 영업 행위가 이뤄지는지와는 상관없이 조건을 갖췄으니 입주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업종 등록’이라는 형식적인 조건만 맞추면 입주가 가능하다는 데 있다.

특정 사무 공간이 행사대행업으로 사업자등록만 되어 있다면, 실제 현장에서 이뤄지는 운영 방식과는 무관하게 지식산업센터 입주 조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지점까지 내가며 수년간 운영
정부·지자체 간 입장 엇갈려


이후 A씨가 답변 내용에 대해 재차 반박하자 “입주 가능 여부에 대해 추가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같은 지자체 환경위생과는 해당 업체를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적발해 고발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일반 소상공인들은 위생·소방 기준을 모두 충족하고, 근린생활시설에 입점해 정식으로 영업 허가를 받아 운영한다”며 “지식산업센터에서 영업하는 사람들은 일반 음식점 신고조차 하지 않은 채 장사를 하고 있다. 그렇다는 건 위생 점검조차 받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같은 공간, 같은 영업 행위를 두고도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명백한 불법 운영으로 보고 있지만, 지자체에서는 입주 업종 등록을 이유로 문제없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지식산업센터는 교통 요지에 있는 데다 조세 감면, 저렴한 임대료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장사를 하는 업장에서는 지식산업센터가 아주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혜택을 노리고 입주하는 업체들이 많은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속이 어렵다는 점도 편법 영업 확산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민원이 들어오지 않는 한 지자체가 위반 여부를 인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체적인 현장 점검도 이뤄지지 않아, 실제 영업 실태를 확인하기까지는 한계가 있다.

현재 많은 지역 내 지식산업센터에는 파티룸, 공간대여, 음식 판매 외에도 보험 판매업, 학원, 예식장 등 다양한 형태의 소비자 대상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편법 영업과 불법 입주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단속조차 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일요시사>가 확인한 결과 한 업체는 수년간 영업을 이어오고 있었으며 지식산업센터 내에 적게는 2개, 많게는 4개의 지점을 내가며 영업하고 있었다.

이런 불법 운영이 이어진 배경에는 지자체의 느슨한 입주 승인 문제가 있다. 업종 적합성 심사보다 기업 유치에 무게를 두다 보니, 신청만 하면 대부분 허가가 난다는 것이다.

대부분 승인

한 업계 관계자는 “신청하면 대부분 승인이 나고 정작 사후 점검과 관리가 거의 없다 보니 이런 문제가 장기간 반복된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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